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너 우리들의 하느님이란 책 읽어봤냐?'
-'예. 읽어봤지요. 언제드라... 지난 4월인가...암튼 읽어봤어요'
-'나도 요며칠 전에 읽어봤그든...너는 어떻디?'
-'뭐가요?'
-'책읽고 어땠냐고...느낌이'
-'뭐...그냥 좋았죠. 아 이렇게 사는 분도 계시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또 그 생각대로 살아가는 분도 계시는구나 했지요 뭐...'
-'그르냐?...'
-'왜요? 형은요?'
-'난 무섭드라. 권정생이란 사람 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했다...'
-'하하, 원래 무서워요. 이제야 알았어요?'
-'그 분 책은 처음읽어본 거그든, 책 중간쯤 읽다보니까 열나 무서워지더라구...그래서 고만 읽을까 하다가...암튼 다 읽었스'

간만에 만난 선배(내가 삶의 스승으로 모시는 선배임을 밝혀둔다)와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다. 그 선배는 권정생이란 사람이 무섭다고 했다. 지난 96년도에 입학해 지난해까지 신학을 전공했던 그 선배는 <우리들의 하느님>이란 책을 읽고 권정생이란 사람이 무섭다고 했다.

-'지금은 이 모양으로 살지만 한때는 신학하지 않았었냐. 물론 지금도 신학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근데요?'
-'내가 X나 왜 신학을 했을까? 권정생같은 사람 앞에서 내가 신학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신학을 하지 않아도 그렇게 신학적으로 생각하고, 신학으로 살아가는 분 앞에서 말이야...'
-'그쵸? 그러네요 정말... X도 아닌게 신학 나부랭이를 하고 있었네요...'
-'이 새끼, 나한테 하는 말이냐?'
-'네. 하하... 형이랑 나 둘다, 아니 신학한다는 사람들, 전부다...'

그 선배와의 만남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와 나는 그 책을 다시 펴보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밑줄 그어놓았던 구절들을 읽어나갔다. 그러다보니 나도 무서워졌다. 권정생이란 사람, 그리고 이 책이 무서워진 것이다. 그리고 다음의 구절에서 나는 내가 '신학도'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신학(神學)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올바른 신학을 한다면 농학(農學), 인간학, 자연학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본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는 추상적이며 관념에 머문 신학을 가르치지 않았다. 입으로 설교하는 목회가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목회자가 있어야 한다. 밭을 갈고 씨뿌리고 김매고 똥짐을 지는 농군이 바로 이 땅의 목회자다. 창세기의 하느님나라는 말씀으로 되었지만 지금은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하느님나라가 다시 창조되고 천국이 이 땅에 이루어진다. 몸으로 살지 않고 수천만번 주기도문만 외운다고 하느님나라가 이루어지는건 절대 아니지 않는가.'(p.27)

'이 땅의 천재들은 머리로 살아가지만 바보는 몸으로 산다. 부처님도 그랬고, 예수님도 그랬고, 진정 이 땅위의 위대한 인간은 바보로 돌아갔다. 머리로 산 것이 아니라 몸으로 살았다.'(p.106)

나는 당장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픈 생각이 들어 몇권을 주문했다. 하지만 지금, 받아든 책들을 누구에게 주여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그들도 나와 같을거라면 주고 싶지 않다. 허나 주어야 한다. 이 땅위에 하느님나라 이루어갈 함께할 이들, 더 많은 동지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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