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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섬
주제 사라마구 지음, 강주헌 옮김 / 큰나무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쉽다.어렵다.아니 모르겠다...' 채 한 시간도 안되는 짧은시간동안 이 책을 다 읽고 난 저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알듯도 하고, 모를 것도 같고... 이 책을 덮고 나서 과연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밀려 왔지요.
한 사내가 왕을 찾아와 배 한척을 요구하고, 느닷없이 그 남자를 따라나선 청소부 여인과 왕으로부터 얻어낸 배 한척으로 미지의 섬을 찾아 떠나기로 합니다. 아주 짧막하지만 저는 무언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앞에 선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 읽어내려간 한자 한자를 곱씹어 봅니다.
그러나 어떤 명확한 답이 제시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요. 저도 고민 끝에 이 책에서 저자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가라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이야기의 중간 중간 현실사회의 모순을 꼬집는 문장들이 있다는 건 누가 읽더라도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국가관료들과 민중들에 관한 이야기는 차치하겠습니다.
저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하나는 '미지'라고 하는 단어의 사용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찾아가려는 미지의 섬은 어디에 있느냐? 제가 그것을 말씀드릴 수 있다면, 그 섬은 미지의 섬이 아닐 겁니다.'(p.29~30)
무엇에 대해 전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어떤 대상에 '미지'라는 단어를 붙이게 됩니다. 물론 그 대상은 왕이나 다른 선원들의 태도처럼 존재하지 않는 무엇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미지'라고 하는 단어는 어떤 꿈이나 희망을 담을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둡니다. 예컨대, 로또복권을 한 장 사서 당첨자 발표가 나기전까지는(미지의 상태) 제법 큰 희망같은 것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당첨번호가 발표되고 난 후에는(인지의 상태)그동안 품어왔던 희망같은 것들은 없어지게 되지요. 이와같이 '미지'는 꿈과 희망을 담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어떤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여 저자가 '미지'라고 하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희망을 담는 그릇'같은 용도였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다른하나는 '섬'이라고 하는 단어의 사용입니다. 이 '섬'이라고 하는 말은 말그대로 현상적인 '섬'의 개념이 아니라 어떠한 대상 일반의 통칭으로 쓰인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이 이야기에서 '미지의 섬'이라고 하는 것은 '미지의 무엇'입니다. 궁극적으로 저자가 '섬'을 이야기의 제재로 사용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기 때문에 조금은 크게볼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지요. 그러나 '섬'을 현상적으로 본다면 그 공간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만합니다.
'섬'은 외따로 떨어진 곳입니다. 바다의 한 가운데 육지와는 고립된, 하지만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알려지지 않은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그런 곳입니다.
하지만'섬'의 대부분은 인간에 의해 점령당하였습니다. 그래서 애당초 지닌 '섬'이라고 하는 신비적인 이미지가 퇴색되었지요.
무튼 제가 이해하기로 '섬'이라고 하는 단어는 어떠한 대상, 목표물을 의미하기 위해 사용된 제재인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미지'라고 하는 단어와 '섬'이라고 하는 단어를 조합해보면 '가능태로서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상이, 즉 목표가 무엇이건 간에 그것에 희망을 부여하는 일.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자신의 희망을 찾아가는 항해, 사내가 청소부 여인이라는 미지의 섬을 발견한 것처럼, 어찌보면 그 목표는 희망의 바로 곁에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지의 섬'을 찾아나서는 용기, 절망이 아닌 희망을 고집하는 삶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우리 운명이 거의 언제나 그런 식이다. 운명은 항상 우리 바로 뒤를 따라다닌다. 우리가 혼잣말로 이제 끝났어, 이제 끝장이라구, 알게 뭐야!라고 투덜댈 때, 운명은 우리 어깨를 다독거리려 이미 손을 내밀고 있'(p.38~39)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