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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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어떤 내용인지는 몰라도 이런 회사가 있다면 한번쯤 사건을 의뢰해 보고픈 생각이 든다만,

이 회사는 개인적 원한관계를 풀어주는 흥신소 성격이 아닌 사회악을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는걸 목적으로 어떤 이익도 추구하지 않는다.

주인공 정동언은 화천에서 작은 수목원을 운영하는 서른 살 청년이다.

소위 금수저.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았던 그는 중학생 때 자신이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후

대인기피 증상이 생기고 스스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정동언에게는 모든 식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식물과의 교감을 채널링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식물들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걸로 이해하고는 마치 'What women want' 영화처럼 머리가 어지럽지 않을까 했는데

그보다는 PC통신 채팅방이나 카톡과 비슷하다.

채널링을 개설하고 일대일 혹은 다수의 수목들과 대화를 하고, 염사도 전송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이외수 소설의 특징이지 않을까 싶다.

아주아주 오래전 '칼'을 읽은 후 이외수 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도인같은 작가의 이미지도 그렇지만 소설속에도 그런 부분들이 등장한다.

처음엔 신선했다. 와~ 이런 기발한 생각이라니!

정말 있을법한 얘기같아서 흥미로웠다.

동물학대자, 일진, 교묘하게 아동학대하는 어린이집 선생님,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언론인, 교수, 정치가들을 차례로 응징한다.

특히 녹조라떼의 장본인 MS라고 나오는 정치가는 꼭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다 알수 있어 소설 속 응징의 일들이 현실이 되길 바라면서 읽었다.

거기까지는 그랬다.

채널링에 이젠 몇겁의 전생을 겪은 외계인의 등장에는 조금 황당하기도 하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했던 내용인지라 그런지 중복되는 내용이나 앞서 일어난 일에 대한 부연설명이 너무 자주 등장해서 읽는데 흐름이 깨지곤 했다.

정동언의 오랜 그리고 유일한 친구 박검사의 아재개그 역시 너무 자주 등장하거니와 이해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지 그걸 다시 설명해주는 지나친 친절함이 불편했다.

그리고 정말로 '통쾌한 복수'를 기대하며 읽었으나 기대했던 것 만큼 보복의 수위가 높지 않아서 사실 실망스러웠다.

좀더 따끔한 더 통쾌한 더 잔인한 복수를 기대했는데 말이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의 신비한 능력에 인간이 참으로 미약한 존재이구나 느끼기도 했다.

식물이 정말로 그런 능력들을 가지고 있을까?

CCTV처럼 일거수 일투족을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오싹해진다.

다행인걸까? 우리집에는 베란다 밖 나무들 말고는 없다는 거. ㅎㅎ



백량금의 설명에 의하면, 대부분의 인간들이 염사 불능 상태에 빠지는 이유가 머리로 어떤 문제에 접근하려 드는 습관때문이다. 머리로 접근하면 대상에 대한 실체도 볼 수 없으며 대상에 대한 본성도 느낄 수가 없다. 머리는 측은지심도 느낄 수가 없으며 아름다움도 느낄 수가 없다. 머리는 알기 위해서 존재하는 도구이지 느끼기 위해서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다. 사랑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대상에게 머리로 접근하면 당연히 합일이 불가능해진다.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상과의 합일은 오로지 마음으로만 가능하다.
- P24

인간은 과연 만물의 영장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생존 경쟁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약육강식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한 법칙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에게 당연한 법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은 동물들에게나 통용되는 법칙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다. 만물을 멸살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서도 아니다. 지구상에서 오로지 인간만이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다.
(...)
인간이 정말 만물의 영장이라면 약자가 쓰러져 있을 때 강자가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다. 쓰러져 있는 약자를 보았다면 강자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고 비록 느리더라도 목적지까지 함께 갈 수 있어야 만물의 영장이다. 그래야 인간이다.
- P42

"세상에는 악한 사람들보다는 착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하지만 이런 놈들이 벌을 받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착한 사람도 금방 악한 사람 흉내를 내면서 살고 싶어집니다."
- P161

약간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봄이 오기 전 꽃을 시샘하여 분다는 꽃샘바람. 이름은 예쁜데 심성은 야멸차다. 하지만 삼십 년 사랑온 내 인생 경험만으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겨울은 새봄을 이기지 못하고 어둠은 광명을 이기지 못한다. 악담은 덕담을 이기지 못하고 짝퉁은 진퉁을 이기지 못한다. 탐욕은 청빈을 이기지 못하고 미움은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왜 세상은 엉망진창일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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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핀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6
청웨이 지음, 신영미 옮김 / 보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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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 중국아동문학 100선 대표선 빨간 머리핀은 90년대 중국, 고등학생인 류사와 예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성장소설이다.

