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못쓸 버릇이다. 무슨 리뷰쓰면서 지얘기 잔뜩 털어놓을 조짐이다. 늘 영화를 보면 그런다. 뭐 그리된 것은 애자 '최강희' 나보다 두살이나 많은데 열살은 어려보이는 저 여자 때문이었다.. 감정몰입이 확 되더라.
엄마와 딸을 다룬 영화다. 특별한 벌이도 없는 왈가닥 4차원 글쟁이 딸과 언제나 강해만 보이던 엄마의 이별이야기이다. 관계란 이별의 순간이 다가와야 어떤 모양새였는지 들어나는 법이다. 벚꽃은 지는 순간 가장 아름답다. 이 왈가닥 모녀의 이별이야기도 아름답다.
애자에게 엄마는 나를 이해하기엔 너무 자기가 강한 사람이고,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다친 아들만 편애하는 사람이고, 억척스런 생활인이다. 도대체 엄마들은 딸에게 대책없이 강한척하는 사람들이다.
내게도 엄마는 너무나 솔직히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며 사고뭉치 아들을 당당하게 편드는 사람이고, 도대체 아무리 뜯어말려도 몇 푼되지도 않을 돈을 벌겠다며 여기저기 다니는 모양새가 영 마뜩치 않은 사람이며, 조만간 나를 비싼 값에 시집 보낼 요량에 눈이 파래보이시는 분이다.
여름날이면 편의점에 들어가 웰치스 1캔, 소주 1병, 얼음과 일회용 콜라컵을 구매해 모두 섞어넣고 빨대로 빨고 돌아다니고, 쉬는 시간에 양푼에 친구들 거 강제로 훔쳐서 비빔밥 만들어 먹기는 물론이고, 인생 최대의 위기가 말타기하다 넘어져서 저승갈뻔한 사태인 말괄량이였던 관계로, 애자의 오빠따라 유학못하서 한 가출, 비가와서 시를 쓰느라 학교에 못간 사연 등은 참 마음에 와 닿더라.
맞선사진 들이밀며 김C 닮은 꽃미남 운운이며, '엄마 니가 나한테 해준게 뭐있는데', '마 그랄거믄 니네 집에 가라'고 싸우다가도 '김치 들고가라 가시나야'하고 마는 엄마와 딸의 아기자기한 대화 참 토씨하나 안틀리고 우리집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사연이라 착 와닿는다.
중병에 걸린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얼마나 칙칙하겠는가 싶더니 이 영화 시종일관 꽤나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나간다. 나를 가장 잘 알면서도 가장 잘 모르는 사람 엄마와 나 말이다. 그리워 눈물나다가 만나면 10분안에 싸우고야 마는.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서 나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한순간이라도 더 내 옆에 있어달라고 매달렸겠지만, 엄마도 나를 어른으로 점차 인정해가듯이 나도 엄마를 내 엄마만이 아닌 한 사람으로 인정해가는 과정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더라.
나 이영화보고 운전 배우기로 했다. 우리 엄마 늙고 힘없어지면 태워가지고 놀러다녀야지. (유능한 엄마와 무능한 딸 케릭터인 우리는 어쩌면 엄마가 모는 차에 내가 타고 다니는게 더 자연스럽겠지만 --;;) 자꾸만 엄마랑 저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이별할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 집에 전화해서 괜스레 큰소리 한번 친다.. '엄마 아프믄 무조건 내가 옆에 있을테니까 걱정하지마!', '미칬나 성질 드르븐 니랑있게. 속터져가 지레 죽지싶다. 시집이나 가라' 탈칵. 또 자기말만 하고 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