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쟝수성 시탕구쩐 - 쟝수성의 구쩐은 대부분 수로를 낀 옛 도시이다.>


오랫만에 중국을 다녀왔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19년도에 다녀왔으니 근 4년만에 중국을 다녀오게 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통제가 어느 정도 완화된 이후에도 중국만큼은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였고 그런 이유로 최소 1년 이상은 더 늦어지지 않았나 싶다. 오래도록 생활한 나라이면서도 역시 외국인지라 다시 들어간 중국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1. 입국 관련

입국 절차는 다시 간소화되었다. 입국시 사전 작성하여 2D 바코드로 제출하던 건강신고서는 폐기되고 공항 입국 신고서로 대체되었다. 핸드폰 로밍시 받게 되는 대사관의 안내 문자가 예전에 비해 구체화되었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문제 발생시 연락하게 될 연락처 정도의 통상적인 문자였다면 지금은 최근 발생한 구체적인 사건의 예시가 주로 포함되었다. 구매 대행, 애인 대행...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중국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간첩법에 대한 경고였다. 별도의 링크를 통해 들어간 싸이트에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규칙까지 세세히 명기되어 있었다. 


2. 전자 화폐의 활성화 

사실 중국에서의 전자 화폐 활성화는 팬데믹 이후의 현상은 아니다. 카드 사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의 짧은 사용 시기에 알리페이와 위쳇페이로 대변되는 전자화폐 사용이 병행되었다. 인권에 대한 인식 부족과 강력한 중앙 정책에 의해 중국에서의 지불 수단은 화폐에서 전자화폐로 바로 이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거지도 2D 바코드로 구걸한다"는 말이 나온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이다. 문제는 현금과 카드 사용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다. 사전에 전자화폐를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일쑤다. 현금과 카드를 받지 않는 식당과 택시가 꽤 많다. 여기서 말하는 카드는 비자카드가 아닌 중국국내카드이다. 신용카드는 아예 논외로 치는 것이 낫다. 기존의 것을 불편하게 만들어 새것에 빨리 적응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완벽한 통제 사회로의 첫 단추가 끼워진건 아닐까.


3. 숙박업소 외국인 체크인

예전에는 숙박업소 체크인시 여권만 소지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제는 숙박업소가 사전에 외국인 숙박에 관하여 사전 신청 및 승인의 단계를 거쳐 별도의 외국인 체크인 시스템을 숙박업소 전산망에 구축해야 된다고 한다. 전산망이 구축되지 않은 숙소에는 체크인을 할 수가 없고 관련 정보가 없으니 매일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야 했다. 윈난성이나 쓰촨성처럼 배낭여행자가 많은 지방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다. 십여년전 배낭여행을 할 때는 도미토리나 외국인이 운영하는 작은 숙소들을 주로 이용했는데 지금은 뭔가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배낭여행자의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생각한다면 이런 변화는 그다지 환영할만한 것은 아니다.


4. 오래된 마을

중국에서 통칭 구쩐으로 일컬어지는 동네는 모두 오래된 마을이다. 대부분이 석조 건물이고 큰 변란을 겪지 않은 덕분에 보존 상태가 매우 훌륭하다. 유명한 곳으로는 윈난성의 따리,리장,샤시 등이 있고 쟝수성의 쪼주앙, 통리,시탕,우쩐 등이 있다. 물론 그 외의 각 성마다 유명한 구쩐들이 존재한다. 윈난성은 주로 소수 민족의 오래된 도시를 볼 수 있고 쟝수성은 수로를 따라 형성된 도시를 볼 수 있다. 이번 방문에서는 쟝수성에 위치한 시탕 구쩐을 방문했다. 때마침 중국 고대 복장 축제가 열려 볼거리는 많았지만 넘쳐나는 인파로 한적한 풍취는 포기해야 했다.


<시탕구쩐의 중국 고대 복장을 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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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1-24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에서는 거리 포장마차에서도 전자 화폐로 결제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와! 신기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완벽한 통제 사회를 위한 것일수도 있다는 걸 이 글을 읽으며 깨달았네요. 외국인 체크인 시스템이라는 것도 좀 충격인데요

잉크냄새 2024-01-25 16:10   좋아요 0 | URL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먹고 자고 움직이고 하는 일반 생활 모두에 개인 정보가 심어진 전자화폐가 이용되면 개인쯤 통제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되요. 게다가 중국은 택시와 시내버스 외의 이동에는 모두 신분증 스캔 검사가 진행되니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 같아요. 얼굴 인식 cctv 도입도 가능한 곳이니까요.
 

