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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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유성호 교수는 죽음을 매일 만나는 사람입니다. 3,000건이 넘는 부검을 집도했고, 숱한 현장에서 죽은 자가 말하지 못한 진실을 들어왔습니다. 죽음을 가장 많이 보는 직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절실하게 삶을 생각합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이후 6년 만에 출간된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저자가 일 년에 한 번씩 작성하는 유언을 통해 깨달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실천적 지침서입니다.


이 책은 삶과 죽음, 애도와 기억, 유언과 유산이라는 인간 존재의 핵심 질문을 다룬 인문사회적 기록입니다. 저자의 시선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하며, 통계가 아니라 사람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가 주목한 주제 중 하나는 좋은 죽음에 대한 고민입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과 권리 말입니다. 고통을 최소화하고 의미 있는 작별을 할 수 있는 여유, 그것이 바로 좋은 죽음의 핵심임을 일깨웁니다.


첫 번째 노트, 죽음을 배우는 시간 편에서는 죽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합니다. 죽음은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라고 합니다.


죽음을 의식하면 삶에 더 겸손해지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며 삶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죽음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존재로 여겨지지만, 죽음에 대한 인식이 더 충실한 삶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기에 현재의 삶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삶에서 그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좋은 삶'의 끝에는 '좋은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유성호 교수는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가 결국 좋은 삶을 만든다는 역설적 진리를 전합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존엄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인의 고통뿐 아니라 남겨진 자의 트라우마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의학자로서 직접 마주한 다양한 죽음의 사례와 함께 현대 사회에서 죽음의 권리와 관련된 윤리적 질문들을 탐구하기도 합니다. 연명의료, 존엄사, 안락사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의학적, 윤리적, 법적 관점에서 균형 있는 시각을 펼쳐 보입니다.


이 책은 법적 유언장을 권유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담은 기록으로서의 유언을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용서를 구하는 고백, 남기고 싶은 삶의 가치와 철학. 유언장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담는 서사입니다. 유언은 죽기 전에 쓰는 글이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한 문장입니다.


실제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많은 이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삶을 정리하고, 갈등을 해소하게 됩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의 밀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지금의 삶이 더 소중해집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죽음이 바꿔놓은 삶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명사들의 유언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유언이 담고 있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분석하며, 자신이 일 년에 한 번씩 작성하는 유언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 보여줍니다.


자신의 부고를 미리 작성해 보거나 장례식을 상상해 보는 등 실천 방법이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초판 한정 부록 더 잘 살기 위한 30일 유언 노트는 그저 노트 기능에 그치지 않고, 나 자신을 완성하는 작업으로서의 질문과 미션이 있어 유용합니다.


처음엔 불편하고 두려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정기적으로 돌아보고 기록하는 습관은 연령에 상관없이 더 충실한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 됩니다.


죽음은 가장 확실한 미래입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기에 그 누구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죽음을 관리할 수 있는 삶의 요소로 바라봅니다. 평소에 의료적 결정, 재산 분배, 인간관계 정리 등을 차분히 준비하면 마지막 순간의 혼란과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책입니다. 살아 있는 자를 위한 죽음 수업을 만나보세요. 유언 작성은 끝이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한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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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이 사라졌다! 서사원 저학년 동화 2
윤선아 지음, 노아(조히) 그림 / 서사원주니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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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기발한 글자 유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초등 저학년 동화 <ㄴ이 사라졌다!>. 한글의 마법이 참 재밌습니다. 전작 <ㄱ이 사라졌다>에 이어 이번엔 자음 ㄴ이 사라집니다. 어떤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까요?


남자 화장실이 감자 화장실이 되어버립니다. ㄴ을 사라지게 한 마법 때문입니다. 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얼굴까지도 감자로 변해버립니다.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던 니글니글 선생님과 필이가 곤경에 처합니다.





니글니글 선생님은 찌글찌글 선생찜이 되어버립니다. 니글니글과 찌글찌글은 발음할 때도 참 재밌잖아요. ㄴ이 사라지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단어의 변형을 잘 보여줍니다.


