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구요


하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면 

압정처럼 박아놓은 별의 뾰죽한 뒤통수만 보인다고 

내가 전에 말했던가요


오늘도 새벽에게 나를 업어다달라고 하여 

첫 별의 불꽃에서부터 끝 별의 생각까지 그어놓은 

큰 별의 가슴팍으로부터 작은 별의 멍까지 이어놓은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주었습니다


오늘은 별을 두개 묻었고 

별을 두개 캐냈다고 적어두려 합니다


참 돌아오던 길에는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깎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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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아직 


얼마나 다행인가 


눈에 보이는 별들이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별들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 어둠을 아직 뜯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별은 어둠의 문을 여는 손잡이 

별은 어둠의 망토에 달린 단추 

별은 어둠의 거미줄에 맺힌 밤이슬 

별은 어둠의 상자에 새겨진 문양 

별은 어둠의 웅덩이에 떠 있는 이파리 

별은 어둠의 노래를 들려주는 입술 


별들이 반짝이는 동안 

눈꺼풀이 깜박이는 동안 

어둠의 지느러미는 우리 곁을 스쳐가지만 

우리는 어둠을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못하지 


뜨거운 어둠을 빠르게 

차가운 어둠은 느리게 흘러간다지만 

우리의 어둠의 온도도 속도도 느낄 수 없지 


얼마나 다행인가 

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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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문장

     

서늘하고 구름 없는 밤입니다 별을 보다가 문득 하늘에 돋은 별들이 점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너무 많은 이들이 더듬어 저리 반짝이는 것이겠지요


사랑에 눈먼 나는 한참 동안 별자리를 더텼습니다 나는 두려움을 읽었는데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지요


은행나무 잎새 사이로 별들은 또 자리를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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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다행인가 아직 어둠과 별과 달이 남아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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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놈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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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접어들어 자전거를 타고 오고가는 길에 무성하게 들국화가 자리잡고 있다. 같은 듯 다른 모습에 정확한 명칭이 궁금하여 찾아보니 '무식한 놈'이란 시가 가장 먼저 나를 질타한다. 절교까지 하며 스스로 자책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름다운 가을 들꽃을 그냥 들국화로 퉁 쳐서 부르기에는 그것 또한 예의가 아니다. 잠깐 동안 찾아보니 이론상의 구분점은 충분히 이해하겠으나 길 위에서 만나는 들꽃에게 그 이름을 불러주려면 나태주의 시처럼 자세히 오래 보아야 가능할 것 같다. 몇가지 차이점을 여기에 적어본다.


1. 구절초 

  1) 주로 흰색이 많으며 드물게 옅은 분홍색도 있다.

  2) 꽃의 크기가 코스모스와 비슷하다.

  3) 잎이 작은 쑥과 비슷하며 뿌리부분부터 무성하게 자란다. 코스모스 잎과도 비슷하다.

  4) 줄기 끝에 한 송이씩 자란다

2. 쑥부쟁이

 1) 주로 연보라색이 많다. 

 2) 꽃의 크기가 구절초보다 작으며 오백원 동전만 하다.

 3) 꽃잎을 측면에서 보면 뒤로 젖혀진 모양이다.

 4) 잎이 큰 쑥과 비슷하며 톱니 모양이다.

 5) 줄기에 무성하게 자라 드러누운 것처럼 보인다.

3. 벌개미취 (한국에서만 자람)

 1) 주로 연한 자주색이 많다.

 2) 꽃의 크기는 코스모스와 비슷하다. (구절초보다 작음)

 3) 꽃잎을 측면에서 보면 약간 덜 벌어진 모양이다. 

 4) 잎이 난초잎과 비슷하며 작은 톱니 모양이 있다.

 5) 줄기 끝에 한 송이씩 자란다

4. 개미취 

 1) 주로 자주색이나 하늘색이 많다.

 2) 꽃의 크기는 쑥부쟁이와 비슷하다.

 3) 들국화중 줄기가 가장 길다. 1.5~2m 가량

 4) 잎이 가장 길고 넓다.

 (사진 : 티스토리 어느 분의 서재)


이제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구별되어 보이는군요. 이제 유식난 놈이라 스스로를 칭해도 되겠네요.자책하지 말라고 시인에게도 전달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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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10-15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야말로 정말 무식한 놈입니다.
제가 2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꽃이나 나무를 물어보곤 하는데,
저는 도시에서 자라서 전혀,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남들이 상식적으로 아는 수준조차 거의 몰라요.

