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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문으로서의 동학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13
김용휘 지음 / 책세상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한 믿음은 교회를 열심히 나가고 안 나가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는 앎의 차원이나 신념의 차원 역시 아니라고 본다. 진정한 믿음은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해서 예수로 상징되는 진리와 생명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자기 삶의 중심적 가치로 수용해서 살아가는 마음의 태도라고 본다. (9쪽)

 
   

 이 책의 머리말을 읽으며 나는 전율했다. 진정한 믿음은 신념의 차원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있다는 단순하고도 어려운 진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더구나 서른아홉의 나이에 이르도록 ‘구원’이라는 문제와 씨름하며 방랑했던 그의 생의 여정들은 이 말이 얼마나 치열한 고투 속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가늠케 하고 있었다. 결국 지난한 속에서 그가 발견한 ‘구원’에 이르는 ‘믿음’이란 바로 삶의 문제이며, 어떠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느냐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번민하며 여러 종교를 방황하던 그에게 있어서 종착점은 바로 ‘동학’이었다.   

저자 김용휘는 그가 도달한 ‘동학’이라는 종교가 바로 오늘날의 세계현실인 ‘죽임’(죽임은 인위적인 생명 파괴를 지칭하는 표현이며 생명과 생태계 파괴가 지속되고 있는 현 문명에 대한 비판과 관련된 용어이다.)을 극복할 ‘생명의 길’임을 밝히면서 동학의 내용과 의미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그는 그동안 ‘동학’이 종교가 아니라 일종의 사상적 성격으로 이해되어왔던 것을 비판하면서 동학이 학문이자 동시에 종교였음을 주장한다. 사실 동양에서는 언제나 학문과 종교 또는 도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오강남 교수의 <세계종교 둘러보기>라는 책에서도 ‘동학’은 한국의 민족종교로서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수행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 성화’라는 동학적 생활양식을 설명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날 동학은 단지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일종의 운동적 이념이나 사상으로 이해되었을 뿐더러 종교적 수행과 같은 성격을 일체 배제된 듯 인식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동학’의 ‘불연기연(不然其然),’ 즉 ‘아니다, 그렇다’의 논리를 주목하면서 새로운 학문적 방법론으로 본다. 왜냐하면 불연기연이라는 ‘반대일치의 논리’는 양극단, 곧 동양과 서양, 과학과 종교, 이성과 직관, 이론과 실천, 타력적 신앙과 자력적 수행 등과 같은 상호 모순의 원리들을 통합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학문적 방법론의 토대 위에 ‘시천주侍天主’로 대표되는 동학사상을 생명론적 얼개 속에서 그려 넣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결론적으로 ‘동학’이 바로 실천적 수행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실천적 수행이 자신의 삶을 성화시키고, 사회를 성화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한 차원에서 동학은 결코 정치운동이나 혁명이론이 아니라 인간의 궁극적 변화와 구원을 갈망한다는 차원에서 한나의 온전한 종교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지난날 ‘동학’에 대한 오해들에서 비롯된 왜곡에 답하는 방식으로 친절하고, 상세하고 기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진행되었던 ‘동학’ 연구들을 모두 섭렵하여 161번에 이르는 방대한 각주를 동원하여 이해를 돕는다. 

 예수를 믿고 따르는 기독교 신자로서, 그리고 한국적 기독교라는 토착화 문제에 대해 고민을 안고 있는 한 신학도로서 이 책을 통해 ‘동학’과 만나게 된 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특별히 동학을 토착적 기독교의 원형으로 삼아 기독교와의 조우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죽임’의 세계 현실 속에서 종교가 지향해야 할 바는 과연 무엇인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땅의 모든 종교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이미 19세기에 등장한 동학이 말하고자 했던 것처럼 모든 이들을 한울님으로 모시며, 모든 만물을 한울님 대하듯 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그렇게 살려고 애쓰는 수행의 노력들을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오늘 나는 그 ‘후천개벽’의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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