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영혼
오히예사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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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헐리우드의 영화를 통하여 접하는 인디언의 모습은 머리가죽을 벗기는 잔혹한 전사의 이미지와 남루한 복장을 갖춘 어리석고 희화적인 이미지였다. 청교도 정신과 개척 정신으로 대변되는 서부의 역마차를 습격하는 다분히 전투적이고 몰상식한 종족이었으며 찬란한 서구 문명에 동화되지 못하는 어리석은 미개인이었다. 그런 사고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 늑대와 춤을 > 이란 영화를 통해서이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 그 영화 내면에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 그것은 기존의 사고에 찬물을 끼얹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저자 오히예사(승리자)는 수우족의 전사로 태어나 할머니와 삼촌의 가르침 속에서 숲과 생명에 대한 인디언 문명의 뿌리깊은 교육을 받았다. 성인이 되어서는 백인 문명에 교화된 아버지를 따라 서구 문명을 경험했다. 최초의 인디언 출신 의사로서의 삶을 살던 그가 본격적으로 인디언 문제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운디드니 대학살 사건'을 통해서이다. 기존 인디언 서적의 저자들이 인디언 문명에 감화된 백인이거나 인디언 문명에 대한 뿌리깊은 성찰없이 백인 문명을 받아들인 인디언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바라보는 시각은 좀더 객관적인 입장이라고 할수 있다. 다만 사라져가는 인디언 문명에 대한 애통함만은 숨길수가 없다.

"이제 우리에게는 기억밖에 남은 것이 없기 때문에, 그 기억만이라도 공정하고 옳은 것이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인디언의 영혼은 침묵과 자연과 신에 대한 끝없는 경외감과 겸허함이라 할수 있다. 끊임없는 육체적 단련과 정신의 수양을 통한 삶의 고난에 대한 인내심, 삶의 어떤 폭풍우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영혼, 자기 내면에 대한 이상적인 신념과 행동을 간직하는 정신, 그 삶의 근간에는 육체와 영혼과 정신이 조화를 이룬 침묵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후에 신성한 아버지 태양이자 신성한 어머니 대지인 위대한 신비 앞에 홀로 나아갈수 있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기도나 예배가 아닌 침묵을 통하여 신과 소통한다.

저자는 서구인들의 다른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아쉬움을 곳곳에 피력하고 있다. 개척 정신으로 잘 포장된 서부 이주자들의 제국주의적 본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종교를 앞세운 선교사들의 입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인디언의 문명을 감화와 개종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하나의 문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했다면 가장 자연친화적이었던 인류의 문명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문명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부 개척자나 선교사들이나 결국은 위스키와 총으로 대변되었던 서구 문명의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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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2-1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 태양, 어머니 대지... 저는 이런 상징적 의미가 참 좋아요.

hanicare 2004-12-14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만 번드르르한 시인이 아니라 온 몸이 공명통인 진짜 시인들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아름다운 것은 내구력이 약한 것인지.

icaru 2004-12-1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를 보았을 때도, 잉카 문명을 잠식해 버린 서양의 침입자들의 흔적에 대해 게바라가 개탄하는 부분이 나왔지요~



시멘트가 문명의 상징인 양... 안타까워요~

잉크냄새 2004-12-1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디언들의 달 표현에도 나타나듯이 그들의 상징성은 대단한것 같아요.
자연과 합일된 그들에게는 말과 글이 곧 음악과 시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서양 문명의 침략은 콜럼부스가 우엘바 항구에서 아메리카 대륙쪽을 쳐다보던 그 순간부터 벌써 계획된 것이 아닐런지요.

미네르바 2004-12-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은 인디언들을 참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좋아합니다^^

파란여우 2004-12-1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인디언의 후손일지도 몰라요. 제 닉네임이 '파란여우'잖아요. 얼마나 인디언스러워요...그래서 이 닉넴으로 쭈욱 살려고요^^ 왜 이렇게 리뷰를 잘 쓰시는 겁니까? 이젠 '적'으로 간주해야 겠어요...흑..추천까지 뺏아가고...미운 잉크님!^^

잉크냄새 2004-12-1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모두 인디언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죠. 케빈 코스트너가 < Dances with wolves > 후속으로 < Dances with blue foxes > 를 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풍성하답니다.^^

파란여우 2004-12-15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에게 출연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겠군요. 음,,,아카데미 여주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가 그걸 거부해야겠어요..크흐흐^^

잉크냄새 2004-12-1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반 출연, 동반 수상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