수학시험에 망치고 선생님께 혼나서 자살기도를 할 정도로 심약한(정말이지 이해가 안가지만)

예예의 아빠가 어느날 경제사범으로 잡혀들어가게 되었다.

가족을 포함한 이웃들이 이 사실을 예예에게 숨기고 미국으로 갔다고 하면서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게 된다.

예예가 또다시 나쁜 생각을 할까봐 모두가 선택한 하얀거짓말 작전.

예예의 가장 친한 친구 류사는 이 작전의 중심에 있다.  그맘때는 친구말에 더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류사는 그런 예예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두의 관심에 질투가 난다.

난 그런 류사를 이해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류사도 역시 성장한다.

당시 미국으로 간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자 중국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문화적 풍토가 있었나 보다.

예예의 아빠가 미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접근한 남자친구도 있고,

(이 녀석이 콘서트티켓을 얻는 과정을 보면서 이런 사람은 절대 성공해선 안된다며 혼자 분개하기도 했다 ^^:)

또 미국인과 결혼해서 중국의 현실에서 벗어난 대학생 얘기도 나온다.

결국 거짓말은 들통이 났지만 예예는 힘겹게 이겨낸다.  물론 류사의 도움이 컸다.


빨간 머리핀은 예예의 아빠가 예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 준비했던 건데,

갑작스럽게 잡혀가서 전해주지 못했다.

다음 크리스마스즈음 빨간 머리핀은 예예에게서, 그리고 예예가 성장하도록 도와준 그녀에게 돌아간다.

왜 '빨간 머리핀'이란 제목을 지었을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지만

'붉은 색' 장치가 몇번 더 나오는 걸로 봐서 중국인에게는 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정도밖에는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 어릴적 사춘기를 되돌아봐도 특별히 공통점이 없어서(너무 오래돼서 무뎌졌겠지만) 몰입이 되지진 않았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나, 사춘기우울증을 겪고 있는 자녀를 두었다면 좀 더 와닿았을까?

여자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 사랑하는 사람의 애정,

이 세가지라고 말하는(p. 286) 작가의 시선이 조금 불편했다.

당시의 중국의 생활상이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긴 했다.


 

 

p. 79~80

"내, 내가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사라고 생각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
(...) 제발 너무 일찍 방향을 결정하지 마. 그러면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게 되는 거야."

p. 176

사람들은 정말 이상하다.
누군가 불행을 겪거나 슬퍼할 때, 또 누군가 통곡을 할 때면 사방에서 모여들어 손을 내민다.
사람에게는 약자를 동정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 뜻밖의 행운을 맞아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면 많은 사람들이 질투를 하고 등을 돌려 버린다.
왜 사람들은 타인의 행복과 즐거움을 질투하지 않고 그냥 기뻐해 주지 못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혹시 세상의 행복과 즐거움은 총량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 행복하고 즐거우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는 불행하고 비애를 느끼게 되는.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질투와 동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건 인류의 약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인류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약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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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에서 처음으로 함께 읽기에 도전한 책이다.

처음엔 엄청난 페이지수에 지레 겁먹었지만 쉽게 읽혀서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굉장히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무겁지만 않다면 지하철에서 읽기도 딱인 그런 책이다.

분량이나 가볍지 않은 주제에도 불구하고 초등5학년 권장도서라 한다.


'함께 읽기'를 위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씹어 읽었던 것 같다.

수많은 포스트잇들이 그걸 말해준다.

분량과 감동에 비해 (물론 분량이 감동에 비례하진 않지만) 함께 이야기한 두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아쉬웠다.

서로가 느끼는 감동 포인트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한번 읽게 되고.

함께 읽고 감상 나누기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오기.

책 속 등장하는 잭과 아이스크림가게의 장면이 실제 작가가 겪었던 일로,

이 한 장면과 우연히 들었던 'Wonder'라는 노래(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로 이 작품이 탄생했다.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감탄을! 무엇보다 이 책의 작가의 첫작품이라니 더욱 놀랍다.

겉표지의 히끗히끗하게 바랜 듯한 색감 역시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다고 한다.

