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은 영혼을 성장시키는 글입니다. ‘그 책을 읽었더니 나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었어요‘, ‘책을 읽었더니 내 심장이 이렇게 반응했어‘ 이렇게 심장의 말을 쓰는 것이 독후감입니다. 서평은 독후감에 비해 조금은 지적인 영역이에요. 심장이 한 말을 바탕으로 하되 머리가 이성적, 지적,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쓴 글이죠.
- P279

서평은 ‘내가 이 책을 이렇게 읽었는데요, 내가 쓴 글이 여러분에게도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의 글입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는 글쓰기죠. 독후감은 독자가 없어도 돼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읽는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글쓰기니까요. 하지만 서평에는 독자가 있습니다. 서평은 글을 쓴 본인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는 예비 독자들을 위해 쓰는 글입니다.
독후감에서는 개인의 과거가 중요합니다. 내가 어떻게 읽었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그래서 읽은 나의 소감을 강조하고, 나 개인적인 반응을 적고, 이런 가치를 내면화하게 되었다고 서술합니다. 반대로 서평은 우리의 현재가 중요합니다. 지금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를 주는 글이니까요. 그래서 독후감보다 보편적인 반응을 예상하며, 내가 파악한 가치를 남과 공유합니다.니다. 즉, 독후감이 나에게 집중하며 나의 영혼을 성장시키는 개인의 글쓰기라면, 서평은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글쓰기입니다.
- P280

다만, 서평은 이것만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독후감과 유사하지만 ‘읽었노라, 즐겼노라, 느꼈노라‘만 쓴다면 서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서평에는 말 그대로 책에 대한 평가, 장점과 단점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들어가야 합니다. 저자에 대한 사전 조사도 필요하죠. 분석을 하려면 경험도 있고 데이터베이스도 풍성해야 합니다. 
- P282

안 읽은 사람도 어느 정도는 읽은 듯 만들어 주는 게 서평의 규칙입니다. 이 책에는 이런 장단점이 있고, 여기에 주목해야 하고, 여기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서평이 뭔지 아는 사람이 다른 서평을 찾아서 검색하고, 서평이 뭔지 아는 사람이 규칙에 맞추어 서평을 쓰는 겁니다. 서평의 독자는 책의 예비 독자들입니다. 고객이 분명한 글쓰기라는 것이죠. 그래서 서평을 장르 글쓰기라고 하는 겁니다.
- P284

누군가 쓴 한 문장이 나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우연히 만났던 책의 한 구절이 내 안에 깊이 들어와서 삶의 이정표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것을 주우세요. 예쁜 돌을 줍듯, 낙엽을 줍듯 주워서 휴대폰에 저장해 놨다가 나중에 싹 모아놓고 같이 보세요.
어느 책에서 여러 구절을 잡아내셨으면 그 책은 여러분에게 좋은 책입니다. 그 책에 대해 깊이 있는 서평을 써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구절이 잡히지 않는 책이라면 일단 헤어지세요. ‘안녕잘가‘ 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사실 서평 그 자체가 중요한가요? 책이 중요합니다. 책 그 자체보다는 책 읽는 나의 멋진 인생이 더 중요하고요.
- P297

인생이 텍스트처럼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작가는 나고, 내 삶은 텍스트인 거죠. 인생이 글을 쓰는 여정과 같다면 제목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살면서 내 인생의 방향키 역할을 해주고, 북두칠성처럼 인생을 비춰주는 제목이요.
- P302

-오늘의 제목이 쌓여 인생의 제목이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제목을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 쓰기를 굳이 배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일상에 제목의 자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 P317

저는 하루를 잘 마감하고 제목으로 남겨서 일기에 묻어두고 잊어버려야 다음 날을 잘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간에도 제목을 붙일 수 있어요. 카페에 한두 시간 있었다면 그 시간을 흘려보내지 마시고 카페에서 보냈던 시간에 대해 제목을 붙여보세요. 그 제목이 모이면 오늘 하루의 제목이 됩니다. 하루의 제목이 모이면 1년의 제목이 되고, 70년, 80년 쌓이면 우리 인생의 제목이 됩니다. 여러분도 하루를 잘 살고 마치면서 ‘오늘의 제목을 달아보세요.
여러분과 저는 한 편의 책을 쓰듯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중입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저자요, 작가입니다. 우리는 그 여정 중에 잠깐 만났습니다. 작은 하이파이브 같은 책을 마무리하면서 여러분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맨 마지막 날에 우리가 우리의 책장을 덮을 때 좀 뿌듯한 제목이 달리기를, 당신이라는 책의 멋진 제목을 응원할게요. 결국 국어는 그 제목 하나를 위해 배우는 거 아닐까요.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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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희가 어떤 자세로 수업을 듣든, 심지어 삐딱하게 엎드려서 수업을 들어도 나는 상처받지 않아. 그렇지만 같은 조원 친구들에게는 예의를 지켜줘. 그 예의의 시작은 몸에서 나오는 거야. 앞에 사람이 있는데 네가 몸을 뒤로 젖히고 있다면, 너는 상대방을 밀어내는 거야. 뒤를 밀면서 앞사람을 밀어내지 마. 두 손은너의 휴대폰을 위해서 쓰지 말고 책상에 놓거나 펜을 잡아줘. 그 사람이 하는 중요한 말을 적어줘. 눈은 그 사람을 바라봐줘. 눈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나의 눈이 다른 곳을 향하지 않고 상대방을 향하고 있다는 정도까지만 해줘. 자세, 각도, 얼굴이 향한 방향으로 상대방을 배려해줘. 제스처도 듣기의 일부야. 이 수업은 이기는 게 아니라 만나는 것에 가치를 두는 거야."
- P200