선생님이 ㄴ을 발음할 수 없게 되면서 수업은 물론 일상 대화조차 불가능해집니다. 웃음과 동시에 위기감을 느끼게 합니다. ㄴ의 부재로 인해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 사건으로 깨닫게 됩니다.


자음 하나가 사라지면 단어와 의미가 완전히 변할 수 있다는 것. 자음이 가진 힘이 대단하군요.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표기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자음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죠. 동화 <ㄴ이 사라졌다!>는 한글의 특성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게 이야기 속에 녹여냈습니다.





ㄴ이 사라졌다는 것이 단순히 말놀이가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더 몰입감이 생깁니다. 그나저나 ㄴ이 왜 사라졌을까요? 누구의 소행일까요?


우리가 매일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에서 단 하나의 자음만 빠져도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까요? "네"라고 대답하려 해도 "메"라는 소리만 나오게 된다면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혼란스러워질까요?


저자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상황 설정을 넘어서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ㄴ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남자, 누나, 나무, 노래 등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 감자, 구나, 가무, 고래 등으로 바뀌는 상황은 언어의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당연하게 여겨온 한글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동화 <ㄴ이 사라졌다!>. 단 하나의 자음 사용이 제한되는 상황이 글자 놀이를 넘어서 창의력과 상상력의 즐거움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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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
이명신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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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의식처럼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커피입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의 농축된 쓴맛부터 라떼의 부드러운 위안까지 커피로 일상의 리듬을 찾아갑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 커피 소비국이라고 합니다. 커피는 음료를 넘어 우리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명신 저자는 <커피사회>에서 “왜 우리는 커피 없이 하루도 견디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각성, 향유, 우애 세 가지 키워드로 커피와 사회의 관계를 풀어냅니다.


일상을 지탱하는 커피의 힘, 각성 파트에서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믹스커피 등 다양한 커피가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봅니다.





에스프레소는 모든 커피의 기본이 되는 베이스입니다. 탄탄한 기본기가 있어야 변형도 가능하다는 인생의 진리를 에스프레소에 비유합니다. 저자는 "우리는 자신이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기보다 타인의 삶을 기웃거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보이는 나를 다 걷어내고 나면 내 안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라며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고 강렬한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가장 대중적인 커피 아메리카노는 바쁜 일상 속 능률을 올리는 부스터 역할을 합니다. "좁은 땅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살아내는 한국인의 몸부림은 독특한 커피 문화, '아아'를 만들어냈다.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이다"라며 한국인의 분주한 삶을 상징하는 음료로 묘사합니다.


믹스커피, 터키시 커피, 달걀 커피 같은 커피들을 통해 삶의 무게를 견디는 방법과 오리지널리티의 가치 그리고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는 지혜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원래는 노른자 크림이 들어가는 달걀 커피가 대한민국에서는 노른자 동동이 된 상황을 참살이와 연결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습니다.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이 아침을 먹지 않아도 오전을 버텨낼 일타쌍피 역할을 한 달걀 커피.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거나 간편식으로 채우는 현대인의 일상을 짚어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이 현대인의 중요한 과제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러고 보면 도란도란 둘러앉아 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커피를 통한 자기표현과 취향의 발견, 향유 파트에서는 커피가 자기표현과 취향의 도구가 되는 측면을 탐구합니다. 더치커피, 캐러멜 마키아토, 가향 커피 등 다양한 커피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지 살펴봅니다.


더치커피는 시간의 밭에 인내를 심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천천히 추출되는 더치커피처럼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웁니다. 캐러멜 마키아토처럼 달달한 커피는 고단한 일상에 작은 위로를 던지는 역할을 합니다. 자판기 커피에서는 소소한 낭만을, 셀피 커피에서는 현대인의 자기표현과 과시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들여다봅니다.


