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모처럼 고향 선후배들 모임에 나갔다. 

시월에만 두명이 결혼하기 때문에 모인 자리다. 

포항에 자그마한 서점 고등학생 책읽기 모임에서 교복을 입고 만난 우리는 

어느새 사회인이 되었고, 가정을 일구고 산다.

그래도 내게 그들은 

처음으로 철학에세이를 사준 사람이고, 

내게 이별선언을 한 첫사랑을 동문회장에서 끌어내 흠찟 두들겨패준 내 편이고, 

19살 생전처음 가본 망월동에서 함께 울었던 내 순수의 증언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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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의 몇 번의 만남, 

그래도 가차없이 막말이 오갈 수 있는 사이.. 

그건 내가 모르는 너의 그 많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다. 

니가 좋은 놈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걸.. 

자주 자주 보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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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9-0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 친구들은 참 좋은 거지요.근데 포항에 자그마한 서점 고등학생 책읽기 모임에서 교복을 입고 만난 우리라는 귀절을 읽으니 마치 휘모리님이 70년대에 학교를 나오신것 같은 착각이 드는것은 왜 일까요^^

무해한모리군 2009-09-08 09:19   좋아요 0 | URL
교복이 잠깐 부활했던 90년대 후반에 중고교를 다녔어요 ^^
포항에 새날이라는 이름의 책방이 있었답니다.
(지금은 교복도, 새날서점도 없어졌어요.)
그 서점 주인분이 지역운동에 관심이 있으셔서 주부모임, 교사모임, 학생모임 이런 걸 꾸리셨어요. 아휴 대구로 옮겨가셨는데 뵌지 한참이네요.

꿈꾸는섬 2009-09-0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 친구들 만나 거침없는 얘기 나눌 수 있다니 정말 좋겠어요. 부러워요.^^

무해한모리군 2009-09-09 08:22   좋아요 0 | URL
막말의 수위는 좀 낮아졌습니다.
인격모독이 절반에서 1/3 정도로..
아 애정이 식은 걸까요?
ㅋ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