(작가의 전직은 책표지 디자이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각 꼭지별로 혹은 특정 장면에서 노랫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 음악을 들으면 좀 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모아봤다.

특히 오기와 아빠가 신나게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의 The luckiest guy on the lower east side 는

꼭 노래를 들어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 노래가 좋아졌다!)

다른 노래들도 가사(음...해석하기 좀 힘들지만)를 음미해보면 더 깊이있게 다가올 것 같다.



p. 7

Natalie Merchant - Wonder

p. 133

David Bowie - Space Oddity

p. 189

Christina Aguilera - Beautiful

p. 359

Andain - Beautiful Things

p. 379

Eurythmics - Beautiful Child

p. 441

The Magnetic Fields - The luckiest guy on the lower east side


줄리안 p. 91

 Loenard Cohen - The Partisans


 

너무 많은 주옥같은 문장들이 다가와서 양이 많지만 빠짐없이 메모해보려 한다.

훗날 내가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다시 새겨볼 수 있을테니, 리뷰를 하는 목적은 바로 그런 것이니.

특히 조금 긴 글이지만 터시먼 교장선생님의 연설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학창시절 나의 교장선생님들도 이런 훌륭한 말씀들을 하셨을까?


 

p. 39

어렸을 때는 처음 보는 아이들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 아이들도 나처럼 꼬맹이였으니까.

어린애들이 좋은 점은 더러 기분 나쁜 말을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전혀 악의는 없다는 거다.

더구나 어린애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큰 아이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안다.

그런 말은 도저히 웃어넘길 수가 없다.

작년부터 길게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이유도 앞머리가 눈을 가려주기 때문이다.

앞머리가 길면 보기 싫은 것들을 가리고 싶을 때 써먹기 좋으니까.

(어거스트)



p. 72

선생님이 모두를 보며 싱긋 웃었다.  왠지 나를 향해 제일 많이 웃어 준 것처럼 느껴졌다.

가르시아 선생님처럼 반짝이는 미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평범한 미소였다.

(어거스트)


 

p. 84

브라운 선생님의 금언

만약 옳음과 친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어거스트)


 

p. 130

생쥐소년. 변종. 괴물. 프레디 크루거. 이티. 구토유발자. 도마뱀 얼굴. 돌연변이.

다 내 별명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악랄무쌍할 수 있는지 놀이터에서 겪을 만큼 겪어봤다.

알다마다. 알다마다. 알다마다.

(어거스트)


 

p. 134~6

어거스트는 태양이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는 태양의 궤도를 도는 행성들이다.

나머지 우리 친척들과 친구들은 태양의 궤도를 도는 행성 주위를 떠다니는 소행성과 혜성들이다.

태양인 어거스트의 궤도를 돌지 않는 유일한 천체는 애완견인 데이지뿐이다.

데이지처럼 작은 개의 눈에는 어거스트의 얼굴이 다른 인간의 얼굴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이기 때문이다.

(...)

엄마 아빠는 항상 나를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넓은 꼬마 소녀라고 칭찬해 주었다.

난 그저 내 입장에선 지금 이 정도도 감지덕지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따름이다.

(...)

그렇게 힘든 일을 겪오 있는 누군가를 보고 나면, 사 달라는 장난감을 사 주지 않았다거나

엄마가 학교 연극에 오지 못했다고 투덜대는 게 오히려 미친 짓처럼 느껴진다.

이미 여섯살 때 알았다.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냥 나 혼자 깨달았다.

(...)

엄마나 아빠가 학교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면 항상 "좋아."라고 대답했다.  별로 좋지 않을 때조차.

내 최악의 날, 최악의 상태, 최악의 두통, 최악의 상처, 최악의 경련,

누가 봐도 최악인 고약한 일도 어거스트가 겪는 일 앞에서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저절로 알게 된다.

(비아)


 

p. 142~3

"할머니는 오기를 아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하지만 오기한테는 이미 지켜주는 천사들이 많잖니.

그러니까 내가 널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알겠지?

사랑한다, 비아, 너는 내 착한 손녀야, 그리고 이것도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넌 나의......

(...) 넌 나의 모든 것이란다. 내 말 알겠지, 비아?"


나는 할머니의 말을 이해했다.

할머니가 왜 비밀이라고 했는지도 잘 알았다.