특히 셀피 커피는 자기표현 방식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3D 프린팅 기술로 자기 얼굴이 새겨진 커피 인증샷을 찍는 행위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문화적 코드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소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지, 그 과정에서 진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커피를 통한 연결과 공존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우애 파트에서는 커피가 인간관계와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에 주목합니다. 드립 커피, 카페라테, 캔커피, 공정무역 커피 등 우리가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고 공존할 수 있는지 탐색합니다.


드립 커피는 타인을 환대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환대는 레드 카펫처럼 타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의미한다. 추앙과 환대는 인간 고유의 본성이자 진정한 인간다움의 표현이다."라며 커피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임을 보여줍니다.


카페라테는 밀어내지 않고 부드럽게 서로를 포용하는 공존의 지혜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 지금 우리에게는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어우러지는 스며듦의 미학이 필요하다."라며 카페라테처럼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조화롭게 섞이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마지막으로 카페라는 공간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도 생각해 봅니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닌,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제3의 공간으로서 우리 삶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커피사회>는 커피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사회와 문화, 인간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각성이라는 현대인의 필수 요소, 향유라는 자기표현의 욕구, 우애라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커페에서 발견합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우리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는 의미 있는 의식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커피와 어울리는 음악까지 켜놓으면 커피타임이 더욱 즐거워집니다. 커피를 매개로 사회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는 <커피사회>. 호모 코페아(Homo Coffea), 커피 인간으로서 어떻게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내 커피 취향이 말해주는 건 단순한 기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삶과 가치관을 표현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깨어 있기 위해 마셨던 이 커피를 통해 나를 알고 우리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각성의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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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사용 설명서 - 피부과 진료 선택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인승균 지음 / 라온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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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피부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입니다. 피부는 관리해야 한다는 시대적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인승균 원장의 <피부과 사용 설명서>는 피부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피부 관리의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서입니다.


피부과 전문의인 저자가 진료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례와 환자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피부 질환부터 미용 시술까지 폭넓은 정보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피부과를 찾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피부 질환 치료부터 미용 목적 그리고 최근에는 자기 만족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정기적으로 피부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 피부과는 자신을 가꾸고 삶의 질을 높이는 웰빙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피부과와 피부 관련 시설이 즐비한 요즘, 어떤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해야 할까요? 저자는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의원과 일반 의원, 피부관리샵의 차이점을 명확히 설명합니다.


피부과 의사로서의 자격과 전문성이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또 다른 병원에서 호전되지 않던 증상이 회복된 사례를 통해 올바른 피부과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피부 질환에 대해 짚어줍니다. 아토피 피부염, 건선, 백반증과 같은 만성 피부 질환부터 두드러기, 대상포진, 사마귀까지 다양한 피부 문제를 다룹니다.


두드러기만 해도 여러 유형과 특징이 있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어 자신의 증상을 더 잘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됩니다.


탈모 문제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남성형 탈모뿐만 아니라 여성형 탈모 치료법까지, 미녹시딜과 같은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꼼꼼히 짚어주니 치료법을 선택할 때 도움 됩니다.


<피부과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피부과 진료실에서 자주 접하는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좋은 피부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부터 시작해 피부에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 노화를 늦추는 법 등 실용적인 조언까지 폭넓게 다룹니다.


보톡스와 필러에 대한 선입견, 다양한 피부 관리 시술의 차이점, 자외선 차단제의 올바른 사용법 등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가 유용합니다. 특히 피부과 시술 가격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편의점 커피와 스타벅스에 비유하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피부과 의사가 직접 받는 시술이나 가성비 높은 시술과 낮은 시술에 대한 정보는 소비자 입장에서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됩니다. 특정 피부 고민별로 적합한 치료법을 소개하고 피부과 장비의 진품·복제품 차이, 가정용 미용기기의 효과에 대한 솔직한 평가까지, 시술 전 반드시 읽어야 할 사전 정보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피부 관리의 목적이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신을 아끼고 돌보는 과정에서 얻는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에 있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피부과 사용 설명서>는 피부과 진료의 다양한 측면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피부를 건강하게 가꾸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짚어줍니다. 외모 지상주의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피부 관리가 주는 심리적, 사회적 혜택을 인정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녹아 있습니다.


