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1
용산 참사현사 현장에 우두커니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무대 뒤로 화려한 고층 빌딩 세동이 보이고,
내가 앉은 양 옆으로는 쓰러질듯한 남루한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내가 있는 이 자리에도 높은 빌딩이 들어서겠지.
그리고 그 빌딩의 지하실 한칸 이 곳에 수십년 살던 사람들의 차지가 되지 않으리라.
한강이 보이는 노른자위 땅,
그래 여기를 서민들의 공간으로 내버려둘리 없다.
변두리로 변두리로 밀리어간다.
그 변두리도 또 개발이 되면 또 밀려나겠지.
내가 발붙이고 사는 곳 어디도 내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공간 2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
스페이스빔이라는 한때 양조장이었던 텅 빈 공간으로 들어선다.
허름한 공간이 사람들의 재간으로 멋진 전시공간, 학습공간으로 변모했다.
사람의 힘이란 놀랍고도 놀랍다.
월세 15만원, 좁디좁은 공간을 지역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지인의 포부
손수 벽에 그린 나무에 계란판을 오려서 만든 종이꽃을 붙인다.
그래, 수십년 살아온 땅을 야금야금 니들이 먹어치워도
가진 것이라곤 두손밖에 없는 우리도 이렇게 우리 공간을 안간힘으로 만들어간다.
우린 계란판도 꽃으로 만들고, 빈 깡통도 무적 로봇으로 만들 수 있다.
희망은 매우 적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