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다


- 이성선-


나뭇잎을 갉아먹던 

벌레가


가지에 걸린 달도

잎으로 잘못 알고

물었다


세상이 고요하다


달 속의 벌레만 고개를 돌린다


가을밤이 고요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 문명의 불빛에 고요는 길을 잃었다. 그래도 가끔 '사각'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한움큼 베어 물린 가을달이 보이는 날도 있다. 압정처럼 박아 놓은 별의 뒤통수를 보고 돌아오는 길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깍아주었다는 어느 시인의 가을 밤길이 그리워지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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