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에서 찾은 자본주의 문제와 해법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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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던 애덤 스미스의 경제사상은 틀렸다?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에 대해 잘못 알려진 기존 통념을 비판하는 책,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사실상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원래 의도와 달리 왜곡된 상태라면? 자칭 스미스주의자 김근배 교수님의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애덤 스미스의 대표 저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하나로 통합해 그의 사상을 소개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오늘날 경제위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며 21세기 자본주의의 해법을 고민하는 책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기업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 달달 외우다시피 한 이런 경제 개념이 모조리 왜곡된 것이었다니. 이데올로기에 악용된 과학 사례 못지않게 경제도 그랬군요.

 

 


우리는 애덤 스미스를 자유방임주의자로 알고 있습니다. 능력과 이기심이 있으면 누구나 큰돈을 벌 수 있고, 시장에 맡겨두면 잘 돌아간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인용하며 국가는 간섭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죠.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기능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것. 이 단어가 사용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제대로 읽어보면 그제야 알게 됩니다.

애덤 스미스 경제사상의 핵심은 이기심의 자본주의가 아닌 동감의 자본주의라는 것. 이 사상은 <국부론> 출간 이후에도 개정을 거듭했던, 젊은 시절에 쓴 <도덕감정론>에 나와 있어요.

 

 

 


공감, 동정, 동료애 의미로서의 동감. 동감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기초해 도덕의 일반준칙을 이야기한 <도덕감정론>에서는 자신을 타인의 처지에 두어 시인될 수 있는 행위는 하고, 부인될 수 있는 행위는 피하라고 합니다. 이런 도덕감정을 타락시키는 것은 만족하지 않는 부의 욕망이 있는데요. 부의 욕망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간 마음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애덤 스미스는 최소한의 부, 그 이상은 인간 행복을 높여주지 않으니 최소한의 부 그 정도가 동감도 얻고 도덕감정을 타락시키지도 않는 바람직한 부(富)라고 합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하는데요. 부의 기반이 의도하지 않게 사회적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나오고 이것이 <국부론>과 연결됩니다. 현대경제학은 이 손을 자유롭게 놓아두면 스스로 조정이 되는 시장이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도덕감정론>을 보면 전혀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애덤 스미는 '신의 섭리'에 대한 비유였을 뿐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오늘날 경제이론의 토대가 된 이론을 담고 있는데, 그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생애를 살펴봐야 하더라고요. 18세기 만능지식인이었던 애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국부론> 탄생 당시 스코틀랜드는 후진국이었고 정치경제적 소수자에 해당했습니다. 적대적 관계의 잉글랜드에 흡수되는 상황에서 정치제도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착취상태였기에 중상주의를 비판하고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자연적 자유주의 체제를 성토한 애덤 스미스. 그 당시엔 엄청난 진보주의자였어요.

 

김근배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경제불평등 문제 방안을 애덤 스미스의 기본 사상에서 찾습니다. 후대에 의해 왜곡된 것이 아닌 원래의 애덤 스미스 사상으로 말이죠. 사회적 통념에 의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우리가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제대로 읽어보길 권하면서요. 현대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포장되어 있고 그걸 벗겨내면 애덤 스미스 사상 대신 자유방임주의가 들어있다고 해요. 문제는 애덤 스미스는 자유방임주의자가 아니라는 것.

 

 

 

<국부론>의 '자연적 자유주의'는 타인이나 사회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 자유입니다. 자유방임의 자유가 아니라, 신중과 정의의 범위 안에서의 자유를 말해요. 정부 간섭없이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오늘날 자유주의자들과는 다른 입장이었습니다. 이건 당시 시대 상황을 알고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해석해야 알 수 있고요.

 

기본적으로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자가 아닌 도덕철학자였어요. 경제학이란 건 <국부론> 출간 후 130년이 흘러서야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현대 경제학 관점으로 그의 책을 읽으면 도덕철학자로서의 윤리성 부분을 간과해버린다는 겁니다. 그 당시 시대 상황에서는 독점이익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상인, 제조업자의 폐해가 커 애덤 스미스는 남에게 동감 얻는 범위에서, 법을 어기지 않고 신중히 정의롭게 부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김근배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중상주의 비판 주장은 오늘날 한국경제에 의미 있다고 해요. 소비자인 가계가 어려워 경제위기가 와도 생산자인 기업의 이익이 우선인 현실이니까요.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경영자란 물질적 이윤 동기 외에 비이윤적 동기는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경영자들은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니 그런 줄 알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책 속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라는 명제 역시 애덤 스미스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고 했을 뿐. 이윤 극대화는 현대 경제학자들의 영향으로 나타난 개념이라네요. '자기이익'이란 단어는 이기심으로 번역해 애덤 스미스를 이기심의 옹호자로 만들기도 했고요. 애덤 스미스가 말한 '자기이익'은 타인과 동감하며 이익추구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을 읽어내려 갈수록 애덤 스미스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서민 교육 의무화 주장도 100년이나 앞선 진보 사상이었고요. 마케팅이라는 학문 탄생 훨씬 전에 명품브랜드가 비싸게 팔리는 이유를 최초로 설명한 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갖는 동감 본성을 이해했기에 설명 가능했다고 해요.