피부 질환으로 고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용 목적으로 피부과 방문을 고려하는 이들, 그리고 일상적인 피부 관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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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웬디 코프 지음, 오웅석 옮김, 유수연 감수 / 윌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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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커다란 오렌지를 하나 샀어 – 그 크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지.”


영국 현대 시인 웬디 코프(Wendy Cope)의 대표작이자 동명의 시집 『The Orange』의 핵심 정서를 함축한 「오렌지」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찬란하게 기념하는 동시에,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시입니다.


시집 <오렌지>에는 총 31편의 시가 수록되었습니다. 유수연 시인의 감수로 정제된 번역본과 웬디 코프 특유의 리듬감과 유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영어 원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그 오렌지 덕분에 너무도 행복했어,

평범한 일들이 종종 그렇지,

특히나 요즘에는. 장을 보는 일도. 공원을 거니는 일도.

모든 게 평화롭고 만족스러워. 새삼스럽게도.” – 「오렌지」 중에서


이 시는 도시적 고단함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평범한 기쁨을 상기시킵니다. 커다란 오렌지를 사서 나눠 먹는 일, 그 단순한 행위에서 비롯된 감정이 하루를 평화롭게 만든다는 것. 이런 기쁨의 발견을 우리는 평소 얼마나 많이 지나쳐버렸을까요. 바쁘게 지나쳐버리는 삶의 디테일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입니다.


오렌지는 작은 행복의 은유입니다. 이 책이 특히 2030 세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꿈보다는 “그냥 좀 행복하고 싶다"라는 욕망, 그것을 시인은 다정하게 받아들이고 포용해 줍니다. 지금의 세대가 겪는 정서적 피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제는 안전하게 정착할 사람을 찾았으니,

인생에서 단 하나의 야망이 있다면, 바라건대

계속해서 지루하게 지낼 수 있기를.” – 「지루하게 지내기」 중에서


이 시는 평범함에 대한 예찬입니다. 웬디 코프는 드라마틱한 삶이 아닌,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과 평온을 사랑합니다. 무한 경쟁 속에서 지친 우리들에게 이보다 더 솔직하고 절실한 ‘야망’이 또 있을까요?


「가볍게 더 많이 써 봐」 시는 웬디 코프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조적인 시선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은 더 이상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살아가기 위한 것입니다.


“심리상담도 받고, 이것저것 배워보고 (...)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군것질은 줄여.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은 멀리해. 그런데도 달라지는 건 없어, 앞날은 깜깜해.” – 「가볍게 더 많이 써 봐」 중에서


마치 일기장을 슬며시 들여다본 듯한 느낌입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고백이 오히려 위로가 됩니다. 웬디 코프가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한결같이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가 가득합니다. 『오렌지』에 실린 시들은 비범한 상황이나 격정적인 사건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대신 평범함을 장난스럽게 예술로 승화시키는 힘이 돋보입니다.


작가 특유의 리듬감을 원문으로 확인해 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영시를 낭독해 보니 새삼 이런 시간이 행복감을 선사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잊고 있던 기쁨 감각을 되돌려주는 작은 처방전과도 같은 시집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고, 남들보다 앞서지 않아도 좋으며,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지루함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웬디 코프의 시는 유쾌하게 망가져도 괜찮다고, 평범하게 살아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속삭임입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의 하루를 지탱해 주는 힘은, 그 오렌지 한 알일지도 모릅니다. 지루한 하루에도 반짝임은 있다는 것. 그걸 시로 쓴다면 이런 모습일 겁니다.





귀염뽀짝한 오렌지 꾸미기 스티커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시집이 완성됩니다.


단순하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하게 일깨워 준 <오렌지>. 복잡한 수사와 난해한 은유 대신, 일상의 언어로 고민과 불안, 그리고 소소한 기쁨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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