"많은 사람이 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삶이 가치 있는 거라고 믿는다."
_이소연,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중에서, 앤드, 2024

내가 위인이어서, 영웅이어서,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어서 내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하면서 의미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런 것을 ‘사후성‘이라고도 합니다. 지나온 삶에 대해 뒤돌아보면서 ‘그것은 그러한 의미가 있었구나!‘라고 쓰는 순간, 말로 포착되지도 않고 의미화되지 않아 산산이 부서지던 과거의 가치가 모여 비로소 ‘의미‘가 됩니다. 이렇게 삶의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바로 에세이 쓰기입니다
- P213

"그 자체로 반짝거리는 나만의 경험,
나만의 스토리텔링이 담긴 인생을 살게."
_김지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열림원, 2021
- P217

일기가 오늘 나의 일상을 발견하는 시간이라면, 에세이는 조금 더 깊이 박혀 있는 내 안의 가시를 건드는 시간입니다. 더 깊이 박혀 있는, 다시 소환하고 싶은 과거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죠. 저는 일기는 겉절이, 에세이는 묵은지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 P221

아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감 따러 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나는 감따는 게 싫어 짜증을 냈다.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아느냐고
감 따위 따서 뭐 하냐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다시 가을이 왔을 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니 애비도 없는데 저감은 따서 뭐 하냐

나는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에서
톱을 내려놓고 오래도록 울었다.

_피재현,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에서」 전문,
《원더우먼 윤채선》 수록, 걷는사람, 2020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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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거대한 공동묘지고, 독서란 무덤에 묻혀 있는 그 사람을 불러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 P27

책을 읽을 때 꼭 기억해 주세요. 책을 사면 텍스트만 오는 게 아니에요. 그 책을 쓴 저자의 영혼이 따라오고, 일생이 따라옵니다.
책은 저자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애써 피어올린 꽃과 같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배운 공부, 사랑했던 사람, 살았던 시대. 모든 게 꽃이 필연적으로 피어날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그러니까 책을 읽을 때는 보이지 않는 저자를 살펴주세요. 안 보이는 것을 읽었을 때 우리는 "아주 잘 읽었다"고 말합니다.
- P29

너는 나에게 아주 큰 기쁨을 주었다. 그러니 얘야 이제 니 갈 길을 가거라.
-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 중에서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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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타인과의 긴 동행이고 더러운 부산물과 빨랫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두 그것들을 구겨넣은 상자를 커튼으로 가려놓은 채 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들이 상자 안에서 점점 썩어갈 정도로 더러운 것이라면 그만 커튼을 젖히고 처분을 해야 하지 않을까.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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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집중력과 기억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상대에게 답답함과 짜증을 느껴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노화란 어쩌면 자신이 혐오했던 모습으로 퇴화해가는 고통과 저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갔다.
- P212

"저도 전에 루시랑 유치원 때 이야기를 한 적 있었거든요. 같이 얘기하면 생각이 더 잘 나요. 그리고 다음번에 다시 얘기할 때까지 잘 안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 누군가가 기억하면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거지."
- P247

이혼이나 경제적 곤란이 이런 식으로 배제와 고립의 조건이 되는 거였나 그 실감이 새삼스러웠다. 다음 순간 깨달았다. 그 다른 세계가 규정하는 정상성의 압박으로부터 경선을 보호하기 위해 다은이 해야 했던 일들. 그리고 그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경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는 것. 과연 그것이 경선이 다은에게 원했던 독립적이고 담대한 태도였을까. 경선은 자신이 다은에게 준 것이 결국 고독의 가시나무 관이었다는 걸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가 울기 십상이라는 결혼식장에서 경선이 눈물을 참은 순간이 있었다면 바로 그때였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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