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 이야기
홍순민 지음 / 청년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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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EBS역사특강에서 저자의 강연을 보았다.

어렵지 않게 우리의 것을 풀어 설명해주는 걸 보고 저자의 책이 궁금했더랬다.

그 중 관심있어 펼쳐 본 것이 '우리 궁궐 이야기'이다.


1부에서는 궁궐 멀리서 보기라는 타이틀로, 서울과 궁궐의 기본 짜임새, 역사, 답사의 목적을 되새겨볼 수 있고

2부에서는 5대 궁궐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실제로 경복궁과 창덕궁 답사 전후에 읽어봤는데, 경복궁은 많이 다녀봐서 그냥 봐도 이해가 되었는데

창덕궁은 가본 적이 없이 읽었는데 별로 와닿지 않는다.

아무래도 머릿속에 궁궐이 전체적으로 그려져야 이해하기에 쉬울 것 같다.

그래서 답사 후에 다시 읽어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전문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23쇄까지 (어쩌면 그 이상이겠다만) 굉장히 인기있는, 지금도 판매중인 서적이다.

아주 오래전 사진들과 출간당시의 사진 자료들을 비교해 놓아서 예전에는 어땠구나를 알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문제는 이 책이 1999년판이라는 것이다.

출간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터라 책을 읽다 보면 책이 출간된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달라진 그 모습들을 답사하며 찾아내는 것 또한 재미일 수 있으나

잘못된 혹은 오래된 정보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도 하기에 개정판이 시급하다.

올해 4월 개정판이 출간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계속 미뤄지는가 보다.

깨알같은 글씨에 많은 정보량으로 개정판은 두권으로 나뉠 것 같던데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물론, 이 책의 상당의 정보들은 현재에도 유효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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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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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유명하다는 것 말고는 전혀 아는 바 없었다.

작가에 대해서도, 작품에 대해서도.

어떤 선입견도 갖고 있지 않았기에 더 쇼킹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무기한 빌려준 그녀, 내년에 돌려주겠다는 나의 말에 읽다보면 그렇지 않을걸? 그랬는데 정말 그랬다.


소위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라는 진단을 받은, 유진.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정해져있는 걸까?

이모의 진단이 틀렸기를 읽는 내내 바랬다.

형과 아버지의 죽음은 우연이었다고, 유진의 본성과 관련이 없다고. 적어도 그 부분만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프레데터로 단정하고 아이를 보는 이모와 엄마의 시선이 어쩌면 유진을 그 쪽으로 몰고 나간 건 아닐까?

딱히 부정하거나 반박할 근거도 없으면서 그렇게 믿고 싶다.


읽는 내내 너무도 담담한 유진의 심경에 불편하면서도 작가의 그 표현력에 놀라웠다.

누구나 그런 무의식의 부분 얼마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심약한 사람은 절대 밤에 읽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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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6-04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턴가 정유정 작가 책을 안읽게 되었는데 리뷰 읽어보니 다시 잡아봐야겠어요^^
 
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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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의 조건은 일단 가볍고 끊어읽기가 가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죽은 올빼미 농장'은 지하철에서 짬짬이 읽기 좋은 책이다.

작가정신에서 나온 소설향 시리즈 특별판으로,

문고판형에 2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중편소설이다.

다섯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어 끊어읽기도 좋다.

어느날 '나'의 주소지로 고성의 '죽은 올빼미 농장'에서 날아온 편지 두 통,

그냥 버려도 될 일이었지만 어쩐지 궁금하다.

주소지를 찾아가면서  추리해가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 '나'와 함께 '인형'이 나온다.

처음엔 인형이 여자친구의 이름인줄 알았는데 중반쯤 지나면서

어릴적 함께 자장가를 듣고 자란 애착인형이란걸 알게 되었다.

서른살이 되도록 인형과 대화하는 '나'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먼트 키즈의 규격화된 삶, 착각과 환상속에서 사는 삶을

이미 오래전 "죽은" 올빼미농장을 찾아가는 길과 친구 '손자'의 죽음,

그리고 현실의 친구 '민'과 재건축을 위해 철거중인 아파트 현장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결국, 죽은 올빼미 농장에 인형을 수장시키고 돌아오면서 비로소 평범하지 않던 삶에서 벗어난 듯 하지만

'나'는 아직 현실과 맞이하고 싶지 않다.


조금 독특한 소설이다.  뭔가 알듯 모를듯하다.

