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징하다, 목련 만개한 것 바라보는 일


이 세상에 와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라는 것 중에

두근거리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두 눈이 퉁퉁 부은

애인은 울지 말아라


절반쯤만, 우리 가진 것 절반쯤만 열어놓고

우리는 여기 머무를 일이다


흐득흐득 세월은 가는 것이니

 

 

  _ 책의 첫 페이지엔 2003년 10월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래 지금으로부터 4년전 나는 이 시집의 서두에 날짜를 각인해 놓았었다. 4년 후 지금의 난 이 시를 재차 읊조리며 떠나간 사랑을 생각한다. 그리고 내겐 더 이상 '절반의 여유'가 없음을 확인하게된다.

 2003년 10월, 그 고통의 시간에 이 시가 담겨진 페이지 귀퉁이에 나는 이렇게 적어놓았드랬다. "절반쯤만...딱 절반쯤만......" 체념된 말줄임표에 당시의 회한과 슬픔이 밀려온다. 나는 그동안, 아무래도 밑진 사랑을 한 것 같다. 온 몸, 온 맘이 상처 뿐이다.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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