할머니들은 원래 특별히 누구를 편애하면 안 되는 법이다.  그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는 그 비밀에 의지했고,

그 비밀을 담요처럼 내 몸에 두르고 살았다.

(비아)



 

p. 185

"좋아, 그건 인정해. 하지만 이건 누가 학교생활이 더 나쁜지 견줘 보는 시합이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 모두 그런 나쁜 날들을 견뎌 내야만 한다는 거야.

죽을 때까지 아기 취급 받고 싶지 않으면, 아니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남고 싶지 않으면 받아들이고 이겨 내야 해."

(비아)


 

p. 219

"우리가 한 행동은 옳지 않아. 악마라도 본 것처럼 그렇게 확 일어서다니.

제이미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겁이 났어.

혹시라도 그 꼬마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이라도 할까 봐. 

그래도 그렇게 가 버리면 안 되는데. 그 아주머니가 다 알았을 거야."

"그렇지만 우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

"잭, 꼭 나쁜 마음을 먹어야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니야, 알겠니?"

(잭)


 

p. 418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최악의 밤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밤에 지나지 않는다니 참 희한하다.

(어거스트)



 

p. 424

"어젯밤 일만 빼면 다 재미있었어.  진짜로. 그래서 더 화가 나.  그 자식들이 내 여행을 몽땅 망쳐 버린 것 같아서."

"아냐, 아가,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지는 거야. 서른여섯 시간 중에 끔찍했던 일은 겨우 한 시간이잖아.

그런 애들한테 좋은 시간까지 빼앗길 셈이야?"

(어거스트)


 

p. 427

"언제나 그런 나쁜 놈들이 있기 마련이야, 오기.

하지만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는단다, 정말이야.

그 좋은 사람들이 서로를 지켜 주고 보살펴 준다고 말이야.

잭이 너를 위해 나서 준 것처럼. 아모스도. 그리고 다른 애들도."

(어거스트)



p. 453~5 터시먼 교장선생님의 연설

"우리는 모두 이 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온 가족과 친구, 그리고 선생님들이

여러분이 지난 한 해 동안 이룬 성취는 물론, 여러분의 끝없는 가능성을 축하해 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여러분의 현재 모습과 1년 전 모습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 좀 더 키가 자라고, 좀 더 힘이 세지고, 좀 더 영리해졌습니다......바라건대 말이죠.

(...) 그렇지만 여러분의 성장을 측정하는 기준은 몇 센티미터가 컸는지, 혹은 트랙을 몇 바퀴 돌 수 있는지,

아니면 평균 점수가 얼마인지가 아닙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주어진 시간 동안 여러분이 무엇을 했는지, 하루하루를 보내기 위해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올 한 해 여러분이 누구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기준으로 가늠이 됩니다.

저에게는 가장 큰 성공의 척도입니다.

(...)

'인생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봅시다...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려고 노력하라.'

(...)

얼마나 훌륭한 말입니까!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려고 노력하라.

친절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어야만 합니다.

특별히 이 말, 이 개념을 좋아하는 까닭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기 때문입니다.

여유가 있어서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라, 친절을 선택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무슨 뜻일까요? 무엇으로 측정할까요?

자로는 안 됩니다.

방금 전에 말씀드린 이야기와 같은 경우입니다.

일 년 동안 여러분의 키가 얼마나 컸는지 자로 재어 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란 말이지요.

그것은 정확히 수량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 그렇습니까?

우리가 친절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요? 게다가 친절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

'조셉이 사람의 모습을 한 하느님의 얼굴을 알아보는 때는 바로 그러한 순간들이었다.

그들이 베푸는 친절 속에서 어렴풋이 빛났고, 도움의 열망 속에서 눈부시게 빛났으며,

배려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났고, 진정 그들의 눈길에서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꼈다.'

(...)

정말 간단한 일이죠, 친절이란.

참으로 간단한 일. 누군가 필요로 할 때 던져 줄 수 있는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

우정 어린 행동. 지나치며 한 번 웃어주기.

(...)

어린이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친절이라고 불리는 간단한 일의 가치를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

다른 것은 몰라도, 중학교 생활을 통해 안 되는 것은 없다는, 여러분 스스로 만드는 미래에서 불가능이란 없다는,

그 분명한 사실만은 꼭 배우게 되기를 바랍니다.

