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반양장) - 하나님께 가는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길
필립 얀시 지음, 최종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월
절판


주님에게 기도는 무기력하게 울부짖는 군중들로부터 한발 물러서 전열을 가다듬는 피난처이기도 했고, 악과 고통이 없는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는 통로이기도 했다.-136쪽

앤더슨은 유다의 사례에서 기도의 핵심 원리 하나를 추출해냈다. "기도는 삶에서 정체를 알 수 없으며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런 성분들을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은혜의 사역에 포함시키는 도구다."-139쪽

이유야 어찌됐든, 하나님은 지금 세상을 너그럽게 봐주고 계신다. 아버지가 몸이 성치 않은 아들을 학대하고, 자녀가 선천적인 장애를 지닌 채 살아야 하고, 유방에 생긴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되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젊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세상을 꾹 참고 지켜보시는 중이다.-149쪽

주님은 시험 자체를 없애달라든지 결코 실족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으신다. 비록 시험을 당하고 실패를 거듭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늘나라의 유익한 일꾼이 되고 주님을 좀 더 닮아가길 간청하실 따름이다.-152쪽

트렌치 대주교는 단언한다. "기도는 하나님의 뜻을 꺾는 작업이 아니다. 기꺼이, 자발적으로 베풀어주시려는 그분의 마음을 붙잡는 행위일 뿐이다."-164쪽

역사란 창조주가 인간에게 통치권을 나눠주시는 과정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기 앞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선물로 주시고 그 대표들을 불러서 파트너 역할을 맡기셨다.-175쪽

기도는 하나님과 협력하는 도구다. 은혜가 작동할 수 있도록 문을 여는 열쇠인 셈이다.-179쪽

묵상이란 기도하는 인간이 아니라 기도의 궁극적인 대상이신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는 행위다. 오직 하나님만을 찾고 또 찾는다면 결국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분을 만족시켜드릴지 연구하게 될 것이다.-190쪽

하나님은 기도를 인간의 욕구가 아닌 하나님의 뜻이 세상에서 이뤄지는 도구로 삼으셨다.-190-191쪽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거룩한 사역을 감당하는 파트너로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기를 추구하는 동시에, 무슨 일이든 주님이 원하시면 기꺼이 헌신해야 한다. 예수님은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 6:10)라고 기도하도록 가르치셨다. 이건 차분하고 온건한 분위기의 말씀이 아니라 명령조로 다그치는 쪽에 가깝다. "정의를 세워주세요! 세상이 똑바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하나님은 세상에 치유와 구원을 전달하는 사절로 일할 파트너들을 부르고 계신다.-196쪽

그리스도인이 누군가를 돌본다면 곧 예수님이 보살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용서하면 그리스도가 용서한 것이다. 상처 입은 이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건 주님이 손을 내미는 것과 같다.-196-197쪽

세상 권력에 연연해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일수록 기도를 통해서 더 위대한 권세에 다가설 수 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신뢰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핍박받는 그리스도인들은 기도가 보이지 않는 세력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205쪽

칼 바르트는 "기도하기 위해 두 손을 모으는 행위야말로 무질서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일어서는 출발점"이라고 썼다.-209쪽

본회퍼는 기도의 본질을 "세상에서 사역하시는 하나님과의 파트너십"으로 파악했다. 세상에 가득한 악을 보고도 지레 체념한 채("세상이 다 그렇지 뭐") 신앙생활에만 전념하는 독일 그리스도인들을 맹렬하게 꾸짖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기도만 해놓고 나머지는 모두 하나님한테 떠맡기는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보았다. 반면에 기도의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무작정 악에 맞서겠다고 덤벼드는 행동주의에 대해서도 엄중히 경고했다. 악과 싸우려면 '행동하는 기도'와 '기도하는 행동'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219-220쪽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을 확실히 신뢰하는 믿음을 갖는 동시에, 반역적이고 타락한 세상에서 주님의 거룩한 성품을 삶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소명감을 품기 마련이다.-220쪽

"역사는 장차 다가올 세상의 참모습을 아는 이들의 중보기도에 따라 달라진다." 기도하는 이들이야말로 악과 고통, 죽음을 이기고 최후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핵심 요원들이다.-231쪽

그리스도는 병자를 고쳐주고, 죄인을 찾아다니고, 굶주린 이들을 먹이고,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따위의 힘들고 고된 일들을 하라고 명령하셨다. 갈릴리에서 벌이셨던 사역을 손수 세계 방방곡곡으로 확장하시기보다 우리 손에 위임하셨다. 파트너로 삼은 인간들이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신 것이다.-243쪽

기도는 창조주와 피조물, 영원과 시간을 한 점으로 수렴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 속으로 끌어들인다. 기도란 시간에 묶여 사는 지상의 인생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좀 더 직접 개입해주시도록 요청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247쪽

바울은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고 가르쳤다. 킹 제임스 성경은 "아뢰라present" 대신 필요를 "알려드리라making known"고 쓰고 있다. 모든 걸 알고 계신 주님께 어떻게 필요를 알릴 것인가? 열쇠는 바로 관계다.-255쪽

쇠렌 키르케고르는 "기도는 하나님을 바꾸지 않는다. 기도하는 사람을 바꿀 뿐"이라고 말한다.-271쪽

기도라는 바로 그 행동을 통해서 주님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채널이 열린다. 끈질긴 기도는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게 해서 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관계가 진전되면서 저마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님이 정작 본인들보다 더 분명한 그림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272쪽

기도는 독백이 아니라 서로서로 관계 안에서 맞춰가는 진실한 대화다. 처음에는 자기 소원을 아뢴다 할지라도 시간이 흘러 대화가 깊어지면 전혀 다른 관심사를 갖게 된다.(......)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기도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욕망과 계획은 차츰 하나님의 뜻이나 섭리와 조화를 이루게 된다.-273쪽

시몬느 베이유는 묻는다. "하나님과 씨름을 벌이고도 깨어지지 않았다면, 그보다 더 큰 재앙이 있을까?" 다시 말해서, 지금은 패배처럼 보여도 언젠가 영원한 승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속이는 자' 야곱은 멀쩡한 두 다리를 뽐내며 돌아다녔지만, 이스라엘은 다리를 절었을지라도 열국의 아비가 되었다. 끈질긴 기도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을 얻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있다.-275쪽

기도는 하나님께 우리를 재건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조각가처럼 정으로 대리석을 다듬고, 화가처럼 색깔을 입히며, 작가처럼 말을 다듬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살아있는 동안 결코 완성되지 않으며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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