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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판) - 사랑에 대한 낭만적 오해를 뒤엎는 애착의 심리학
아미르 레빈.레이첼 헬러 지음, 이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연애 심리학의 바이블, 애착 이론으로 해부한 관계의 실체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출간 15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개정판입니다.
컬럼비아 대학교 정신의학과 부교수이자 신경과학자인 아미르 레빈과 임상 현장의 베테랑 심리학자 레이첼 헬러가 손을 잡고, 인간의 뇌와 심리에 각인된 애착이라는 설계도를 펼쳐 보인 관계 보고서입니다.
출간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연애 심리학 바이블로 읽히는 이유는 연애를 감정의 문제나 성격의 문제로만 설명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관계의 작동 원리를 하나의 구조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연애를 운이나 인연의 문제로 돌리려는 태도를 해체합니다. 사랑이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뇌와 애착 체계가 만들어내는 반복 가능한 행동 양식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정 문화나 세대의 연애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보편의 감정 구조를 해석하는 데 있습니다. 연애는 사적인 사건이지만, 그 이면에는 놀라울 만큼 공통된 심리 공식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먼저 상대 분석이 아니라 자기 진단부터 시작합니다. 연애 문제를 이야기할 때 대개 상대의 행동을 먼저 떠올립니다. 연락이 적다, 감정 표현이 없다 혹은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식입니다. 이 책은 질문의 방향을 바꿉니다.
연애의 중심축을 상대의 마음에서 나의 선택으로 옮깁니다. 감정 투자라는 개념을 통해 연애를 하나의 의사결정 문제로 재정의합니다.
상대가 모호한 태도를 보일 때, 과거의 우리는 “나를 좋아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애착 관점에서는 “이 사람의 친밀감 수용도는 나와 맞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집니다. 연애를 감정 시험이 아닌, 관계 구조의 적합성 평가로 전환시킵니다.
인간의 뇌가 타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애착 이론’. 내가 연인에게 집착하거나, 반대로 숨이 막혀 도망치고 싶은 욕구는 각자가 지닌 고유한 애착 유형의 발현일 뿐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이걸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자책하는 늪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인 관찰자의 눈을 갖게 됩니다.
이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불안형, 회피형, 안정형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각 유형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신경과학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불안형은 관계의 미세한 균열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연인의 말투 하나, 카톡 답장 속도 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섭니다. 이를 활성화된 애착 체계라고 부릅니다. 불안형에게 가장 위험한 오해는 불안함을 열정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나를 힘들게 할 때 느끼는 감정적 요동을 사랑의 깊이라고 믿는 순간, 비극은 시작됩니다.
회피형은 친밀감이 깊어질수록 자율성을 침해받는다고 느낍니다. 이들은 상대와 가까워지려 할 때 무의식적으로 거리두기 전략을 사용합니다. 회피형의 비극은 운명의 상대라는 신기루를 쫓으며 정작 눈앞의 소중한 관계를 밀어낸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곧 생존이라 믿기에, 상대의 요구를 구속으로 치부해 버리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인구의 약 50%를 차지한다는 안정형은 관계의 황금 표준입니다. 이들은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표현하며, 상대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책은 불안형-회피형 커플의 역학 관계에 주목합니다. 이들은 마치 자석의 극처럼 서로를 강렬하게 끌어당기지만, 결합하는 순간 서로를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불안형은 회피형의 무심함에서 오는 긴장감을 치명적인 매력으로 오해하고, 회피형은 불안형의 헌신을 통해 자신의 독립성을 확인하려 듭니다.
불안형-회피형 커플이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가 어려운 이유는 서로의 불안정한 상태를 더욱 강화시키는 악순환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상대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때로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더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나쁜 관계임을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할까요?
이별을 경험하는 사람은 과열된 애착 체계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특히 불안형은 잘못된 애착을 버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별 후의 고통을 금단 현상에 비유합니다. 상대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요동치는 애착 체계를 진정시키기 위해 뇌가 상대를 갈구하는 겁니다. 사랑이 아니라 불안의 해소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이별은 심리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실천적 대안은 무엇일까요? 바로 안정형의 습관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안정형을 완벽한 사람으로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안정형의 습관, 즉 감정 표현의 일관성, 공감 능력, 예측 가능한 반응을 모델로 제시합니다.
저자는 연애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밀당을 하고, 마음을 숨기는 것은 불안정한 애착 체계만 자극할 뿐이라고 말이죠. 자신의 욕구를 비난 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 그것이 관계를 살리는 유일한 무기라고 짚어줍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노력해서 맞추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은 애초에 잘 맞는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을 고쳐 쓰려 하기보다, 나를 평온하게 만드는 안정형을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더 명확한 해법이라는 뜻입니다.
관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커플이라면 서로의 행동을 성격 결함으로 비난하기 전에, 애착 유형이라는 안경을 통해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데 현실적인 매뉴얼이 됩니다.
행복한 연애의 핵심은 상대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나와 상대의 애착 지도를 정확히 읽고 수용하는 용기에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사랑의 미로 속에서 쥐어야 할 나침반입니다.
연애가 늘 같은 지점에서 좌초되었다면 혹은 새로운 시작 앞에서 두려움이 앞선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적어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신기루가 걷어지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