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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시 2
강은교 외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누군가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진 이 있는가 미치도록 붙잡고 싶은 사랑이었으나 붙잡을 수 없었던 사랑이었는가 헤어졌음에도 여전한 사랑이 남아있는가 자신의 마음 하나 굳게 믿으며 오직 단 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살겠다 맹세한 이가 있는가
그런 사람들, 사랑을 잃고 그 아픔에 겨워하며 허우적 거리는 사람들 있다면 난 이 한권의 시집을 권하고 싶다. 일회용, 인스턴트식 사랑이 아니라 영원을 꿈꿀만큼 깊고 가슴저린 사랑을 믿고 있는 자들에게 이 시집을 권하고 싶은 것이다.
한때 난 많은 시인의 사랑노래를 마뜩찮아 했다. 너무도 흔한 '사랑'이란 말 또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허나 이제서야 난 왜 그토록 수많은 시인들이 사랑에 대하여 노래했는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래. 사랑은 분명 크다. 아프다. 우리네 인생에서 그것만큼 실존적인 단어는 없다. 그것으로 인해 삶은 꽤나 의미있는 것으로, 또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시집의 서두-사랑에 우는 당신에게-에서처럼 '누군가가 그리워도 울지 말고 견디라고, 그것이 인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눈물이 나면 울어야'한다. 너무 아프다면 울자. 울어버리자. 사랑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면, 그리하여 견딜 수 없이 삶이 괴롭고, 어려워진다면 눈물을 쏟아내자.
이 시집에 실려있는 주옥같은 사랑시 중에서도 특별히 안도현 시인의 [목련], 고정희 시인의[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기형도 시인의 [빈집] 이 세 편의 시가 나의 마음을 울린다.
'징하다, 목련 만개한 것 바라보는 일
이 세상에 와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라는 것 중에
두근거리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두 눈이 퉁퉁 부은
애인은 울지 말아라
절반쯤만, 우리 가진 것 절반쯤만 열어놓고
우리는 여기 머무를 일이다
흐득흐득 세월은 가는 것이니'
안도현 시인의 [목련]이라는 이 시에서, '징하다'라는 한 마디 시구 앞에서 이미 코 끝이 찡해지는 것은 왜일까? 4연에서처럼 '절반쯤만'열어놓고 '여기 머무를'수 없음을 잘 알기에, 그 사람이 나에겐 '가진 것'전부였기에 가슴이 저미어온다. 그저 '흐득흐득 세월'가겠지...
고정희 시인의 [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라는 시는 1연과 4연은 2연과 3연없이 이어놓아본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바쁜 하루 중에도 사소한 말중에, 잡다한 일 속에서 불현듯 그 사람이 생각날때, 정말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를 때, 그 때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저 그리움에 운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뿐아니라 길을 가다가도, TV를 보다가도 '불쑥불쑥' 그 사람이 찾아올 때면, 그리움에 젖어 운다. 그래 어쩌면 내내 그렇게 그대가 그리우면 울지 모르겠다.
김현 선생이 '아무도 이 불온문서를 보지 말아라'했다지. 기형도 시인의 [빈집]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사랑에 눈이 멀어 잠궈버린 마음 이제 더 이상 주인없는 '빈집'에 갇혀버린 '가엾은 내 사랑'... '더듬거리며' 애써 가둬놓은 사랑이라 이제 그 사랑이 갈 곳 없구나. 하지만 빈집에 가두고픈 절절한 사랑이 가엾게도, 또는 행복하게도 보인다.
이외에도 이 시집에 실린 다른 시들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수없이 눈물 지었다. 하여 '아무나' 이 불온문서를 보지 말아라, 오직 사랑을 잃고 힘에 겨워하는 이들에게만 권한다.
가슴아파 눈물 짓고 두 눈 퉁퉁 부었어도 더 큰 사랑을 꿈꾸는 이들아 다른사람들의 사랑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리고 잊지못할 사랑이라면 그리워하면서 울기도 하면서 여기에 머무르자. 사랑하나 빈집에 가둬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