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랑하는 나와
사랑하는 나의 외투와
사랑하는 욕망과
사랑하는 헛기침과
빈방과
칙칙대는 라디오와
가물대는 그리움과
나란히 눕는다
어디선가 기웃이
소만한 꽃이
나를 들여다본다
어디서 기울어진 꽃인가
가만히 보니 꽃 뒤로
내 발바닥이 닿아 있다
_ 요즈음,
나는 우울하다.
못다한 사랑에 대한 아픔이,
이루지 못한 소망에 대한 아쉬움이,
체념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마음을 샅고 든다
이처럼 한 송이 피지 못한 내 안의 꽃들이
오늘밤도 뒤척이는 건 여전하다.
나는 오늘밤도
"사랑하는 나와
사랑하는 외투와
나란히",
아주 나란히
同庫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