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반양장) - 하나님께 가는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길
필립 얀시 지음, 최종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월
절판


기도가 하나님 임재에 대한 나의 반응이라면, 먼저 그 임재에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 헨리 나우웬은 "주님이 움직이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드리라"고 제안한다. 문자 그대로 공간, 즉 우주를 만드신 창조주께서는 자녀들의 마음에 '하나님 구역'을 확보하고 잡다한 것들이 삶을 채우지 못하게 지키고 싶어 하신다.-515쪽

하나님과 시간을 '낭비'하는 과정은 내면으로부터 인간을 변화시킨다. 아이는 작심하고 몸가짐이나 독특한 버릇, 목소리 따위를 연습해서 아빠와 비슷해지는 게 아니다. 가족들 사이에 섞여서 계속 접촉하노라면 저절로 가족의 특성이 몸에 배게 되는 것이다.-518쪽

예수님이 약속하신 것처럼, 포도나무에 붙어 있기만 하면 열매는 저절로 열리게 마련이다.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은 그저 '붙어 있는' 것뿐이다.-519쪽

돈 포스티마는 "기도란 조각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는 예술가이신 하나님께 인간을 재창조하고, 더불어 활동하며, 다시 매만지실 기회를 드리는 행위"라고 말한다.-524쪽

십자가의 요한은 기도할 때마다 고개를 쳐드는 '어지러운 마음spiritus vertiginis'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528쪽

내가 드렸던 기도는 뼛속까지 이기적이었다. 주님을 사주해서 욕심을 채울 속셈이었다.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는 증거가 사방에 깔려 있는데 그걸 죄다 무시하고 그분을 다만 해결사로만 대접했다. 그러고 나서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싶으면 금방 조급해졌다.-534쪽

기도를 따라다니는 조급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다. 계속 기도하는 것이다.-534쪽

기도하는 데는 주님께 자신을 활짝 개방하고 인간의 선입견으로 그분을 제한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하나님으로 하여금 정녕 하나님이 되시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뜻이다.-535쪽

인내는 성숙의 상징이며, 세월의 단련을 통해서만 개발할 수 있는 자질이다.-535-536쪽

기다림이 목표가 될 수는 없겠지만,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다리는 법이며, 그 과정에서 인내를 배우게 된다.-536쪽

산다는 건 무의미한 행동들의 연속이 아니다. 삶은 하나님 나라의 목표를 자신의 몸으로 살아내는 경기장이다.-540쪽

기도의 시스템은 수학 공식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하늘나라에 가해지는 기도 압력의 총량으로 응답 여부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544쪽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내 눈을 열어주셔서 주님의 시각으로 상대를 보게 해달라고 간구하며, 하나님이 이미 그를 향해 흘려보내고 계신 사랑의 물결에 자연스럽게 편승한다.-546쪽

기도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누군가를(그리고 자신을)보게 한다. 인간은 저마다 하나님의 형상을 품고 있는 독특한 존재인 동시에 하나같이 깊은 흠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 상대를 예수님의 눈으로 보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식이 너무 사랑스러워 와락 껴안아주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눈길이다.-546-547쪽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리스도가 우리 사이에 서 계신다. 주님을 통해서 이웃에게 다가서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549쪽

중보기도는 잔잔한 호수에 이는 파문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중심으로 점점 넓은 동심원을 그리며 내게서 가장 가까운 이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들에게까지 멀리멀리 퍼져나간다.-549쪽

기도는 하나님을 조종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님의 사랑이 가득한 연못에 한 방울의 사랑을 보태어 그 동심원을 폭을 더욱 넓힐 따름이다.-555쪽

진정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원수를 사랑하고 핍박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충격적인 명령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한 사랑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할 수 있으며, 결국 더 이상 피하지 못하고 그 은혜를 경험하는 이들도 나타날 것이다.-560-561쪽

그리스도인은 친구와 가족, 지인의 범위를 넘어서, 그리고 타당성과 정의의 한계를 초월해서 원수에게까지 하나님 사랑의 범위를 확장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주님의 사랑이 이미 거기까지 미쳤으므로 우리는 그저 따라갈 따름이다.-562쪽