현실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주인공의 심리때문인지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때도 뭔가 개운치가 않다.
그래서인가....좀 어렵단 생각도 든다.

한 번 더 읽어보면 이해가 되려나.

현실로 나오고 싶지 않은 어른아이들이 읽는다면 공감할 수도.

 

p. 114

공중에 들린 채로 유아기를 보내는 아이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규격 유리창들, 공장에서 찍어낸 놀이기구들...... 그리고 그런 것들에서 유아기의 아이들이 갖게 되는 최초의 어떤 느낌들. 생애 최초의 실감들. 인형도 그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아파트촌의 황혼은 너무 묽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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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철학자 - 그곳에서 만난 제일 쉬운 철학 강의
애덤 플레처 & 루카스 N. P. 에거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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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철학을 읽는다?

아주 원초적인 일을 행하는 곳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과 답을 얻는다니 어쩌면 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책보다 폭이 좁은 판형과 좌우여백이 아주 적은 편집이라 처음엔 손에 가질 않았다.

읽다보니 이해가 간다. 이 책은 화장실에서 읽는 책이므로.

 

평생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1년 7개월정도 된다고 한다. 그 중 변기위에 앉아 있는 시간만 해도 92일이나!

하루 10~20분, 무언가를 비워냄과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조금이라도 채우고 나오라는 취지의 책이다.

이것을 화장실 대학이라 명명하고 95개의 각 꼭지 이름을 응강이라고 했다.

처음엔 의아했으나 응가와 강의의 합성어라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철학을 굉장히 유머러스하게, 현실적으로 와닿게 설명한다.

일반인과 철학자의 질문에서 답변에 이르는 길의 차이 등 순간순간 웃음코드가 숨어있다.


1. 인식론: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지식들을 잘 포장하면 사람들을 속이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2. 형이상학: 세상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왜 우리가 나눠 먹을 파이가 이렇게 작은 거지?)

3. 윤리학: 어떤 해동이 올바른 것일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감추고 살아갈 수 있을까?)

4. 미학: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저 잘생긴 남자 혹은 저 예쁜 여자와 침대로 뛰어들 수 있을까?)

(p. 17)





기본 편집은 철학이론에 대한 사례중심의 설명과 업적, 어록, 일화 등 철학자 소개,

그리고 한컷 이미지로 나타낸 그 철학자의 화장실을 통해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철학자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따분하고 어려운 철학분야임에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 정치가들의 90%는 나머지 10%의 정치가들이 나쁜 평판을 받게 하기 위해 애쓴다. - 플라톤 (p. 49)


-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우리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위대함으 하나의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p. 69)


 

특히 지금 상황과 딱 맞는 플라톤의 어록과 외계인에 의한 납치보다 더 거짓에 가까운 선거공약이 있는 걸 보고는 혼자 킬킬거렸다.

만화책도 아닌데 말이다.

읽다 보면 화장실에서의 본연의 일보다 책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리저림이나 변비에 주의하시라.


그렇다고 가볍게 읽을 책도 아니다.

소크라테스적 반어법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대화기술, 뮌히하우젠 트릴레마 이론을 통한 논리적 추론방법,

진실과 지식, 지혜의 차이, 선택과 편견 등에 대한 내용들은 흥미로웠으며

다양한 도표와 그림, 적절한 예는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잘 다뤄지지 않는 여성철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엔 꽤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아~ 표현력의 부족함이여! ㅠ.ㅠ)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지만 생각보다 그렇다고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생각과 이해를 반복하며 읽어야 해서 한번에 여러 응강을 읽다보면 두뇌회로가 꼬일것 같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비우고 나올때 인풋한 내용들도 함께 비워냈을지 아닐지는 마지막에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처럼.  물론 객관식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반 이상 맞추면 합격증명서도 자체발급할 수 있다.

나는, 재수강을 해야겠다.



 

덴마크의 철학자 죄렌 키에르케고르의 말이 옳았을지도 모르겠다.
케이르케고르는 "결혼하라, 당신은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말아라, 그래도 당신은 후회할 것이다.
......어리석은 세상을 비웃어라, 당신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리석은 세상을 보며 눈물을 흘려도 당신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목을 매달아도 매달지 않아도 당신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철학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구체적인 결정을 내린 이후의 후회는 별 소용이 없다.
다만,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확신과 사고의 흐름을 검토해볼 수 있을 뿐이다.