만약 지금 이 자리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이것을 원칙으로 정한다면,

여러분은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려고 노력할 테고, 세상은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여러분이 필요 이상으로 조금만 더 친절을 베푼다면,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바로 여러분의 얼굴에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p. 462

'위대함은 강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의 올바른 사용에 있다...그의 힘이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자신만의 매력으로, 그의 힘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어거스트)


 


주옥같은 문장들 외에도 책 속에 많은 금언들이 등장한다.

부록에 그걸 한몫에 모아놨다.

그걸 모르고 읽으면서 하나하나 필사한 회원도 있었다는 웃픈 일화 ㅋㅋ

부록엔 본문에 등장하지 않는 금언들도 있으니 꼭 읽어보는 것이 좋다.



 

줄리안의 금언은 본편에서는 없고,  '아름다운 아이 줄리안 이야기'에서 등장한다.

'아름다운 아이'에서 '줄리안 이야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했는데

작가는 '아름다운 아이'를 쓰면서 줄리안의 이야기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p. 471~

브라운 선생님의 금언

만약 옮음과 친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 웨인 다이어 박사


우리가 행한 행동이 곧 우리의 묘비이다 - 이집트인의 무덤에 새겨진 비문

인간은 섬이 아니다.  혼자서 완벽하지 않으므로. - 존 던

 

어거스트 풀먼의 금언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극복하니까.



 


p. 100

그건 그렇고, 네 금언은 마음에 드는구나. 그렇단다, 때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지.

새로운 출발은 윌에게 과거를 되돌아보고, 우리가 한 행동을 저울질해 보고,

그것을 통해 배운 바를 미래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단다.

만약 과거를 찬찬히 되짚어 보지 않으면, 우리는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단다.


 

p. 123~4

"줄리안, 너는 아직 어리단다.  네가 저지른 일들이 옳지 않았다는 걸 너도 잘 알지.

그렇다고 그게 네가 옳은 일을 할 수 없는 아이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네가 옳지 않은 일을 선택했다는 뜻일 뿐이지.

네게 실수를 했다고 한 건 바로 그런 뜻이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뚜흐또에게 실수를 저질렀어.

하지만 줄리안, 인생을 살면서 좋은 점은 말이다, 실수를 고칠 수 있다는 거야.

우리는 실수로부터 배우지. 나는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뚜흐또에게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단다.

너도 알다시피 난 아주, 아주 오래 살아왔잖지.  너도 네 실수를 통해 배우게 될 거다.

그러니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실수 한 번으로 너를 단정 지을 수 없는 법이란다, 줄리안.

내 말 알겠니? 다음에는 더 잘 행동해야 해."


 

p. 136

"줄스, 나를 잘 알잖니.  과거에 머무는 건 내 취향이 아니야.  삶은 우리 앞에 있지.

과거를 돌아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


'아름다운 아이'는 어거스트라는 태양의 궤도를 돌고 있는 다섯 인물-비아, 서머, 잭, 저스틴, 미란다까지 모두 여섯 사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단순히 선과 악을 나눈 캐릭터가 아닌 각자의 마음앓이를 여섯 사람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다.

특히 동아리 회원들은 '비아'에게 많은 부분 공감을 했다.

동생, 그것도 특별한 동생을 둔 큰 아이의 감정이 이럴것 같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큰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기가 사랑한 '스타워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오기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게 아쉽다.

스타워즈를 비롯한 '윔피키드' 같이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학작품, 영화 같은 배경지식이 있다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뭔가 더 보고 싶고,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수준높은 사립학교여서 가능했을까 의문이 들긴 하지만 오기를 대하는 선생님들과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

(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등장하지만) 우리의 문화에서 이런 아이가 있다면 어찌 대했을까...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누구나 다 그럴것 같으니까.

나역시 표나지는 않지만 얼른 시선을 피하지 않았을까?


'진정 아름다움이란 뭘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갈등과 그것의 극복이라는 희망의 메세지이긴 하지만,

후반부 캠핑에서의 일로 영웅으로 등극하게 되는 일화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뒷심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저 같은 시리즈인줄 알고만 함께 빌렸던 '아름다운 아이, 줄리안 이야기'는

본편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핵심 인물중 하나인 줄리안의 이야기였다.

본편을 읽으면서 그럼 줄리안은 어떤 생각을 할까...했었는데 작가는 그런 궁금증을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풀어주었고

줄리안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전 알게 된 건, 오기의 주변인물들 중 자세히 나오지 않았던 '샬롯'과 '크리스'의 이야기까지 출간되었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아름다운 아이'의 완결판이 되지 않을까, 이 아이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서 얼른 만나고 싶다.