 

현대의 경제학은 과학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에서 분리된 셈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 가정해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이윤극대화 원칙을 만들었고요. 그로인해 우리 자본주의는 이기심의 자본주의가 되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현실에선 소수를 위한 탐욕의 손이 되었습니다. 공기업도 이익의 극대화만 추구하고 부의 양극화는 심각해졌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에서 따뜻한 손이란 바로 동감의 손, 정의의 손입니다. 경제성장 정체, 심각한 경제불평등, 청년실업 등의 문제는 애덤 스미스의 기본 사상으로 돌아가야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이미 애덤 스미스식 경제발전 중이라고 해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공자의 사상과 유사한데 이대로라면 중국식 시장경제의 앞날이 기대되기도 한다는 것을 슬쩍 비추기도 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경제 젬병인 제가 읽어도 이 책은 좀 알아듣겠더라고요. 그만큼 쉽고 편하게 풀어가고 있는 책입니다. "타인이 설파한 자의적 해석에 의지하지 말고 직접 읽어봐야 안다."고 <도덕감정론>, <국부론>을 읽고 싶게 만들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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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거짓말
게르트 보스바흐.옌스 위르겐 코르프 지음, 강희진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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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정확할 거라는 믿음. 그 때문에 대중의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사용되는 숫자. 하지만 조작된 수치는 전문적 정보라는 허울을 쓰고 중요한 결정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통계의 거짓말>은 수치나 통계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관한 책 중 고전에 해당하는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고서도 정말 놀라웠었는데, 신기하게도 50년 전에 나온 그 책이나 이번 <통계의 거짓말> 책이나 사례를 보면 달라진 게 없다는 거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같은 방식으로 속이고 속는 세상이라니..... 이 방법이 먹히니 계속 쓰는 것 아니겠어요?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 아무래도 사례가 더 와 닿는 느낌입니다. 실업급여, 국민연금, 선거 등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며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불문하고 수치와 통계의 함정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의 통계는 누가, 왜, 어떻게 조작하는가.

긍정적 수치든 부정적 수치든 의문을 품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여론조사기관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설문조사의 중심은 설문 대상자가 아니라 설문 의뢰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정치가들의 긍정적 수치는 특히 의심해봐야 하고요.

 

 

 

 

다양한 통계 오류와 수치의 허상을 소개하는데요.

그래프 조작, 인과관계 혼동, 백분율의 위력, 표본 추출 방식, 장기적 예측의 위험성 등 이 모든 것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게 하겠다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물론 악의 없는 실수나 정말 몰라서 오류가 생긴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조차 통계를 그저 맹신하는 사람들에 의해 슬쩍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해요.

재미있는 사례 중 하나가 시금치는 철분 덩어리라는 연구 결과와 관련된 것인데, 중장년층 중에서 어렸을 때 시금치 억지로 많이 먹어본 분들 분명 있을듯해요 ^^ 시금치 100g에 철분 35mg 철분 함유라는 연구 결과는 사실 3.5mg으로 소수점 하나 깜빡한 결과라는군요. 문제는 이 연구결과에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고 믿었다는 거죠. 무려 40년이 지나서야 해결되었다네요.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통계를 함부로 활용하고 해석하는 통계의 오류와 수치의 허상을 스스로 밝혀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계의 거짓말>은 어디까지 믿고 어느 부분을 의심해야 할지 감 잡을 수 있게 몇 가지 원칙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 원칙 외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바로 배경지식을 아는 것입니다. 이슈를 다룬 통계를 해석할 때 최근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면 통계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는 바탕이 되거든요.

 

 

 

<통계의 거짓말>은 통계를 유익하게 활용하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큰 도움이 되지만, 맹신하면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계 뒤에 숨은 의미를 해석해내는 눈을 길러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어떤 통계는 생명과 연관된 것일 수도 있기에 그저 가볍게 넘어갈 일은 아니더라고요.

 

금융, 보험 등 일상에서 흔히 겪는 사회, 경제에 관한 사례에 집중하고 있어 뻔한 수법에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인생 교훈을 가르쳐준다고나 할까요. 연습문제까지 있어 재미있었어요. 숫자와 통계의 함정에 낚이기 싫다면 (혹은 반대로 영업으로 활용하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이슈와 공통된 부분이 많아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할지도 배울 수 있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숫자로 남을 속이는 가해자 중에는 선한 의도를 품은 사람보다는 부와 명예, 권력, 개인적 영달이 목적인 이들이 더 많다. 피해자 중에도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물게 순수하고 착해서 당하는 사람보다는 게을러서 혹은 편한 것만 추구해서 혹은 눈곱만큼의 비판도 없이 권위를 맹신한 탓에 속는 이들이 더 많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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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휴머니즘 - 스티븐 제이 굴드의 학문과 생애
리처드 요크.브렛 클라크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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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자연학자로서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연구와 삶을 다룬 책 <과학과 휴머니즘>. 2002년 작고한 고생물학자, 진화 이론가, 과학 사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과학자이면서 철학자, 사회학자, 인문학자 면모를 보여준 그의 평생 연구를 짚어보는 책 <과학과 휴머니즘>은 사회학자가 쓴 진화생물학자의 평전입니다. 굴드의 생물학 연구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등을 포함한 인류 역사와 과학과의 관계를 조명한 부분까지도 소개하고 있어 온전하게 굴드의 생애를 다룬 느낌이었어요.

