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반양장) - 하나님께 가는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길
필립 얀시 지음, 최종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월
절판


사랑을 나누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무수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기도의 당사자들 또한 무수하게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긴다 한들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지 않은가?-286쪽

어떻게 해야 제대로 기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기도하면 됩니다. 더 잘 기도하고 싶으면 더 많이 기도해야 합니다."-288쪽

신약 성경은 기도를 장기전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무기로 소개한다. 예수님의 비유를 보라. 불쌍한 과부는 불의한 재판장을 악착같이 괴롭히고 나그네를 위해 음식을 얻으러 간 남자는 이웃집 문간을 끈질기게 두드린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을 하나님의 "전신갑주"(엡6:11)를 입은 군사로 묘사한 뒤에 "무시로 깨어 기도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명령했다. 자식처럼 사랑했던 디모데에게는 군사답게 고난을 달게 받고, 농부처럼 수고하며, 운동선수처럼 달리라고 가르쳤다.-295-296쪽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무려 10년에 걸쳐 귀, 팔꿈치, 손 등 신체 부위를 다양한 시점에서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연습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정확하게 그려냈다. 운동선수나 음악가들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훈련하지 않고 거장이 되는 길은 없다. 주님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꼬박꼬박 기도하는 훈련이 필수적이다.-299쪽

기도란 삶의 현장에서 물러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 세계의 사건들(자연의 변화, 골치 아픈 과제, 혼란스러운 감정, 인간적인 고뇌 등)을 하나님 앞에 꺼내놓고 다시 세상에 나가는데 필요한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를 요청하는 일을 말한다.-300-301쪽

기도는 하나님의 인간의 세계로 초청하는 동시에 속사람을 거룩한 세계로 들여보내는 작업이다. 예수님은 홀로 한적한 곳에 나가서 오래도록 기도하셨지만 결혼식이나 저녁식사 따위의 행사가 즐비하고, 병들고 가난한 이들이 아우성치는 분주한 세계로 어김없이 돌아오셨다.-301쪽

세상 일은 하루에 세 번씩 시간 맞추어 기도할 수 있도록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게 기도하는 구조가 모든 이들에게 유익하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위험 요인은 따로 있다. 기도가 일상의 일부로 흡수되어 습관적으로 되풀이되는 바람에 하나님께 진실한 마음을 보여드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328쪽

부족한 게 없는 인간이 하나님을 마음의 중심에 모셔 들일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모자라고 부적합하다는 인식은 망가진 인류와 완벽한 하나님 사이를 연결하는 기본 원리다. 따라서 그런 인식은 창조주와의 대화를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기도의 가장 큰 동기라고 보아야 한다.-334쪽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주님의 소중한 시간과 관심을 차지하기에 합당한 기도를 드릴 수 있을까? 한마디만 하겠다. 마음을 편히 가지라.-338쪽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가야 한다는 조건 말고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기도 원칙이라 할 만한 것은 없다. 사람마다 성품과 외모, 훈련의 깊이, 약점, 교회나 하나님과 더불어 지내온 이력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로베르타 본디는 말한다. "기도하고 있다면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이다."-340쪽

예수님은 모범이 될 만한 기도를 가르쳐주셨다. 이른바 '주님의 기도'다. 하지만 그밖에도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셨는데 대략 정직하라, 단순하게 고하라, 꾸준히 계속하라 등 세 가지 원리로 압축할 수 있다.-341-344쪽

기도는 하나님과 교제하는 도구다. 복식부기 같은 기법이나 기교의 일종이 아니다. 무슨 규정집에 따라 관계를 맺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구상의 누구와도 닮지 않은 저만의 얼굴과 몸, 지성, 감성과 기질을 소유한 인격체로서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사귈 뿐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인간이고 왜 사는지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진정한 자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해도 조금도 놀라지 않으신다.-346쪽

C.S.루이스는 이렇게 적었다. "가장 형편없어 보이는 기도가 실제로 하나님의 눈에는 제일 훌륭한 간구처럼 보일지 모른다. 경건한 느낌이 매주 적고 대단히 내키지 않아하면서 드리는 기도 말이다. 이런 기도들은 거의 모두 감정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355쪽

하나님의 임재를 드러내는 새로운 증거를 찾아 헤맬 게 아니라 세상 만물과 성경 말씀, 예수님, 교회 등 창조주가 이미 베풀어주신 계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본회퍼는 무슨 권리를 가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예외적인 영적 체험을 요구하는 인간의 허영심에 경종을 울렸다. "행복을 좇지 말고 하나님을 찾으라. 그것이 모든 묵상의 기본 원리다. 주님만 구하고 또 구하면 결국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경의 약속이다."-365쪽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불평이 치밀 때마다 오히려 그분이 내 얼굴을 볼 수 없다고 불만스러워하는 게 백번 마땅하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하루 스물네 시간 가운데 고작 몇 분을 주님을 위해 떼어놓고 온갖 생색을 내지만, 실제로 생활 중에 양심을 통해 말씀하시는 미세한 음성을 대놓고 거부하거나 아예 무시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376-37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