재미있는 것은, 엥겔스가 초기 기독교 운동을 초기 사회주의 운동과 비교하는 대목이다.
기독교는 현대의 사회주의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거기에는 다양한 종파들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서로 모순되는 개별적 견해들이 있다. 어떤 견해는 명확하고, 어떤 견해는 혼란스러운데, 후자가 대부분을 이룬다. 그럼에도 그 모두의 공통점은 지배체제, 즉 현존하는 권력을 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 있다.
(중략)
뒤러의 그림을 보면서 내가 머릿속에 떠올린 것은, 글자 그대로 마르크스의 예언서를 집어삼킨 세대였다. 나 역시 속하는 그 세대는 사회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세계가 자기가 먹어치운 예언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은 세계가 아니다. 책이 보여주는 것은 세계의 상태가 아니라 저자의 상태일 뿐이다. <계시록>과 <자본론>은 모두 종말을 얘기하며, 그 후에 찾아올 인류의 구원을 약속한다. 오늘날 이 거대한 이야기를 믿는 신도는 거의 없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와 더불어 결코 버려서는 안 될 유토피아의 희망마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p57~58, p61~62)
우리는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지요.
미안해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