이 글을 읽으면서도 들국화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름들이 다 저렇게 제각각이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꽃을 구별못한다고 저랑 절교하지는 않을래요. ㅎㅎㅎㅎ

잉크냄새 2024-10-15 21:29   좋아요 0 | URL
위에 나오는 꽃들이 다 국화과이긴 한데, 들국화라는 명칭은 식물 분류 종,속,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헷갈리니까 그냥 퉁쳐서 불리운 명칭이 아닐까 합니다.

절교는 하지마시고,,,이 페이퍼를 본 오늘부터 우리는 유식한 놈들입니다.ㅎㅎ

꼬마요정 2024-10-27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우, 저는 구절초 보고 계란꽃이라고... 하하하하...
이팝나무와 조팝나무 구분도 할 줄 알게 됐는데, 이제 구절초랑 쑥부쟁이도 알게 되었네요.

저도 절교는 좀... 그냥 꽃들을 알아갈래요 ㅎㅎㅎ

잉크냄새 2024-10-28 20:58   좋아요 1 | URL
계란꽃은 개망초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들녘에 개망초도 지천으로 깔려있죠.

절교는 하지 마시고,,,,유식한 분들이 자꾸 늘어만 갑니다.
 













꽤나 두꺼운 책을 읽어내었다. 그 무지막지한 두께에 비해서 제법 빨리 읽은 것은 소설 자체가 지닌 재미때문이기도 하지만 드라마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이미 익숙해진 이유도 있으리라. 이 소설은 미국 HBO에서 방영한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알려진 ‘얼음과 불의 노래’이다. 현재까지 출판된 것은 5부까지며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1부 왕좌의 게임 (1996, 2권, 599/584), 2부 왕들의 전쟁 (1998, 2권, 698/682), 3분 성검의 폭풍 (2000, 2권, 995/961), 4부 까마귀의 향연 (2005, 2권, 780/780), 5부 드래곤의 춤 (2011, 3권, 712/724/708) 로 5부 11권 8,223페이지이다. 작가 조지 R.R 마틴은 최종 6부 겨울의 바람,7부 봄의 꿈을 집필 중에 있으나 그 약속은 계속 지지부진 미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각의 출판년도를 보면 초기 2년 단위로 집필하던 시리즈가 2011년 5부를 마지막으로 13년째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 와중에도 타르가르엔 왕조의 역사를 다룬 불의 피를 2018년에 집필완료하여 괜한 미움(?)을 사고 있다.저자인 마틴옹이 1948년생으로 올해 76세이니 이 장대한 소설에 뿌려놓은 떡밥을 다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작가의 무병장수를 빌며 소설의 완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Long live the martin!


Winter is coming을 보며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상황에 뭔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면 아마도 그는 왕좌의 게임 드라마를 접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북부의 왕 스타크 가문의 신조인 이 말은 웨스테로스 대륙의 철왕좌를 둘러싼 치열한 정치적 위기감이나 북의 장벽을 넘으려는 이민족과 화이트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점에 여러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드라마 주요 대사에 사용되며 왕좌의 게임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마틴옹은 초기 시나리오에 참여하였으나 6부의 집필이 늦어지며 시나리오 작업에서 탈퇴하였고 이후 소설과 드라마의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설 기준으로 3부 검의 폭풍까지가 드라마에 완벽하게 구현 (티리오 라니스터가 아버지 티윈 라니스터 살해후 웨스테로스 대륙을 떠나는 사건)되었으며 드라마는 2018년 8부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드라마도 7부까지 나름의 시나리오 작업으로 준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최종 8부에서 뜬금없는 대너리스의 흑화와 죽음을 다루며 성급한 조기 종영의 흔적을 남겨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드라마를 세번 정주행한 광팬으로서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와 소설의 차이점이 무의식적으로 머리속에 잔상처럼 떠올라 양쪽을 비교하는 재밌는 경험을 하였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표기하자면 차이가 꽤나 많아서 굵직굵직한 사건만 차이점을 정리한다.


1.작가의 시나리오 참여 시기 ( 소설 기준 3부 검의 폭풍까지)

  1)아리아 스타크는 하렌할에서 포로로 있을 당시 티윈 라이스터가 아닌 루제 볼튼의 시종이었다.

  2)롭의 왕비 제인은 <피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로 죽지 않았다.

  3)멜리산드레가 재물로 바치고자 한 이는 킹스랜딩의 젠트리가 아닌 스톰엔드의 에드릭 스톰이다.

