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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현대문학북스의 시 1
안도현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안도현 시의 미덕은 무엇보다 고도의 상징성이나 난해한 은유, 현학적인 용어의 사용을 극히 절제하고, 현실적이고, 직유적이며, 대중의 언어를 고루 사용하는데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시의 서정성이나 낭만주의적인 요소들이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되려 현실주의와의 변증법적 원융을 통해 시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위와같은 성격을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하여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떤 관념적인 방향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기도 한 시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나무'가 제재를 이루어 절반에 가까운 시들에 포진해 있는데, 하나같이 시인은 '나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그 '나무'를 보며 안타까워 합니다. 특히 '나무생각'이라는 시에서처럼 시인은 '무조건 무릎꿇고 한 수 배우고 싶'어하는(마치 신앞에 선 인간처럼)겸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거의 모든 시의 소재는 '자연'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거대한 '자연'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이루는 작은 것들 말입니다. 이를 통해 시인의 눈이 결코 '거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시'를 말하면서, 끝내 그것을 관통하여 우리네 삶의 아픔을 구구절절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밖에도 시인으로서의 삶을 중얼거리는 시들을 만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것을 말하자면 위와 같다고 할 수 있겠어요.
여전히 안도현 시인은 작은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색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라고 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깊이와 속깊은 통찰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범상치 않게'라고 하는게 맞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