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나타나 뜬금없이 "좋은시 있으면 소개시켜줘"라고 앙탈을 부려봅니다. 친구나 동료들의 생일에 시집을 선물하곤 하는데 반응은 보통 세가지로 나누어집니다.
1. 책 읽으면 밥 나오냐! 밥이나 사 달라! - 조용히 패버립니다.
2. 너무 어려워요! 쉬운 책으로 사주세요 - 그냥 읽어라. 나도 어렵다
3. 아! 잠자던 감성이 깨어납니다. -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잠자리에 들기전 몇편의 시를 읽고 자려고 노력합니다. 한권의 시집을 온전히 읽어낸다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임을 잘 압니다. 자기 전에 몇편의 시를 의무적으로라도 읽어야 시집에 먼지 쌓일 일이 없더군요.
얼마전 인터넷에서 책을 편집하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아이올리브 (www.iolive.co.kr) 라는 곳인데, 개인이 책을 편집할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시를 소개시켜주시면 1번/2번의 반응을 보이는 어린 양들을 시의 마을로 인도하겠습니다.^^
가끔 회식 소집시 회사 메일로 시를 띄우면 주로 이런 시에 반응이 있더군요.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묵집에서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진 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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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마을 지나가시다 우연히 들르시면 시 한편 읊조려 주시고 가세요. 꾸벅
참, <좋은시 있으면 소개시켜줘> 카테고리는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