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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틱낫한 지음, 이아무개 (이현주)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를 사는 동안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본 적이 얼마나 될까? 하고보면 나는 바쁘고 분주한 마음으로만 살아왔지, 한가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조차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해본 적이 없었다.번잡한 생각들이 하루 스물네시간 내내 나를 지배하고 있으니 나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리라.
어쩌면 그것은 비단 나의 문제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바쁘고, 분주한 마음들을 갖도록 재촉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그것을 모두 우리가 사는 바쁜 현대 사회의 탓으로만 환원시킬 수는 없겠다. 어쨌든 나의 문제는 나의 안에서 해결해야 되는 법이니.
하여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 '마음모음'이란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어느 때, 어느 장소, 어느 사람을 막론하고, '마음모음'은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게하고, 제 삶을 현존케하는 지표라고 한다.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말고, 오직 현재만을 사는 것, 지금 나의 모든 행동과 동작들, 심지어 숨소리 하나까지도 느끼고 집중하는 것을 '마음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를 위해서는 많은 수행과 명상이 실천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틱낫한 스님은 수행과 명상의 실천적 방법들을 안내해주고 있는데, 나름대로 그 방법들 중에 탁월하다고 생각되는 수련법은 설거지, 빨래, 집안 청소를 통한 '마음모음'과 화가 났을때 빙그레 웃는 것들이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서 빙그레 웃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나도 이러한 수련법들을 내 삶에 적용시켜 보았는데, 그 순간만큼은 나의 현존을 느끼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박한 현실 속에서, 복잡다단한 사회와 총체적으로 연결된 인간군상들의 삶 속에서, '마음모음'을 행하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어찌보면 이는 현실을 몸뚱이 하나로 살아내는 민중들에게 사치와 같은 이야기로도 들릴 수도 있겠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그런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음은 이 '마음모음'이란게 책 속에서와 같은 개념으로 한정될 수 있는가하는 의구심에서 일터이다.
때론 치이고, 부딪치고, 늦은 밤에서야 집으로 귀가해 또 내일을 걱정하며 시름시름 잠자리에 드는 사람일지라도 내 앞에 주어진 현실을 가난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아내는 모든 씨알들에게 있어 '마음모음'은 이미 넘어선 경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