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과 연출진 모두 활동가로 이루어져 있는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매끄럽진 않지만 생생함이 넘친다. 삶의 자잘한 유머와 갈등들을 잘 묘사해 보여준다.
영화에는 결혼하지 않은 많은 여성들을 보여준다. 당당한 사랑을 꿈꾸고, 독립된 삶을 꿈꾼다. 물론 어느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여 1 : 그녀의 사정은 누가 우리집에 잠입해서 대화를 옮겨 놓은 듯 하다.
"엄마 내 방 치웠어? 그러지 말라니까"
"니가 안치우니까 그렇지"
"옆집 A는 의사한테 시집간다더라. 너도 적당한 데 알아놨다. 이제 정신차려야지"
"엄마 나 결혼 안한다니까"
"언제까지 그 모양으로 살거야. 언제까지 그 나일거 같아?"
"노력하고 있어요.. 열심히.. "
엄마는 불행한 결혼 끝에 이혼해 혼자 살아가면서도 '여자는 좋은 남자 만나 그 덕에 살아야 한다'며 끊임없이 딸을 볶아되고, 딸은 만들어 파는 반지 매출도 그저 그렇고 깨진 이를 해넣을 이백만원이 없어 진통제를 먹어야 하지만 엄마에게서 독립하기를 꿈꾼다.
여 2 : 예쁜 애인이 있는 레즈이자, (그래서 결혼하고 싶은데 여자친구는 바람이 난 듯 하다.) 부치인데, (어린 소년처럼 보이는 외모 덕에 취직도 시원치 않다.) 연애도 취직도 만만치 않다.
나는 불과 이년전에도 면접때 "커피 타달라고 하면 어떻할거냐", "아이 낳으면 육아는 어떻할거냐"는 질문을 받았던지라 집요하게 종교며 외모를 물고늘어지는 면접관이 낯설지가 않았다.
여 3 : 딸아이 하나 낳아서 둘이 살고 싶은 치과의사. 비혼여성에겐 정자기증도 안되고, 어쩔 수 없이 주변에서 정자를 얻어보려고 하나, 만나는 남자마다 영 시원치 않다.
나도 여 3과 같은 꿈을 가끔 생각해보지만 만 35세 이상이면 독신도 입양이 가능하니, 적당한 정자를 줄 사람과 섹스하기 위해 헤매느니 그 편을 택하지 싶지만.. 이 하나에 백만원은 벌 수 있는 치과의사가 아닌 마당에야 역시 경제적 부담과 육아, 책임감을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결정인듯 하다.
영화 끝까지 세 여자는 독립, 결혼, 임신이라는 희망을 이루지는 못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또각또각 걸어가겠다고, 방해물이 있다면 어두운 길에 적을 만난 고양이처럼 당당하게 으르렁 거려 주겠다고 말한다. 역시 활동가들의 영화라서 그런가? 그 당당함이 마음에 든다. 물론 내가 그럴 자신은 없더라도 말이다.. 나는 으르렁 거리기 보단 슬쩍 뒤통수를 내리칠 기회를 옅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