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그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은 극장을 찾았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던 터였다. 술을 한 잔 걸치면 우리의 대화는 코스대로 일상에서 맴돌고, 몇 순배 돌고나면 이미 정치나 이념에 대한 토론의 장으로 이동하기가 마련인데,(참고로 그 마지막 종착역은 '사랑'이라는 주제이다.) 그 목청 높아지는 시간을 환기시킬 즈음이면 종종 '송환'이라는 영화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는 시간이 돌아오곤 하였다.(가끔식 일간지의 섹션처럼 문화에 대한 소개나 후기를 털어놓는 지면이 펼쳐지곤 하는데 대체적으로 비주류의 책 혹은 영화들이다.) 그러한 시간에 나는 평소와는 달리 잠잠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유인즉슨 앞에 밝힌 것처럼 나는 무던히도 '송환'이라는 영화를 피해다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것은 영원히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애타게 그리워 마주친다는 것조차 두렵기도 한 그런 사람을 마주치는 순간은 반드시 오는 것처럼. 그런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아도 언젠가는 꼭 온다. 송환도 결국 그렇게 마주쳤다.

 내가 송환을 멀리했던 이유는, 이를테면 자기기만의 뚜렷한 특징을 보여준다. 피하고자, 피하고자 하는 생각은 그 반대되는 생각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다.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니 피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면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게된다. 그러니까 사실은 송환이 무지 보고 싶었던 게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보고 싶었던 게다. 그러다가 나는 봤다.

  실은 이 '묵직한'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나의 견해는 비우고 싶다. 영화에 대한 접근으로하여 영화가, 송환이 쉬워지거나 단정되어서는 아니된다. 지금 내 안의 그 막연하고 암담한 느낌들을, 그 흐린 구름같은 것들을 걷어내고 싶지 않다. 나는 이것들을 담아두고 오래오래 열어볼 것이다. 그리고 빛바랜 책표지처럼 세월이 나도 흐르게 하면 또 열어볼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여, 되도록이면 송환을 멀리하시고, 참다 참다 못 견디면 불콰해진 볼을 하고 슬쩍 열어보시라. 정치적으로 좌측통행을 하시는 분들 중에 그 신념이 투철하시거나, 아니면 이념과는 상관없이 감수성이 풍부하거나, 또는 졸려우신 분들은 손수건이나 휴지를 준비하시라. 그러나 되도록이면 손수건이나 휴지를 사용하지 마시라. 그냥 눈물이 흐르면 턱 끝 간질간질해 질 때까지 그냥 두시라. 그리고 소주를 한 병 쯤만 더 마시고 주무시라.

 뜬금없지만,

 행복은 자유로부터 오지 않는다 의지로부터 온다,

 의지는 풍요로부터 오지 않는다 결핍으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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