희망은 본디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또 없다고 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고향,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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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말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부정한 자의 입에서 희망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절망을 떠올린다. 이미 원칙과 정의를 왜곡시킨 자가 이제 희망을 더럽히고자 한다. 샘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듯 희망도 부정한 자가 품으면 절망이 된다. 


p.s)아이폰 비번이나 풀고 희망도 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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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인다


- 박노해-


가을이 오면 창 밖에

누군가 서성이는 것만 같다

문을 열고 나가 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방으로 돌아와 나 홀로 서성인다 


가을이 오면 누군가 

나를 따라 서성이는 것만 같다 

책상에 앉아도 무언가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아 

슬며시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나도 너를 따라 서성인다 


선듯한 가을바람이 서성이고 

맑아진 가을볕이 서성이고 

흔들리는 들국화가 서성이고 

남몰래 부풀어 오른 씨앗들이 서성이고 

가을편지와 떠나간 사랑과 상처 난 꿈들이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다 


가을이 오면 지나쳐온 이름들이 

잊히지 않는 그리운 얼굴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만 같다


자꾸만 짧아져 가는 가을은 머지 않아 잊혀진 계절이거나 과거의 전설로 기억되지 않을까. 내가 가을을 서성이는 건지 가을이 내 곁을 서성이는 건지, 가을볕의 바스러짐, 가을바람의 바스락거림, 풀벌레의 속삭임,,, 찰나의 서성거림도 이제는 작별을 고할때이다. 

벌써 어느 지역엔 눈이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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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다


- 이성선-


나뭇잎을 갉아먹던 

벌레가


가지에 걸린 달도

잎으로 잘못 알고

물었다


세상이 고요하다


달 속의 벌레만 고개를 돌린다


가을밤이 고요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 문명의 불빛에 고요는 길을 잃었다. 그래도 가끔 '사각'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한움큼 베어 물린 가을달이 보이는 날도 있다. 압정처럼 박아 놓은 별의 뒤통수를 보고 돌아오는 길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깍아주었다는 어느 시인의 가을 밤길이 그리워지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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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떼의 앞자리는 영광의 자리일까? 희생의 자리일까? 영광의 자리든지 희생의 자리든지 맨 앞자리에서 나는 새가 한 마리 있어야 무리가 형성된다. 앞으로 불쑥 나선 새의 뒤를 따라서 무리없이 재편성되는 기러기 떼의 대형으로 보아서 그 앞자리는 자기를 희생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러기들이 무리의 맨 앞자리를 영광의 자리로 탐냈다면 다툼으로 대형이 흔들려 대장정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고 까마귀 떼처럼 흩어졌을지 모른다. 


늦가을 빈들 위를 나는 까마귀 떼를 보면 혼란스럽다. 거기에는 선두가 없든지, 전부 다 선두든지 하다. 오합지졸인 것이다. 선두가 없는 것은 선두가 살신성인하는 자리로 인식되어 기피하기 때문일 것이고, 전부 다 선두인 것은 선두가 영광의 자리라서 서로 탐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정도 의식 수준의 무리라면 통제나 질서 유지가 안 된다. 


기러기들은 맨 앞자리의 필요성을 잘 안다. 그래서 존중한다. 기러기 떼의 앞자리는 선거법에 의해서 선출하지 않는다.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서슴없이 앞으로 나서고, 죽지의 힘이 떨어지면 서슴없이 물러난다. 임기 5년의 단임제의 자리가 아니다. 연임도 할 수 있고 2년만 하고 말 수도 있다. 힘의 본능으로 자리를 서로 교대하면서 시베리아의 저희들 서식지로 돌아간다. 기리기 떼의 앞자리-, 기러기들은 그 자리에서 나는 기러기를 고마워할지언정 선망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날지 못하는 자신의 힘 모자람이 부끄럽다기보다 미안할 뿐이다. 그 자리는 유세하는 자리가 아니고 살신성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p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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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들이지만 뻔뻔하게도 청문회까지 나타난 이들의 면면을 보면 대한민국 장관의 자리는 결코 자기를 희생하여 살신성인하는 자리가 아닌 영광의 자리에 대한 탐욕의 장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개인의 영달, 가문의 영광, 그저 개인의 명함 수집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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