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녹색평론 106호 中 민중본위의 통일은 가능한가? - 박노자
- 함석헌의 통일론으로 비추어 본 통일과정의 현실
박노자씨는 함석헌의 씨알 사상을 인용해 최근의 관주도의 통일운동방식과 동등한 통일이 아닌 이북을 내부 식민지화 하는 불평등 통일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p97
함석헌이 이야기한 양쪽 체제 지양은 결국 현실적인 차원에서 북한주민들과 같은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의 건설 그리고 대한민국을 사회투자형 국가, 복지국가로 개조하는 것을 뜻할 것이다. 독일의 통일을 성공으로 보기어려운 이유들이 많지만, 적어도 통일 이후 구동서독 지역 사이의 불균형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동란이 없었던 근본적 이유는, 아마도 동독지역 주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돼 그 불만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린 서독의 복지제도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이와 같은 길로 간다는 것은 국가, 사회의 기본적인 형태를 본격적으로 바꾸는 일을 의미할 것이다.
결국 함석헌이 예언적으로 종교적으로 이야기한 '참된 하나됨의 길'이란 사회과학적인 언어로 풀이하자면 개개인의 경제적 이해 이상의 공동체적 가치와 신뢰의 분위기가 확립된, 과거의 문제점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바탕으로 한 화해를 이룬, 그리고 복지국가 건설을 지향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뜻할 것이다. 이를 '유토피아'라고 이야기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와 같은 '유토피아'를 지향하려는 노력없이 우리가 결국 '디스토피아'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큰 것이다.
p102
'사람의 하나됨'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폭력조직인 국가의 '힘키우기'만이 의제화되는 것이다. 이 흐름을 과연 돌이킬 수 있는가? 돌이키기가 매우 힘들더라도 진보를 자칭하는 이들이라도 함석헌이 일찍 이야기해주었던 '회개, 믿음, 양쪽 체제 지양, 유기적 전체'의 이상에 기반한 '씨알의 통일', 북한 민중들의 주체화와 인권보호를 위주로 하는 '사람을 위한 하나됨'에 힘썼으면 좋겠다.
2.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 정수일
정수일씨의 책을 읽어보면 민족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역사학자 답게 1천여년의 민족사를 이어가기 위해서, 민족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서 통일을 말한다. 민족배타주의와 우월주의, 허무주의가 아닌, 나라와 겨레라는 실체가 현실에서 존재하는한 민족공동체를 수호 발전시키려는 공동체 지향의식으로서의 '민족'의 유의미함을 강조한다.
p79~80
주관적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족 구성원들이 상호일체감과 연대성을 발휘하여 민족공동체를 수호, 발전시키려는 공동체 지향의식이오. 바꾸어 말하면, 하나로서 함께한다는 마음가짐이오. 민족은 우리 시대의 엄연한 실체요. 민족 사랑이나 민족공동체 지향의식 같은 보편적 가치는 시대가 변해도 달라질 수 없는 것이오. 고리삭아서 버려야 할 것은 이러한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민족배타주의나 우월주의, 허무주의 따위인 것이오. 세상이 제아무리 '초민족' '초국가'를 표방한다고 해도 아직은 한낱 허상이고 가설에 불과하오. 적어도 인류가 차별없이 공존공영하는 이상적인 문명시대를 열 때까지는 나라와 겨레라는 실체가 엄존하고 그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요구될 것이오. '민족'하면 무턱대고 진부한 개념으로 치부하는 세태에서 민족의 참된 의미를 한번 짚어보는 것은 대단히 유의미한 일 같소.
