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번뇌



                -- 복효근



오늘도 그 시간
선원사 지나다 보니
갓 핀 붓꽃처럼 예쁜 여스님 한 분
큰스님한테서 혼났는지
무엇에 몹시 화가 났는지
살풋 찌뿌린 얼굴로
한 손 삐딱하게 옆구리에 올리고
건성으로 종을 울립니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 눈을 내리감고
지극정성 종을 치는 모습만큼이나
그 모습 아름다워 발걸음 멈춥니다
이 세상 아픔에서 초연하지 말기를,
가지가지 애증에 눈감지 말기를,
그런 성불일랑은 하지 말기를
들고 있는 그 번뇌로
그 번뇌의 지극함으로
저 종소리 닿는 그 어딘가에 꽃이 피기를...

지리산도 미소 하나 그리며
그 종소리에 잠기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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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0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 아픔에서 초연하지 말기를...
들고 있는 그 번뇌로 그 번뇌의 지극함으로 저 종소리 닿는 그 어딘가에 꽃이 피기를..."
초연한 척 하지 말고 고민하고 번뇌하자. 다만 내 곁에 다시 돌아올 봄햇살 가득한 공간 하나의 여유만은 남겨두자.
시간이 흐른 어느날 내 옆의 그 공간이 해탈이요 피안인것을 알게 될테니...


박가분아저씨 2004-05-1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번뇌에 초연하면 재미없지요.
숱한 애증에 아프지 않다면 재미 별로 없지요.
더러 우리 인간사 살풋 찌푸린 얼굴로 이겨 나가는 담담함 필요하지요, 애써 견디며 버티는 세월 필요하지요.

치유 2004-05-13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