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에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스타의연인이라는 드라마를 본다. 사실 드라마를 본다기 보다 유지태를 본다. 유지태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배역이다.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국문학과 박사과정. 몸집을 살짝 불려서 은색 안경을 끼고 생각에 잠긴 모습이 마음에 든다. 연기력 논란과 발음 논란을 매번 일으키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최지우와도 잘 어울린다. 유지태보다 어린사람이거나 작은 사람이거나 너무 잘생겼어도 안어울렸을듯 하다. 유지태 옆에 서니 최지우가 더 작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김영하의 여행자도쿄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국문과에 들어오는 순간 남성성이 거세되는 것 같다고..(김영하 자신이 연대 국문과 출신이니 믿어줄 도리밖에 ^^a) 그런게 아니더라도 국문과처럼 여성이 압도적인 곳에서 저렇게 멋진 남자가 박사과정이 되도록 홀로 남겨져 있을 가능성은, 가난한 조교가 스타와 연애할 가능성보다 낮아보이지만 그러면 어떠냐 드라만데. 흐믓하다.
그들의 연애사는 돈없는 작가가 스타를 대필해 주면서 시작됐다. 백치미인과 작가지망생 똘똘군의 만남이라 전형적이다. 지금까지는 백치미인양이 똘똘군의 문학세계로 건너와 주었다. 이별을 앞두고 그녀는 '우리 다음에 만나면 책 얘기하자'며 어린왕자를 들고 있었다. 어린왕자라니.. 그런데 똘똘군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그녀에게 감화되어 그녀의 감성의 세계로 넘어가 앞으로 알콩달콩 사랑할 전망이다.
드라마야 어찌되든 얼마전 영화를 직접 찍기도 했던 유지태가 연기하는 작가 지망생을 계속 흐뭇하게 나는 지켜보리라. 아 날씬한 은테 안경을 끼고 문학을 얘기하는 그대를 보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