  4)아리아가 브라보스로 떠나기 전 하운드와 브리엔느는 만나서 결투하지 않았다.


2.작가 시나리오 작업 탈퇴 후

  1)피의 결혼식에서 살해된 캐틀린 스타크가 소로스에 의해서 부활한 후 스톤 부인으로 등장한다.

  2)라예가르의 아들 아에곤은 마운틴에 의해 살해된 것이 아니고 사전에 다른 이와 바꿔치기 되어서 살아남아 그리프(존 코닝톤)의 양자로 살아간다.

  3)릭콘은 죽지 않았으며 멘드리가 다보스에게 릭콘 스타그를 찾아달라고 요구한다

  4)퀀틴 마르텔이 대너리스에게 구애하기 위해 미린으로 향하며 대너리스 실종 이후 용을 타려다 불에 타 죽는다.

  5)램지 볼튼이 결혼한 상대는 산사 스타크가 아닌 가짜 아리아 스타그(산사의 친구 제인)이다.

  6)스타니스는 자신의 딸 시린 공주를 불의 신의 제물로 화형시키지 않았다.

  7)만스 레이디는 화형당하지 않았으며 멜리산드레가 다른 인물과 바꿔치기 했다. 나중에 아리아를 찾는 밀명을 받고 떠난다.

  8)바리스는 대너리스에 합류하지 않으며 아에곤을 위해 케반 라니스터와 피세르를 살해한다.

  9)도란 마르텔은 동생 오베린의 딸들인 샌드 스네이크에 의해 암살당하지 않으며 착실히 복수를 준비한다.

  10)도르네에 보내진 미르셀라 공주는 암살당하지 않는다.


드라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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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9-27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드라마를 세번 정주행 하셨다니!!
저는 드라마만 한 번 보았습니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8부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차라리 보지 말았으면 했습니다.
지인에게 책이 있다고 해서 언젠가 빌려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이미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많으니 언제 시도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와 소설의 차이점을 읽으니 재미있네요.
몇몇 이름들은 이제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요.

잉크냄새 2024-09-27 21:51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왕좌의 게임 드라마 광팬이어서 가능했을 겁니다.
드라마도 거의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면서 머릿속에 그림처럼 잔상이 떠올라 그 차이점을 메모장에 적어가면서 읽어보았습니다.

대너리스 살려줘...드라카리스!!!

transient-guest 2024-11-15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다음 권은 언제 나오는 겁니까?ㅎㅎ 할아범이 연세도 많고 여러 가지로 건강 등 생각하시면 끝을 보시면 좋겠네요. 아니면 다른 긴 시리즈처럼 작가 사후 자세한 지침과 원고를 바탕으로 다른 작가의 손으로 끝을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잉크냄새 2024-11-15 20:22   좋아요 1 | URL
인간생명의 무분별한 연장을 별로 지지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가에 대해서는 Long live martin!! 을 외쳐주고 싶습니다.

뿌려진 떡밥이 너무 많아 다른 작가의 손으로 끝을 보면 드라마 8부를 다시 한번 경험하는 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나는 서정주의 과오를 덮어주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 삶을 들여다보면 그는 누추하고 비겁한 삶을 살았다. 그의 죄는 엄중히 따져 묻되 뛰어난 문재는 따로 평가해야 한다. 잘못된 개인의 역사나 개개인의 과오는 지우고 숨기는 게 능사가 아니다.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서정주의 삶을 평가하는 동시에 작품을 정당하게 평가할 의무도 있다. 한국어의 소슬한 경지에 가닿은 그의 시들을 폐기하는 것으로 우리가 잃을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중략.....) 용서없이 그의 옹졸한 삶을 책망하며 끔찍하고 매혹적인 그의 시들을 마주하자는 것이다.-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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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노망이나 진중권의 열등감에 뒤틀린 변심을 접하고 '분서'하는 심정으로 그들의 책을 가져다 버린 적이 있다. 침묵속에 책을 읽었던 독자에 대한 배신이란 생각에 더 이상 읽혀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작가와 작품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한국말로 이루어진 그의 시를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심정이 이해는 가나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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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집에서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진 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어떤 사물로부터 무언가를 회상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묵을 먹다 이 시의 일부가 떠올랐다. 아슬아슬한 수저질에서 사랑의 위태로움이, 깨저 버린 묵에서 지나간 사랑의 눈빛이 떠오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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