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바야지드가 메카의 카아바*로 순례 여행을 떠났다가 길에서 늙은 광인(狂人)을 만났다. 광인이 그에게 물었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어디로 가는 길이오?"
바야지드가 대답했다.
"카아바로 가는 길이오."
늙은 광인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등에 짊어진 물건은 무엇이오?"
"은화 이백 냥이오."
바야지드가 대답하자, 광인이 말했다.
"다 잊어버리시오. 돈을 모두 내게 주고서, 카아바 대신 나를 일곱 바퀴 도는 게 나을 게요. 당신이 진작 그렇게 했더라면 소원을 모두 성취했을 것이요. 훌륭한 순례를 마치고 영생에 눈을 떴을 것이오. 내 진실의 진실을 말해주리다. 알라께서는 카아바보다 나를 더 좋아하신다오. 카아바는 그분이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잠시 머무시는 별장과 같은 곳이지만, 나의 가장 깊은 의식(意識, consciousness)은 그분의 영원한 거처요. 나를 볼 때 당신은 알라를 뵙고 있는 것이오. 겉모습에 미혹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알라는 한 순간도 나를 떠나 계시지 않소."
바야지드는 그의 말을 귀고리처럼 귀에 달고 다녔다. 그렇게 늙은 광인에게서 바야지드는 주인(a Master)되는 법을 배웠다.
*메카에 있는 입방체 석조물, 성스러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