3. 만남 - 김상봉 서경식 대담
재일조선인으로서 서경식씨는 민족성의 강조가 아닌 제국주의 폭력 이전 상태로의 회복으로 통일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일본사회의 약자로서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민족주의의 효용을 긍정했다. 김상봉씨는 과거 사회로의 복귀나 한쪽 체제로의 일방적인 편입이 아닌, 꼭 한민족 만이 아닌 이땅에 살고 있는 모든 민중과 재외한국인들을 포괄하는 열린 공동체로서의 통일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외되는 이가 없는 새로운 공동체를 말하고 있다.
p404
서경식 : 반대로 조선인들의 경우는 항상 국가나 민족을 강조해야 했던 맥락이 있겠지요. 국가가 없고 국민이 아니면 인권이, 존재 자체가 위태롭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으니까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안전지대에 몸을 둔 채로 '너희들은 너무 민족주의적이야'라고 비판하는 건 저항해야 하는 사람들로부터 저항을 해체시키는 폭력이 될 수 있어요. 이건 제가 일본에서 항상 주장하는 겁니다. 그렇게 역사적으로 민족적 통일성이나 민족의식을 필요로 해온 조선인들이 무엇을 계기로 스스로를 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p407~408
(중략)
김상봉 :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로 되돌아가서 말씀드릴게요. 타자성 속에서의 자기상실이 문제라고 말씀드렸는데, 사실은 타자가 하나가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타자성 속에서의 자기상실이죠. 그것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 분단 상황이라고 저는 해석해왔습니다. 크게 두 개의 세계관 속에서 자기를 상실한 것이고, 그 결과가 정치적 분단으로 나타난 것이니까요.(중략)그것을 극복해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것이죠.(중략)
'하나 된다'는 것이 '복원'이냐 혹은 '획일성'이냐? 둘 다 아닙니다. (중략)복원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어서 시원이 문제가 되고 자기중심적인 것이라면 획일성은 위계적인 것입니다. (중략)어떻게 그것이 국수주의적인 복원도 아니고 전유된 보편성이나 위계제로서의 획일성도 아닐 수 있는가가 문제죠.(중략)
그래서 지금 새로운 공동체에 대해 사유할 때,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하는데 더불어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서로주체성을 형성해야 하는데, 그때 척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죠.
서경식 : (중략)
정치적으로 볼 때는 분단 상태야말로 부자연스럽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는 데는 저도 무척 공감합니다. 일본에서는 '굳이 통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통일'을 말하면 사람들이, 일본인이든 재일조선인이든, 국수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판 합니다. 오히려 저는 통일이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이고 구체적으로 장벽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항상 주장하지요.
4. 시사인
★ 시사인의 2008년 9월 52호 - 독일 통일동이는 분단을 잊었다.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81
통일이 아니라 재통일이라는 인식이 새로웠다. 분단 상황 하의 우리가 가지는 제약들은 분단상황하에서 태어난 나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대륙의 연결되지 않은 섬이 되었고, 국가보안법 색깔론이 선거때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 정도가 다다. 제국주의적 폭력에 의한 분단을 극복한지 20년이 되는 독일의 사례를 보면서,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분단으로 인한 부자연스러움이 무척 많을 것임을 어렴풋이 느낀다.
★ 시사인의 2009년 5월 89호 - 북한 문제라는 짐과 진보 정치
시사인 5월 30일자의 고종석님이 쓴 시사에세이도 시사점이 있다. 최근호라 인터넷에서 전문이 제공되지 않아 내가 간략히 요약해 본다.
북한이라는 존재가 북이 원했던 원치 않았던 우리 진보진영 내의 해방이후 큰 부담이 되어왔으며, 북한체제로의 통일이 불가능할 것이 거의 자명한 지금에 있어,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남한식의 체제의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봤다. 따라서 현재의 한줌 밖에 되지 않는 진보진영은 북한 문제로 물어뜯고 싸울 일이 아니라 남한내 진보 이슈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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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내 진보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이 한 짧막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단락씩 옮겨 보았다.
자명한 것은 민중에게 남식의 신자본주의 체제도, 북한 체제의 통일도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민중이 두루 살기 편한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을 위한 노력 속에 통일 지향 만이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