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스케치 1

- 한소원 -

귀 가까이,
포옥 포옥 담배 타 드는 소리 듣자면
아궁이 장작 타 드는 그 소리 같아
절로 감기는 눈 거 너머엔 핑 도는 고향.

눈이 많은 강원도 두메 산골
한낮의 풍경이란
바둑이가 종일 터밭을 휘젓고
나무 울타리 뛰쳐나간 어린 송아지가
메- 메- 어미 찾아 울고
앞 산 중턱 어드메쯤엔 토끼 몰이 청년들이
워이 워이 맑은 소리 질렀나 보다

공중에 뜬 해인들
높은 산에 걸리어
그늘지면 으레히 저녁이려니,
녹아 흐르던 지붕 위 눈 물이
고드름으로 영글고 아궁이엔 다시금
장작이 타드는데
어허라 이것보게 솟은 굴뚝 보다
벽 틈서 연기 더 나니
볏 짚 냄새 진흙 냄새 나는 못 잊어.

시간은 흘러 너도 나처럼 보기 좋게
비단 옷을 입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훤히 꾀었으나
차마 거역 할 수 없어 맘 아플때
초라하나 따스하던
그 옛날 전설같은 고향이 눈에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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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그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푸근함을 선사합니다. 고향이 시골이든 도시인든 고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슴은 참 따사로운 어머님 품처럼 그렇게 아련히 젖어옵니다.

올 가을 고향에는 싱그런 풀냄새, 따뜻한 흙냄새, 비릿한 바닷내음, 그리고 정겨운 사람내음...한동안 멀리서 바라보아야했던 것들을 느낄수 있을것 같습니다.

님들, 풍성한 한가위 맞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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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2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즐겁게 추석 보내세요...

진주 2004-09-2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냄새와 바닷내음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고향에서 자라났군요.
잉크님, 이번 명절엔 고향집에 가셔서 엄마찌찌 실컷 먹고 오세요~ ^^*

stella.K 2004-09-2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고향 가시나요? 모처럼 가족들과 좋은 시간 갖으시겠네요. 잘 다녀오십시오.^^

水巖 2004-09-2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가는 분들 고생은 되겠지만 참 부럽습니다. 고향이 서울인 사람들, 어머님 안 계신 사람들은 고향없는 사람들 같네요.
잉크냄새님, 잘 다녀 오십시요. 고향냄새, 많이 많이 갖고 오세요.

잉크냄새 2004-09-2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들도 풍성하고 웃음가득한 한가위 맞으시길 바랍니다.

미네르바 2004-09-2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사는 곳이 고향인 사람은,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의 그리움과 설레임은 없는 것 같아요. 좋으시겠어요. 고향에 갈 수 있어서... 사람내음, 흙내음, 바다내음... 듬뿍듬뿍 담아갖고 오세요. 이 곳에 다시 오실 때 쯤엔 님 곁에 있는 사람은 여러 가지 냄새를 맡겠군요^^ 잉크냄새부터 시작해서 바다냄새도 흙냄새도 고향의 냄새도...

2004-09-25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가분아저씨 2004-09-2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
사람과 사람 사이
아, 달도 밝다

털짱 2004-09-30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파란여우님의 서재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잉크냄새님의 글은 사실 여우님을 통해서 간간히 느껴왔었는데..
갑자기 여우님이 울컥- 그립습니다.
추석 잘 보내셨는지 인사드리러 들렀습니다.

잉크냄새 2004-10-0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아, 달도 밝다고 할만한 날씨였던것 같습니다.
모두들 다시금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오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