 

 

 

 

만일 요술 램프를 찾아서 한 가지 소원을 빌 기회가 생긴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얼굴을 갖게 해 달라고 빌겠다. 길거리에서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휙 돌려 버리는 사람들이 없게 해 달라고. 내 생각은 이렇다. 내가 평범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아무도 나를 평범하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어거스트)
- P8

누나는 나를 평범한 아이로 여기지 않는다.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 나를 평범하게 여긴다면 그렇게 유난스럽게 나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 엄마 아빠도 나를 평범하게 보지 않는다. 반대로 나를 대단히 특별하게 여긴다. 이 세상에서 내가 얼마나 평범한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내 이름은 어거스트, 내 생김새를 설명하지는 않겠다.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상상 그 이상일 테니까.
(어거스트)
- P9

엄마가 앞으로 나가라며 살짝 옆으로 비켜섰다. 그때 지금까지 백만 번은 목격한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내가 올려다보자, 가르시아 선생님은 순간 눈길을 떨어뜨렸다. 아주 짧은 순간인데다가 눈을 뺀 나머지 얼굴은 전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가르시아 선생님은 한껏 반짝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거스트)
- P32

어거스트는 그냥 아이일 뿐이다. 지금껏 본 중에 가장 이상하게 생긴 아이. 하지만 그냥 아이.
(서머)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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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궁궐 이야기
홍순민 지음 / 청년사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우연히 EBS역사특강에서 저자의 강연을 보았다.

어렵지 않게 우리의 것을 풀어 설명해주는 걸 보고 저자의 책이 궁금했더랬다.

그 중 관심있어 펼쳐 본 것이 '우리 궁궐 이야기'이다.


1부에서는 궁궐 멀리서 보기라는 타이틀로, 서울과 궁궐의 기본 짜임새, 역사, 답사의 목적을 되새겨볼 수 있고

2부에서는 5대 궁궐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실제로 경복궁과 창덕궁 답사 전후에 읽어봤는데, 경복궁은 많이 다녀봐서 그냥 봐도 이해가 되었는데

창덕궁은 가본 적이 없이 읽었는데 별로 와닿지 않는다.

아무래도 머릿속에 궁궐이 전체적으로 그려져야 이해하기에 쉬울 것 같다.

그래서 답사 후에 다시 읽어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전문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23쇄까지 (어쩌면 그 이상이겠다만) 굉장히 인기있는, 지금도 판매중인 서적이다.

아주 오래전 사진들과 출간당시의 사진 자료들을 비교해 놓아서 예전에는 어땠구나를 알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문제는 이 책이 1999년판이라는 것이다.

출간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터라 책을 읽다 보면 책이 출간된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달라진 그 모습들을 답사하며 찾아내는 것 또한 재미일 수 있으나

잘못된 혹은 오래된 정보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도 하기에 개정판이 시급하다.

올해 4월 개정판이 출간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계속 미뤄지는가 보다.

깨알같은 글씨에 많은 정보량으로 개정판은 두권으로 나뉠 것 같던데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물론, 이 책의 상당의 정보들은 현재에도 유효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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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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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유명하다는 것 말고는 전혀 아는 바 없었다.

작가에 대해서도, 작품에 대해서도.

어떤 선입견도 갖고 있지 않았기에 더 쇼킹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무기한 빌려준 그녀, 내년에 돌려주겠다는 나의 말에 읽다보면 그렇지 않을걸? 그랬는데 정말 그랬다.


소위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라는 진단을 받은, 유진.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정해져있는 걸까?

이모의 진단이 틀렸기를 읽는 내내 바랬다.

형과 아버지의 죽음은 우연이었다고, 유진의 본성과 관련이 없다고. 적어도 그 부분만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프레데터로 단정하고 아이를 보는 이모와 엄마의 시선이 어쩌면 유진을 그 쪽으로 몰고 나간 건 아닐까?

딱히 부정하거나 반박할 근거도 없으면서 그렇게 믿고 싶다.


읽는 내내 너무도 담담한 유진의 심경에 불편하면서도 작가의 그 표현력에 놀라웠다.

누구나 그런 무의식의 부분 얼마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심약한 사람은 절대 밤에 읽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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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6-04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턴가 정유정 작가 책을 안읽게 되었는데 리뷰 읽어보니 다시 잡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