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잃고


너를 잃고 나는 걸었다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가랑잎들만 발에 채이고

살아있는 싱싱한 풀잎 한장 내 마음 받아주지 않네

바람 한자락 시린 내 뺨 비껴가지 않네


다정했던 그 밤들을 어디에 파묻어야 하나

어긋났던 그 낮들을 마음의 어느 골짜기에 숨겨야 하나


아무도 위로해줄 수 없는 저녁,

너를 잃고 나는 썼다

 

 

_지난 주말 이천을 오가며 최영미 시인의 시를 품었다. '바람 한자락 시린 내 뺨 비껴가지 않'는 요즘 근황. 매일이면 찾아오는 '아무도 위로해줄 수 없는 저녁'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야말로 걷는 것 뿐이었다. 조근조근 그녀의 위로 하나 싸근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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