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1 - 군사 역사편
스티븐 앰브로스 외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연구원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만약에 그때 무엇을 했더라면...의 가정은 비단 이 책에서 소개된 역사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 거창한 세계사뿐 아니라 개인의 일반사 모든 부문에서 한번쯤 생각되어진 부분일 것이다. 우리의 근대사에서도 그 가정을 손쉽게 찾을수 있다. 김구 선생이 암살되지 않고 남한 정부를 이끌었다면, 한국전쟁 당시 압록강으로 인해전술을 펼치는 중공군에게 맥아더의 명령대로 대규모의 공군 공습이 이루어졌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한국사 속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대체 역사란 무엇인가? 대체 역사는 1급과 2급 대체역사로 분류된다. 비록 소설이기는 하나 오와 촉이 연합전선아래 위와 맞붙은 적벽대전을 예로 들어보자. 적벽대전시 화공을 실시한 그 시간에 공명의 예측대로 남동풍이 불지 않고 북서풍이 불었다면, 아마도 위의 강대한 군사력앞에 오와 촉의 연합은 붕괴되고 위에 의한 중국통일은 훨씬 앞당겨졌을것이다. 이것이 제1급 대체역사이다. 역사속의 지도자, 주변세력, 기본전략은 그대로 두고 날씨의 변화, 전술가의 성격등 역사의 사소한 부분에서의 가정이 제1급 대체역사이다.

또 다른 가정으로 적벽대전의 패배로 위가 오와 촉의 연합에게 점령당했다면 아마 그 후의 역사는 공명과 주유의 전략전으로 바뀌었을것이다. 1급과 달리 전면적인 역사의 재수정에 의한 가정,그것이 제2급 대체역사이다. 2급 대체역사는 주로  소설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으며 복거일씨의 소설 < 비명을 찾아서> 나 영화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 가 한국이 아직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있는 제2급 대체역사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기원전 701년 아시리아와 유대왕국간의 전투에서 갑자기 전염병이 창궐하여 아시리아 대군이 패배한 사건부터 1946년 중국 국민군과 공산당과의 막바지 전투에서 중지 명령을 내린 장개석의 실수로 공산당이 재기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결국 대만으로 쫓겨난 중화민국에 이르는 유사이래의 세계사에서 중요한 갈림길이 되었던 군사역사 스무가지에 대한 1급 대체역사를 스무명의 군사역사 전문가들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 역사가들에 의해 저술된 한계는 있다. 아시리아와 유대의 전투, 페르시아와  헬레니즘이 결돌한 살라미스 해전, 징기스칸의 몽골에 의한 유럽대륙의 점령등 서양과 동양이 부딪힌 전투에서의 그들의 시각은 서양의 역사쪽으로 기울고 있다. 또한 군사학에 정통한 역사학자들의 글인지라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는 실존 역사와 대체 역사의 구분에 모호해질수도 있는 함정이 있다. 좀더 역사적인 시각을 지닌후 다시 읽어볼만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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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4-05-1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여 대독일연방을 구축하고 유렵을 지배한다는 로버트 해리스의 <그들의 조국>도 제 2급 대체역사소설이 되겠군요. 뒤집고 다시 쓰는 역사, 흥미진진하죠.

미네르바 2004-05-1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런 가정을 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죠. 그것이 대체역사소설이군요. 그것은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 같아요. "만약에 그 때 그렇게 했더라면......"하고.

잉크냄새 2004-05-1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역사든 삶이든 가정에 의한 부분은 흥미진진하죠.
그런데, 대체역사는 또 다른 대체역사에 의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것 같아요.
아마 현재의 자리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심리인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4-05-1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역사...흥미진진한 작업입니다만 , 그러하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냉철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장 객관적인 시각에서, 실증적 근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자부하는 정사(정서란 말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지도 의심스럽지만 말입니다.)도 인간에 의해 쓰여진 것이기에 치우치고, 넘치면서도 모자르는 것이어늘...대체 역사라....
상당히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쓰여졌겠지만, 결국은 허구일 수밖에 없기에...집필자의 세계관이 그만큼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겠지요. 대체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본다는 것...상당히 흥미있는 과정일 겁니다. 그러나 님의 말씀처럼 그만큼 역사를 바라보는 명징한 철견이 없는 상태에선 한 편의 가상 시나리오(?)를 읽는 것과 다를 바 없겠지요..
그러기에 섣불리 접근치 못 할 저서같습니다만, 음...^^* 리뷰 잘 읽고 갑니다.

2004-05-16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4-05-1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사에 대한 님의 견해와 같은 이유로 오히려 대체역사에 대한 흥미가 유발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의외로 대체역사는 역사연구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군요. 그 세부적인 의의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역시 역사는 그 명확한 역사관이나 지식이 동반되어야 하나 봅니다. 저도 읽는동안 내내 정사와 대체역사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