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반양장) - 하나님께 가는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길
필립 얀시 지음, 최종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월
절판


이제는 승리주의에 빠지지 않은 감사와, 작위적이지 않은 동정심이 깃든 겸손한 태도로, 기도의 비밀을 최대한 존중하며 간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401쪽

하나님의 성품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족을 구하는 태도가 문제의 핵심이다.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사람의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훗날 야고보 사도는 이 원리를 다시 한 번 부연해서 설명했다.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약4:3)-404쪽

마하트마 간디는 세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무슨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 능력을 폐기시킬 힘을 달라고 기도하겠소."-413쪽

응답하지 않으신다고 해서 관심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응답없는 기도야말로 하나님의 가장 귀한 선물일지 모릅니다.-414쪽

기도의 핵심은 응답될 수도 있고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결과를 강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혜가 무궁무진하신 분께서 어리석기 한량없는 피조물의 요청을 듣는다면, 경우에 따라 들어주기도 하시고 거절하기도 하시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응답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는 건 기독교의 교리가 아니다. 오히려 마술에 가까운 현상일 뿐이다.-422쪽

우리 기도 역시 기도의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용서하고 용서받는다든지, 가난한 이들을 향해 따뜻한 마음을 품는다든지, 성령의 열매를 키워가는 데 진보가 있도록 도와달라든지 하는 문제는 아무 조건 없이 간구할 수 있는 제목들이다. 하지만 '가시'를 제거해달라고 간청했던 사도 바울의 기도처럼 제한적으로 구해야 하는 사안들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을 지배하는 자연법칙을 십분 존중해서 자제해야 할 일도 있다.-427쪽

하나님의 계획은 '베스트 아리아 40곡' 방식이 아니라 느릿느릿 흘러가는 오페라처럼 진행된다.-429쪽

바로 지겨운 과정, 기다리는 행동 자체가 인내와 끈기, 신뢰, 온유, 긍휼 따위의 자질을 키워내는 자양분을 공급한다. 하나님이 세상에 역사하시는 흐름에 몸을 담고 있기만 하면 자연히 그런 성품들을 갖추게 된다.-429쪽

믿음은 미래지향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도록 요구한다.-430쪽

세상에 대해 하나님은 내내 기다리고 계신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사랑하시기에 인류사 전반에 걸쳐 가해지는 모욕을 참아내시는 것이다.-430쪽

원하는 응답을 받든 말든, 무슨 기도를 하든, 나는 하나님은 무슨 일이든 모두 사용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의지할 수 있다. 하나님이 구속하실 수 없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 작가 존 베일리는 "오 하나님, 저를 가르치소서, 오늘 제 삶의 모든 환경을 사용하셔서 죄가 아니라 경건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432쪽

국제 구호 단체 월드비전의 창설자 밥 피어스의 간구가 뒤따라야 한다. "주님의 마음을 울리는 일들이 내 마음도 울리게 해주세요." 여기에 반응한 이들은 스스로 그 기도 응답이 되었다.-439쪽

하나님은 아버지고 우리는 자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하나님은 극작가고 그리스도인들은 배우다. 기도의 존재는 은혜의 선물이며 조화로운 미래로 우리를 부르는 너그러운 초대다. 응답받지 못한 기도는 바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던 바로 그 신비, 즉 하나님의 시각과 인간의 관점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는 진리와 마주치게 해준다.-444쪽

인간이 제아무리 지혜롭고 신령하다 해도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방식을 꿰뚫어볼 수 없다. 누구에게는 기적이 일어나고 다른 이에게는 침묵하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이 일에는 개입하시고 저 일은 그냥 놔두시는 까닭도 파악할 수 없다. 사도 바울과 마찬가지로 그저 기다리고 신뢰하면 그뿐이다.-447쪽

예수님은 모든 가난과 모든 고통, 인간의 모든 필요를 해결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적이 없다. 다만 예쁘고, 능력 있으며, 제 힘을 믿는 이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라를 선포하셨다.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하나님 없이 살 수 없음을 가장 흔쾌하게 인정하는 이들은 대부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장애인이나 고통중에 있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처럼)이었다.-477쪽

죄는 몸과 혼과 영의 조화를 깨뜨려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망가뜨린다. 고백은 근심과 죄책감, 두려움 등 건강을 망치는 장애물들을 쓸어내는 동시에 하나님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회복시킨다.-486쪽

보통은 기도를 씨름하듯 매달려야 하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생각했었다. 누군가를 고쳐달라고 간구하고 나면,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선명했다. 기도하면서 너무 괴로운 나머지 주먹을 꼭 말아 쥐고 있었던 까닭이다.-489쪽

어려운 시기를 만나면 시야가 좁아져서 나 자신과 내 문제들 외에는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다. 그런데 하나님의 사랑이 미치는 반경을 넓히자면 모든 눈을 들어 훨씬 먼곳을 볼 필요가 있다.-495쪽

그러나 허다한 유익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 같은 믿음에는 한 가지 중요한 결함이 있다. 미래, 즉 마음이 소원하는 변화에 전부를 건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런 변화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건강해지거나, 직장을 얻거나, 결혼하거나, 그 밖에 무엇이든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무 일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내는 작업은 당장 해야 한다. 기대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504쪽

자비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표현대로라면, 은혜는 "하늘에서 보슬비가 부드럽게 떨어지듯" 온 세상에 내린다. 거기에 반응하여 인간의 영혼은 제 힘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만큼 까마득한 높이까지 솟구쳐 오른다.-5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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