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마스터 1500
오현숙 지음 / 길벗이지톡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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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JLPT 자격증은 있지만 실전에서 자신의 일본어가 어색하다고 느끼나요? 혹은 비즈니스 메일을 쓰면서 "이게 맞나?" 싶어 번역기를 돌린 뒤, 그 결과물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며 식은땀을 흘리지는 않는지요.


자격증이 실력을 증명한다고 믿지만, 언어의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해 만만하게 시작하는 일본어는 중고급 단계로 올라갈수록 뉘앙스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힙니다.


『일본어 마스터 1500』은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등장한 교재입니다. 저자 오현숙 교수는 강의실에서, 통역 현장에서, 그리고 시험 문제 출제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인 학습자들이 어디서 발을 헛디디는지, 어떤 지점에서 한국식 일본어의 늪에 빠지는지를 포착해 왔습니다.


이 책은 30년간 수집한 학습자들의 오답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중급자를 위한 도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본어 마스터 1000을 10년만에 개정한 책입니다.


이 책의 레벨 1은 기초 수준은 아닙니다. 총 3레벨로 나눠 전반적으로 양자택일, 사지선다, 괄호쓰기로 구성했습니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의심을 바탕으로 한 문제들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저지르는 한국어 간섭 현상을 잘 짚어줍니다.


우리는 생물은 'いる', 무생물은 'ある'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식물은? 혹은 소유를 나타낼 때는? 단순 암기가 아닌 주체의 의지와 수동적 존재의 차이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문제들이 펼쳐집니다.


"요즘 자주 보네요"라는 한국어 문장을 곧이곧대로 '見る'로 옮기는 실수도 짚어냅니다. 일본어에서 '보이다'와 '만나다'의 경계가 어떻게 나뉘는지, 상황에 맞는 동사 선택이 왜 네이티브스러운 감각의 시작인지를 보여줍니다.


레벨 2에 진입하면 본격적으로 어휘의 변별력 싸움이 시작됩니다. 중급 학습자들이 가장 고통받는 지점인 유사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파고듭니다.


똑같이 '말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들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형태를 바꾸고, 상대방과의 거리감에 따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단어를 끼워 넣는 수준을 넘어, 문장 전체의 흐름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조사를 선택하고 문형을 완성하는 훈련이 이어집니다.


변형 문제의 배치가 돋보입니다. 한 번 틀린 문제는 반드시 다시 틀린다는 학습 심리를 파고들어, 유사한 구조의 문제를 반복 배치해뇌가 올바른 패턴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레벨 3은 그야말로 마스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고난도 영역입니다. 이곳에서는 고급 시사 상식, 관용구, 그리고 가장 까다로운 경어가 기다립니다.


1379번 예문의 '고양이 등(猫背)'처럼 신체 부위를 활용한 관용구나, '연쇄 추돌(玉突き)' 같은 시사적 표현들은 사전을 찾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화적 문맥을 요구합니다.


'모셔다드리다', '말씀드리다' 등의 겸양 표현과 존경 표현이 섞였을 때 발생하는 혼란도 정리해 줍니다. 0657번 문제에서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상황을 'おります'로 표현하는 겸양의 원리(자신이 속한 그룹의 사람을 낮춤)를 설명해줍니다.


일반적인 학습서에서 보기 힘든 '내각개조(内閣改造)', '통상국회(通常国会)' 등의 정치 및 국회 용어를 배치했습니다. 일본 뉴스를 청취하거나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기죽지 않을 실전 근육을 키워줍니다.


본문 1500문제를 모두 풀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부록 레벨업 문법 노트까지 살펴보세요. 유사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 어떤 상황에서 갈라지는지 표로 정리하여 시각적 직관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중고급자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큰 난관인 형식 명사들의 쓰임새를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이티브들이 일상적으로 쓰지만 한국인에겐 낯선 외래어와 복잡한 경어 체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JLPT N1/N2 자격증은 있지만, 정작 현지인과의 대화나 작문에서 자신의 일본어가 부자연스럽다는 공포를 느끼는 이들, 비즈니스나 전문적인 대화에서 어휘의 한계를 느끼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학습자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일본어 실력이 얼마나 모래성 같았는지를 1500번의 문제를 통해 끊임없이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견뎌낸다면 일본어 공부 제대로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겁니다. 당신의 한국식 일본어를 네이티브의 문장으로 재설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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