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말죽거리 잔혹사'로 화려하게 데뷔한 유하 감독. 시인인 그가 영화로 눈을 돌렸을 때 그의 역량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70년대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학원 폭력'이라는 소재로 그려냄으로써 영화적 완성도 뿐만 아니라 볼거리에도 충실한, 소위 '볼만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비열한 거리'로 더 심도있고, 더 재미있게 돌아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말죽거리 잔혹사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폭력화된 인간상을 그렸다면 비열한 거리는 인간 내면의 모순으로 눈을 돌린다. 기실 '의리에 살고 죽는 건달들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존재할 법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 '조폭영화'의 통념상 '의리'는 하나의 등식처럼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타지를 비열한 거리는 거부한다. 오히려 영화는 조폭들의 세계를 인간세계의 하나의 상징으로 넘나들며 '의리란 인간세계에서는 아예 존재할 법 하지 않은 것'으로 일반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화가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사람되기는 힘들어도 괴물되지는 말자'(생활의 발견)던 한 영화의 대사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은 별 수없이 때론 '괴물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괴물들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연민보다는 자신의 이득을 존재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사람과는 다르다. 이러한 괴물들은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출신성분(철거촌/초등학교 동창/심지어는 '식구')과는 상관없이 당면한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관계의 지도를 다시 그려나간다. 과격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이러한 이야기가 인간사회의 축소판이자 현실임은 인정할 만하다. 
바로 그러한 점에서 '비열한 거리'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만하며, 기존의 조폭 판타지 영화와는 분명히 차별화된 길을 걷는다. 그 차별화된 길이란 바로 '의리로 똘똘 뭉친 거리'가 아니라 '비열한 거리'이며 인간들의 비루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