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아프간에서 피랍된 이들에 대한 소식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나 또한 평화적인 해결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교인들의 얘기를 듣자 하니, 탈레반 세력에 대한 극도의 증오가 가감없이 묻어나고 있는데 그걸 들을 때마다 나의 심기는 적잖이 불편하다.

무엇보다 문제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숙고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단순히 무고한 이들을 납치한 상황에 대한 개탄은 어떠한 해결책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다만 무책임한 언설에 불과할 뿐이다. 반면 문제의 근원을 숙고한다는 것은 사태를 직시하고, 온당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올바른 전제이다.

많은 이들이 현 사태에 대한 문제의 근원을 찾는 일에 몰두하기는 커녕, 탈레반 무장 세력들을 증오하거나 피랍된 교인들의 대책없음을 조소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인간이 한 인간에 대한 책임과 존중, 그리고 자비심과 결별한 이들의 '뻘짓거리'이다. 적어도 평화적인 해결을 바란다면, 두 가지 지점에서 사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기독교인들의 공격적인 선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며, 둘째로, 그동안 '보수와 지원'의 명목으로 파병되었던 한국군이 기실 미국의 지원군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맹목적으로 그들을 비판하거나 타자화시킬 때, 우리 자신은 이미 끔찍한 테러를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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