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권까지 나오려고 하는지 모르는 식객(더군다나 24권까지도 두 남녀주인공은 결혼을 안한다 --;;) 이번 달 마지막 에피소드는 동래파전이다. 임신한 부산여자가 동래파전을 먹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나는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한 경상도 여자인데, 다른 지역 사람들도 경상도에 오면 당황스럽겠지만, 경상도 사람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식객에 나오는 것처럼 파전은 초장에 찍어먹는데, 서울에서는 간장에 찍어먹고, 순대는 막장에 찍어먹어야 되는데 소금에 찍어먹고, 다시마나 미역쌈은 멸치젓이랑 먹어야 되는데, 이건 초장에 찍어먹는 듯 하다. 

 아예 내가 알던 음식이랑 다른 음식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 테면 호박쌈이랑 단짝인 우리집에서 먹는 자작하게 끓은 된장찌개는 서울에서는 강된장이라 불린다. 집에서 맨날 먹던 멸치다시에 된장풀고 청량고추 넣어 끓인 칼국수는 토장칼국수라 불리고, 역시 멸치다시에 자작하게 맑게 끓이는 순두부는 서울에서는 고추기름을 넣어 매콤하게 끓인다. 잔치국수에 김장김치 고명은 파는 곳은 못봤으나 다른 지역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집에서 그렇게는 많이들 먹나보다. 

어제 연애 그만할까 번민하는 나를 한번도 잡지 않는 오이지군이 괘씸해서(나는 자기가 헤어지자고 하면 무려 세번이나 다시 물어봐주겠다고 했는데!!) 와인 한병을 혼자 꿀꺽 했더니 오늘 해장으로 엄마가 말아주는 국수가 어찌나 먹고 싶던지, 그래도 꾹 참고 밥을 물에 말아서 콩잎된장찌랑 고추김치를 곁들여서 한술 뜨면서 이 페이퍼를 쓴다.. 

아..  

이번 휴가에 집에 가믄 뭐 먹으까?
보리멸치회? 물회?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서 호박쌈을 싸먹어야지. 

식객은 바로 이런 증상을 일으킨다. 
이런저런 먹을 것, 그것도 소박하지만 제대로된 먹을 거리 생각이 간절해 진다.
허선생님 확실한 노후 연금 아이템을 잡으신듯. 
세상에 맛난 음식은 너무 많은데 자꾸 새로운게 생기기까지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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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8-1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24권가지고 식객의 두 주인공이 결혼하겠어요.맛의 달인인가하는 요리 만화에선 주인공인 지로와 유우꼬가 거의 60권이 넘어서 결혼하더군요.게다가 이책은 맛의 달인보다 칸이 더 촘촘하니 식객은 둘이 결혼하려면 더 오래 걸릴것 같은데요.

무해한모리군 2009-08-14 08:17   좋아요 0 | URL
그......그렇군요..
하긴 점점 둘의 애정씬이 줄어들고 있어요..

Mephistopheles 2009-08-1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비오는 날 바지 적셔가며 사당동쪽에 유명하다는 전집에 줄을 서가며 막걸리와 더불어 전을 먹었다죠.결론은 맛있었다는 것...그리고 깍두기와 간장가지로 주방근처까지 가서 놀라운 사실 하나..유명짜...한 집인데 주방 아주머니들이 만들어 논 전을 다시 지지는 것이 아니 일일히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 주고 있더군요..유명한 집은 확실히 틀리다는 사실을..(그리고 덤으로 얼마나 주시는지..결국 남겨서 싸왔다는..)

무해한모리군 2009-08-14 08:36   좋아요 0 | URL
오~오~
저도 가서 먹어봐야겠어요 쩝쩝 맛나것다.
그렇죠. 집에 제사때도 옆에서 막지져서 한두개씩 먹다보면 배불룩ㅎ

Kitty 2009-08-14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24권 가지고 결혼하겠어요 22222222
결혼하면 애도 낳고 또 낳고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동래파전............흑.............절 잡으시는군요 ㅠ_ㅠ

무해한모리군 2009-08-14 09:44   좋아요 0 | URL
Kitty님 촉촉한 해산물이 들어간 동래파전 드시러 어여 오세요 ^^

바람돌이 2009-08-14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고향이 경상도셨구나. ㅎㅎ 저도 제일 당황했던건 순대를 소금에 찍어먹는거요. 뭐 요즘은 가끔 소금에 찍어먹는 맛도 괜찮긴 합디다만 그래도 역시 순대는 막장이죠. ㅎㅎ
근데 동래파전은 전 별로 맛없던데 왜 유명할까요? 이 동네 사람들 동래파전보다는 그냥 정구지 송송 썰어서 해물 넣고 부친 전 더 좋아하는 것 같던에... ^^

무해한모리군 2009-08-14 08:55   좋아요 0 | URL
저도 정구지 전이 더 좋습니다만 동래파전도 나름의 맛이 있는듯 합니다. 대학다닐때 배고프고 술도 먹고 싶으면 많이 시켜먹었는데요 ㅎㅎ
식객에 따르면 약간 질퍽한 그 느낌과 짭조름한 해산물의 맛에 은근히 나는 알사한 파맛을 즐겨야하는 듯 합니다.

머큐리 2009-08-14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만 들어본 물회~ 경상도 아저씨들은 무진장 좋다고 하던데요...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8-14 08:21   좋아요 0 | URL
잘하면 맛납니다.
저희 어머니가 아주 잘합니다.
막회(세꼬시, 뼈째 먹는 잔 잡어들)를 양념장이랑 배랑 설탕 넣고 얼음에 휘휘 젓는게 다인데 왜 맛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
내년 여름엔 휘모리랑 포항서 놀기 한번 할까요? ㅎㅎㅎ

보석 2009-08-1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산 사람이지만 '동래파전'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_-; 첨에 동래파전이라는 음식이 있다는 걸 듣고 그게 그냥 파전이랑 뭐가 다른 건가 생각했을 정도. 지금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어째서 그럴까요. 우리집이 부산 안에서도 동래랑은 멀어서?

그너저나..휘모리님 말씀하신 음식들 저도 먹고 싶네요. 특히 잘 익은 열무김치랑 강된장 넣고 비빈 밥이 먹고 싶어요. 엄마한테 이번에 열무김치 해서 보내달라고 하면 불효겠죠?-_-; 아..침 나온다.

무해한모리군 2009-08-14 11:53   좋아요 0 | URL
동래가 원래 파가 유명했다고 해요. 지금은 물론 없어졌지요.
그래서 높은 사람이 오면 예전부터 파전을 대접해서 유명해졌다네요.
신촌에도 하는 집이 있는데, 언제 같이 한번 가시지요 ^^

아~ 저도 배고파요 ㅠ.ㅠ
돈으로 효도하시고 열무김치를 쟁취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