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1

용산 참사현사 현장에 우두커니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무대 뒤로 화려한 고층 빌딩 세동이 보이고, 

내가 앉은 양 옆으로는 쓰러질듯한 남루한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내가 있는 이 자리에도 높은 빌딩이 들어서겠지. 

그리고 그 빌딩의 지하실 한칸 이 곳에 수십년 살던 사람들의 차지가 되지 않으리라. 

한강이 보이는 노른자위 땅,  

그래 여기를 서민들의 공간으로 내버려둘리 없다. 

변두리로 변두리로 밀리어간다. 

그 변두리도 또 개발이 되면 또 밀려나겠지. 

내가 발붙이고 사는 곳 어디도 내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공간 2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 

스페이스빔이라는 한때 양조장이었던 텅 빈 공간으로 들어선다. 

허름한 공간이 사람들의 재간으로 멋진 전시공간, 학습공간으로 변모했다. 

사람의 힘이란 놀랍고도 놀랍다. 

월세 15만원, 좁디좁은 공간을 지역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지인의 포부 

손수 벽에 그린 나무에 계란판을 오려서 만든 종이꽃을 붙인다. 

그래, 수십년 살아온 땅을 야금야금 니들이 먹어치워도 

가진 것이라곤 두손밖에 없는 우리도 이렇게 우리 공간을 안간힘으로 만들어간다. 

우린 계란판도 꽃으로 만들고, 빈 깡통도 무적 로봇으로 만들 수 있다. 

희망은 매우 적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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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2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요즘 어떤가요.가본지가 꽤 된듯한데 여기도 헌책방들이 많이 없어졌겠지요.그나저나 아벨,삼성,한미등은 잘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7-20 17:13   좋아요 0 | URL
아벨은 건재하던데요.
그런데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거기도 불황인가..

비로그인 2009-07-2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석동 사는 친구가 있는데 한강으로 바람 쐬러 가려면 길 건너 아파트를 지나가야 하는데 그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들만의 카드를 만들어 그 카드를 소지한 주민들만 한강을 오갈 수 있게 해놨다는군요. 친구가 사는 동네 쪽 사람들은 그 때문에 코 앞에 한강을 두고도 멀리 돌아가야한다죠. 길 건너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는거죠.

무해한모리군 2009-07-20 23:27   좋아요 0 | URL
요즘 지은 아파트들은 대부분 그렇더라구요. 신대방도 공원가는길을 아파트를 가로질러가면 가까운데 아파트 단지를 막아둬서 돌아가야 하거든요. 사당동에서는 아이들이 학교가는 길도 막아둬서 두배는 더 삥 둘러가야한다고 하고..

자기집앞 대문도 열어두는게 미덕이던 사회가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요?

머큐리 2009-07-2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기회되는대로 헌책방을 함 방문해 봐야겠다...어 근데 책도 팔고 하는건가요?

무해한모리군 2009-07-21 10:01   좋아요 0 | URL
그 골목에 헌책방들이 죽 있더라구요.
집회시간이 급해서 저도 겉만보고 나왔습니다만.
유명하다고 하던데요?

유쾌한마녀 2009-07-2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아주신 댓글 타고 넘어왔어요 ^^
항상 공간1의 더러운 세력으로 인해 무너지는 듯 해도 공간2의 미미하지만 순수한 열정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무해한모리군 2009-07-21 23:58   좋아요 0 | URL
그런데 1은 너무 빨리 무너지는데 2는 너무 느리게 성장하고 있는게 문제인듯 해요.

반가워요 마녀님 ^^

유쾌한마녀 2009-07-22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지리만 휘모리님같은 분이 계셔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잖아요 헤헤//
블로그에 글이 굉장히 많네요~~??ㅎㅎ 심심할 때 여기로 피서오면 되겠어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7-22 10:40   좋아요 0 | URL
저는 댓글은 안달았지만 때로 마녀님 댁에 글을 읽곤 했답니다 ^^

유쾌한마녀 2009-07-2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진짜요????? 급 쑥쓰러워졌어요 ㅠ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23 07:57   좋아요 0 | URL
제가 여기저기 좀 많이 다니지요 ㅎㅎㅎ

유쾌한마녀 2009-07-2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로 마실다니시는거예요??ㅋㅋㅋㅋㅋ
어제 개기일식 보셨나요?? 전 알고있었는데 나가기가 귀찮아서 못나갔어요^^;; 몹쓸 귀차니즘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23 22:58   좋아요 0 | URL
전 개기일식이 있는지 몰랐답니다 ^^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