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결혼식차 내려간 고향에서 

서른살 백수인 너를 보면서, 

한때 그 생기넘치던 너의 의기 소침을 보면서 

동기들 사이에 외떨어져 있는 네 모습이 마음에 콕 박힌다.. 

'언니 전 꿈이 없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알바로.. 사대 나왔으니 교사되는 줄 아셨던 부모님들께도 너무 미안하고..' 

아가, 누가 네 꿈을 가져갔니.. 

110만원짜리 컴퓨터 입력 알바의 고단한 삶으로 밀어넣었던 나와 내 친구가 

그 남아도 경기한파로 짤리고 말았다는 얘기를 이제야 듣는 내가..  

다섯시간 폭포처럼 쏟아내는 너의 이야기를 한번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게

미안하다.. 

그런데.. 내 꿈도 없다.. 

오늘 내가 너무 작아져서 점이 되려고 한다..  

미안하다.. 우리 동그랑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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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4-0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4-06 08:07   좋아요 0 | URL
임용공부하던 녀석을 작년에 e런닝 센터에 강제로 밀어넣었거든요..
거기 다니면서 직장 구할 생각에 생기에 넘치던 녀석이..
수료하고도 일을 구하지 못해서 두달째 백수로 있는 걸 보니..
그냥 공부하게 둘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웽스북스 2009-04-05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먼 카포티의 차가운 벽을 보면 사람들의 꿈을 돈으로 사는, 그리고 그 아저씨에게 꿈을 팔고 근근히 연명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휘모리님의 글을 읽으니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그 단편이 떠올라요.

무해한모리군 2009-04-06 08:09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팔고, 시간을 팔아 살지 않나요?
저는 차가운 벽이 읽기가 참 힘들었어요.. 뭔가 잡으려고 허우적되는데 아무것도 없는듯한 느낌.. 우울이 느껴져서요..

네꼬 2009-04-0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모 방송에서 해주는 이른바 88만원세대(이제 이렇게 부르기도 무안해요)의 현실에 대한 프로그램을 작정하고 보았어요. 다들 열심히 열심히 (저 때에 비하면 다섯 배쯤) 열심히 준비하는데 왜 이렇게 끝이 안보일까요. 그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마음 속 응원 뿐인 것도 미안해요.

무해한모리군 2009-04-06 15:39   좋아요 0 | URL
제가 원하는게 뭔지, 잘하는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