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생활한지 어느덧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문화 탐방이라는 엄청 거창한 문구를 붙였지만 그냥 현지인들 속에서 살아가며 보고 느끼는 넋두리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내가 쓰는 글의 논리를 뒷받침하고자 자료를 찾는다던지 하는 일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리 열정적이지도 부지런하지도 않을 뿐더러 덕지덕지 붙인다 하더라도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보고 듣고 느낀 무학의 통찰(?)이라고 해두자. 음, 이것도 거창하군. 그냥 편하게 읽히는 넋두리 정도로 여겨지면 가장 무난하고 혹여나 뜻하지 않게 비하의 어감이 내재되어 있다면 가감히 지적해주면 고맙겠다. 적어도 그럴 의도는 조금도 없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같고 다름의 문제로 적어보고자 한다.

 

1. 중화 사상

 - 그냥 쉽게 표현하자면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그 중심을 기준으로 하나가 된다는 사고이다. 당연히 선민 사상이 내재되어 있다. 너희들의 사상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이 중국인들과 이야기 해보면 느끼게 된다. 이런 중화 사상이 자연스럽게 내재된 그들에게 티벳과 위그르의 독립이 어떤 식으로 받아질까? 몇몇 중국 대학생들과 이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의 답변을 이 중화사상에 기초하여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세상의 중심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이해할 수 없는 몸부림인 것이다. 하나가 분리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몇해전 문제가 된 동북공정은 어떤가? 역사 왜곡을 위한 언론 플레이, 필요없는 것이다. 왜? 당연하니까. 하나여야 하니까.

 

2. 폭죽 문화

 - 중국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듯 그들의 폭죽문화는 대단하다. 폭죽 터지는 소리가 악귀를 쫓아낸다고 믿는다. 폭죽을 터트린 만큼의 복이 다시 돌아온다고 믿는다. 터트린 만큼의 복이 돌아온다는 믿음에 몇달치의 봉급을 폭죽에 소모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그리하여 음력 설을 기점으로 음력 보름이 끝나는 그들의 최대 명절 기간 동안 도시는 온통 폭죽의 굉음, 뿌연 연기, 매캐한 냄새로 가득하다. 낮과 밤,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밤잠을 설치기 부지수다. 이 기간 이외에는 가게 개업이라든지 결혼식 등의 경사가 발생할 경우 터트린다. 큰 가게의 경우는 가게앞의 사차선 도로의 중안선을 온통 폭죽으로 줄세우고 모든 가로수에 폭죽을 걸어 터트리는데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밤의 경험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터트리는 폭죽이 짜증나는건 아파트 사이를 메아리쳐 실제보다 훨씬 더 증폭되기 때문이다. 처음 중국에서 폭죽 소리를 들었을때 가까운 곳에 예비군 훈련장이 있는줄 알았다. 아, 대한민국 예비군만이 상상할 수 있는 이 불편한 진실!

 

3. 영혼 숭배

 - 한국에서도 아직 관운장 숭배가 이루어지는데 중국의 경우는 한국과 달리 특정 무속인의 수준이 아닌 일반 여엄집의 수준에까지 파급되어 있다. 도시화가 이루어져 온통 아파트형 주택으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지금에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조금만 변두리로 벗어나 보면 오래된 나무 대문이나 기둥에는 붉은 대춧빛의 얼굴에 긴 수염을 휘날리며 청룡언월도를 거머쥔 관운장이 초라한 여염집의 수호신처럼 붙어있다. 대문 양쪽으로 붙이는 경우 장비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역시 우리가 상상하듯 철사 수염에 사천왕의 눈동자를 부릅뜨고 형제가 나란히 여염집을 지키고 있다. 유비가 등장하지 못하는 것은 여염집에 납시기에는 너무 높은 황제의 신분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초선을 섬기고 싶다.

 

 

 

 

여기서, 오늘의 퀴즈

 

아파트형 주택에는 현관문에 복(福)자가 붙어있는데 모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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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복이 쏟아진다고 한다. 중국도 복은 담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현관문의 복자는 꺼꾸로 씌여져 있다. 이런 소박한 마음이 너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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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5-0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중국에 계시군요. 언제 또...
중국에서 일하고 계시는 건가요?
이런 글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구요.
저 개인적으론 중국에 대해 부담스러움 같은 게 있는데
그런 귀여운 면도 있네요.ㅎ

잉크냄새 2012-05-07 13:33   좋아요 0 | URL
네, 중국에서 생활중입니다. 그냥 중국이 어떤 곳인지 경험해보려고 5년 정도 목표로 나왔는데 벌써 반이 지나갔네요.
중국이란 곳, 넓은 땅떵이와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된 만큼 아주 많은 면이 존재합니다.

Arch 2012-05-0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어요. 복은 쏟아지는거라니. 소박함과 중화사상은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데 그게 또 한 나라의 문화와 사람 속에 스며있는 듯해요. 얼마 전에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여행사나 가이드가 리베이트를 받고 형편없는 음식을 대접하는 음식관련 프로그램을 봤어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게 터무니없었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중국 사람들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

잉크냄새 2012-05-07 18:07   좋아요 0 | URL
중국의 급작스런 경제성장으로 그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는 것과 현재 한국 사회의 실업률 상승과 같은 반대적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시하면 무시당한다는 가장 간단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할듯 합니다.

여행사의 그런 작태는 비단 한국과 중국에 대한 문제만은 아닌듯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2-05-0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조했네요, 님도 저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전 福 자를 현관문 안쪽에 거꾸로 매달아 놔서 참 이상했거든요.
단지 달아나지 말라는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의미가 더 정확하겠군요~^^

잉크냄새 2012-05-07 18:06   좋아요 0 | URL
네,오랫만입니다. 거꾸로 매달린 복자를 보셨군요.
전 처음에 잘못 붙인줄 알았습니다.

icaru 2012-05-0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학의 통찰이 진정한 통찰이야!!! 역시~~, 하게 되는 페이퍼네요~
ㅎㅎㅎ 앞에 서두부터 여러 조건과 전제를 붙여주시며 흥미를 마구 불러일으켜 주셔서리..

폭죽 문화는 정말 처음 알았어요! 크리스마스나 정초에 불꽃놀이 보다가 인파가 너무 몰려 사람이 깔려 죽었다는 홍콩발 토픽 같은 것을 들을 때는 어쩌다 난 사고인가보다 했거든요. 그리고 영혼 숭배 사상도 그래요~ 우리 나라도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내려오긴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처럼 집안에 불단(?) 같은 것을 모시지 않는 것을 보니, 북동아시아 중에서 우리만 좀 남다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게 ㅋ

모쪼록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잉크냄새 2012-05-09 11:32   좋아요 0 | URL
어허, 이거 무학이란 말도 함부로 못쓰겠구려. 김어준 따라 써봤는데 전 그저 넋두리 정도인것을.

하여간 문화라는 것이 참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이 가까운 나라들이 다 독특한 문화권을 형성한다는 것이 말이죠.

rosa 2012-05-1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에서 만났던 재중동포 동생이 자꾸만 중국 한번 놀러오라는데.. 어찌 된 게 중국엔 도통 가게 되질 않네요.^^;; 그래서 잉크냄새님 글로나마 중국을 느껴 봅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잉크냄새 2012-05-11 10: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중국이란 나라, 기회가 된다면 한번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으실듯 합니다. 동양 문화권이라 이질감도 덜하고, 앞으로 세계 중심에 설 나라임은 자명한지라 미리 봐두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