(p.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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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색을 품다 - 민화 작가 오순경의 우리 그림 이야기
오순경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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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빨강에도 여러가지 빨강이 있겠지만 이 빨강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어떤 재료를 사용하면 이런 빨강이 나올까?

(물론 이런 질문은 책을 읽고 난 후에 들었다.  민화를 그릴때 다양한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색을 낸다고 한다)

그저 곱다....라는 말로 다 품을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 쭈욱 훑어보면서 아~ 참 좋은 책을 만났구나 싶었다.

도판이 이리 많이 들어간 책은 근래 오랜만이다.

그것도 화질이 엄청 좋은 도판이. (물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대부분 작가 오순경의 작품들이었기 때문이겠지만)

아직 내용을 읽기전이었지만 그림들을 보며 막 흥분했더랬다.

두페이지 중 한쪽은 도판일 정도로 본문에서도 옛그림이 많이 등장하지만,

뒷부분에 갤러리를 따로 두어 텍스트의 방해 없이 오롯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구성도 좋다.

특히 고궁박물관의 화성능행도를 기본으로 모사한 <정조능행도> 8폭은 지금까지 봐 온 그림들 중 가장 크다.

고궁박물관에서나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그림인데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다니 좋다.

등장인물만 7천명이 넘는 이 대작을 작가 혼자 그리는 과정을 상상해보니 대단하다는 말 말고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책에서가 아닌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  물론 모든 작품들 다~!

그 중에서도 내 맘에 제일 사로잡은 그림은 <마마>에서 등장했다는 <연화도>이다.



 


민화, 그저 옛그림에 관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배우 이영애와 송윤아의 추천사가 써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몰랐기에 드는 의아함이었다.

알고 보니 작가 오순경은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마마>의 전통화 부문 디렉터를 맡았다고 한다.

<사임당>은 대충 짐작은 갔지만 <마마>에 민화가 등장하는 줄은 몰랐다.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더 생생하게 와닿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제라도 역주행한번 해볼까나?


 


<민화, 색을 품다>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민화들을 도구로 민화에 대한 이야기를 색, 마음, 공간, 이야기라는 네가지 주제로 풀어냈다.

대부분 작가의 작품이지만 모본으로 한 작품의 경우 원본도 함께 실은 경우가 많다.

책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작품은 <일월오봉도>이다. 임금님 뒤에 자리하고 있는 이 그림도 민화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건 작가의 민화에 대한 생각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p.21~22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화는 그저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지 못한 아마추어 화가의 작품이라거나,

이름없는 작가에 의해 제멋대로 모사된 그림이라 알고 계실 겁니다.

'민화民畵'라는 용어를 단순하게 풀면 '백성이 그린 그림'이란 뜻이니까요.

(...)

저는 민화를 '한국 전통 채색화'로 조형성과 품격 면에서 높은 예술성과 표현 기량을 가진 전통회화로 이해하고 있고

그런 개념의 범주 안에서 이야기를 이어갈 것입니다.


 

작품과 드라마 한장면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도 많이 나오는데

본인 작품에 대해 "세련되다" 고 자평을 한 걸 보면 작가의 애정과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라마 속 사임당과 이겸의 색이 화이트와 블랙인 이유, 배채법을 이용한 사임당의 미인도 제작과정 설명,

바로 이런, 드라마속 상황이나 장면설명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으로선 다가오지 않았다는게 읽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저 미닫이문, 정말 갖.고.싶.다~!)


부귀와 장수를 상징하는 <궁모란도병>은 대비와 중전을 위해서만 펼칠 수 있는 병풍으로,

백성 누구라도 평생 딱 두번 혼례와 초상때는 펼치는 것이 허락되었는데, 임금이 그 곁을 지켜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나

<합죽선>에서 부채의 양쪽 겉 부분을 '변죽'이라 부르는데, 겉만 훑고 가다는 뜻의 '변죽만 울리고 간다'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했으며,

50살 100접 부채는 왕과 왕비, 대비만이 소지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는 춘화,

<어변성룡도>와 등용문에 관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민화속 소재에 따른 명칭, 그 의미를 짚어줘서 민화를 아는 만큼 더 많이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p. 159

민화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입니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보는 이가 나름대로 읽어 내면 됩니다.
물론 그림의 도상이 상징하는 기본적인 정보를 이해하면 좋겠지만 알면 아는 만큼,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읽어 내고 또 그것을 읽어서 자신만의 줄거리를 만들면 그만입니다.
민화는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마들고 그 이야기에 시간이 더해져 우리의 역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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