본회퍼는 결론지었다. "하나님은 원수를 사랑하셨다. 그것이 주님 사랑의 결정판이었다." 그리스도인은 사랑으로 원수를 무너뜨린다. 기도는 그런 사랑을 활성화시키는 촉매 구실을 한다. 가슴에 맺힌게 있는데 도저히 용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상처를 입힌 당사자와 아울러 그 원한을 하나님 앞에 내놓고 헤어날 힘을 달라고 간구해야 한다.-562-563쪽

기도는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동행하는 일을 가리킨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무언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님의 임재를 명백히 드러내는 증거다.-567쪽

시몬느 베이유는 "기도는 관심으로 구성된다. 힘닿는 데까지 하나님을 향해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다"라고 했다.-567쪽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는 이들은 주변에서 일어난 평범한 일들을 '빛 한가운데'로 끌어낸다. 거기서 모든 일이 재조정된다. 걸인은 하나님의 자녀로 변한다. 복수의 기회는 은혜의 기회로, 탐욕의 유혹은 자선의 욕구로 바뀐다. 처음에는 한 가지 일을 두 가지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분리된 삶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훈련이 되면, 하나의 삶으로 온전히 통합된다.-568-569쪽

예수님은 기도로 아뢸 수 없을 만큼 시시한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자녀들과 관련된 모든 일(생각, 동기, 선택, 기분 등)에 관심이 많으시다.-571쪽

하나님은 자녀들의 기도가 자기중심적이냐 아니냐에 특별히 개의치 않으신다. 주님은 그저 기도를 듣고 싶어 하실 뿐이다.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라. 자신의 필요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일종의 교만이다.-572쪽

기도를 기교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또는 그분과 지속적으로 동행하는 방식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부적절하거나 엉뚱한 기도에 대한 염려는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573쪽

찬양은 인간의 지위를 낮추는 게 아니라 완성시키므로, 무릎을 꿇는 순간 더 크게 성장하게 마련이다. 우주에서 자신의 자리와 하나님의 좌표를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581쪽

아빌라의 테레사는 기도와 관련된 상세한 책을 쓰면서 "많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많이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오직 기도하는 가운데만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해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582-583쪽

모든 심령을 기울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세는 기도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 똑같은 곤경을 눈앞에 두고도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게 해준다.-584쪽

건강하고 아픈 것 가운데, 넉넉하고 가난한 것 가운데, 그 밖에 세상에 속한 무엇이 내게 유익한지 나는 모른다. 그런 분별은 인간이나 천사의 능력 밖의 일이며 하나님의 비밀스러운 섭리 속에 가무어져 있다. 나는 다만 찬양할 뿐,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584쪽

기도는 그리스도인들을 하나님의 임재 앞으로 데려가며 높은 곳에서 조망하게 해줌으로써 삶을 체험하는 방식을 철저히 바꿔놓는다. 고통을 치유하는 것보다 고난 속에서 믿음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형벌을 피하기보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육체의 가시'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겸손을 배우는 걸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585쪽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누구나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무지개처럼 세상에 두루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588쪽

하나님은 지속적인 관계를 원하신다는 놀라운 사실을 믿고 기도한다. 기도라는 행위는 무한하신 창조주와 유한한 인간 사이에 난 커다란 틈을 메우기 위해 주님이 직접 정하신 방법임을 신뢰한다. 그리고 세상을 치유하시는 거룩한 사역의 물결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마치 숨을 쉬듯 기도한다. 숨을 멈추면 누구도 살 수 없다. 기도는 완벽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아니다. 불완전한 물질계에 사는 흠 많은 내가 완전하고 영적인 존재를 향해 손을 내미는 행위이기 때문이다.-589쪽

기도의 형식은 필연적으로 변하게 마련이지만(완성품이 아니다), 기도의 본질은 언제나 '대화'에 있다.-5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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