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 P16
인간은 누구나 <루돌프의 코>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놀려대고 웃어도 산타는 오지 않는다. - P26
그것은 모리스 라벨의 곡모음이었고, 상단의 타이틀엔 커다란 필기체의 불어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가 적혀 있었다. 개봉된 나의 스무 살이 보이지 않는 운명의 턴테이블 위에서 막 회전을 시작하던 순간이었다. - P27
좀더 많은 표현을 알았더라면... 모든 순간의 의미와 다가올 일들을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나의 이십 대는 전혀 다른 음(音)들을 쏟아내며 또 다른 인생의 테이블을 돌고 돌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 P28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
그때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언젠가는 말을 세우고 자신이 달려온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에겐 결국 영혼이 필요하고, 영혼은 인디언만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이기때문이다.
이제서야
나는 말을 세우고 땅 위에 발을 내려선 기분이다. 그리고 자신이 달려온 쪽을 바라보는 인디언처럼 한동안 그 시절을 돌아보려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두고 온 한 줌의 <영혼>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 P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