 

 

 

 

대중적 과학 저술가 스티븐 제이 굴드. 대중과학 글쓰기에 앞장선 그는 엄청난 편수의 과학 에세이를 썼는데, 한국어판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골라 펴내도 분량이 만만찮군요. 절판된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책은 소장하고 싶어 원서로라도 갖고 있을 정도로 굴드의 글이 마음에 들었어요.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처럼 역사와 문화, 과학을 넘나드는 분들을 평소 좋아해서 자연스레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헤겔의 변증법과 마르크스주의적 정신을 바탕으로 하버드 교수 신분으로도 반전 시위 맨 앞에 나섰을 만큼 좌파 정치학에도 전념했고, 과학의 오용과 남용을 극도로 경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과학의 발견, 논쟁을 대중이 알기 쉽게 상세하게 서술한 에세이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일조했습니다. 

 

 

 

고생물학자이자 진화 이론가로서의 굴드는 단속평형이론을 주장했는데요. 20세기 저명한 진화생물학자들의 이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대 종합설의 토대를 마련한 에른스트 마이어, 생물학적 결정론을 주장한 리처드 도킨스, 환원주의적 통섭을 주장한 에드워드 O. 윌슨의 이론의 한계를 꼬집었죠. 이분들의 저서도 굴드의 책과 함께 책장에 함께 꽂혀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론의 우위를 비교하려 들지 않고 그들의 관점 자체에 관심 있거든요. 다양한 현상에 대한 해석과 성격 규정이 자연학의 수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어 그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그중에서 굴드의 비판적 수용, 통찰력을 보이는 사고방식이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었고요.


굴드가 주장한 단속평형설은 지질학적 기록 사실에 충실한 해석으로, 대부분의 시간동안 생물 종들이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굴드가 바라본 세계는 일반 법칙과 함께 창발성과 우연성이 가득한 역동적인 장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연과학계에서는 느리고 점진적인 과정을 거치는 점진론을 선호하는데, 굴드는 이를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극적인 역사 변화가 이따금씩 짧은 혁명적 순간에 일어난다는 관념을 반대하는 엘리트 집단의 이데올로기라는 거죠. 


 

 

 

점진적이냐 우연적이냐를 살피는 이유는 인류의 역사와 자연사에 진보가 존재하는가의 문제인데요.  

4월에 방한했던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도 이 부분을 제기했었습니다. 굴드는 제한된 진보는 있다해도 그 어떤 방향성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보편적 기조는 있되 사건 자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고요.

굴드는 그런 점진주의가 문화적 맥락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우리의 편향이 자연에서 관찰한 것을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까지는 그걸 이해하려 들지 않았어요. 굴드는 우리에게 편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편향에 관한 굴드의 분석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사로잡혀 있었던 IQ 수치 사례입니다.

IQ 수치는 곧 일반 지능의 지표이고 지능은 대물림된다는 것을 반격해 초토화해버렸는데요. 이처럼 IQ 사건이나 인종별 두개골 크기로 우열을 가린 사건 등 과학이 이념에 의해 왜곡되고, 과학이 사회적 무기로 악용된 사례를 비판했습니다. 

 

 

 

방향성 있는 진보만 있다면 절대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사례도 소개하며 이는 모두 인간 중심적 편향에 의한 것이라는 걸 굴드는 강조했습니다. 굴드가 비판한 현대 종합설의 핵심인 '진화는 방향성을 지니며 진보적'이라는 관념은 멸종하면 적자생존에서 도태된 열등한 존재라는 것인데요. 현재 지구에 사는 사람 종이 우리밖에 없기에 알게 모르게 우리는 가장 진보된 사람 종이라는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호모 사피엔스보다 1,000배나 긴 시간을 지배한 삼엽충은 과연 그 시대 무엇보다 열등했기에 멸종했던 것일까 묻습니다.


인류가 진화의 필연적 결과라는 사고방식은 인간의 오만함이라는 것을 굴드는 경고합니다. 현재의 세계는 가능한 많은 세계 중 하나일 뿐. 현재가 미리 예정된 질서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인간은 반드시 존재의 의미를 찾기에 자꾸 인간 중심 사고를 하게 됩니다. 굴드는 생명의 역사란 향상이 아니라 다양화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강조해요.

 

 

 

인문학적 자연학 수립을 시도한 굴드는 예술과 과학, 사회학과 과학 등 통섭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는데요. 굴드의 통섭은 대등한 통섭이라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과학과 휴머니즘>은 굴드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은 사회학자가 쓴 평전인 만큼 굴드의 인생 후반에 활발한 활동을 한 다양한 분야와의 통섭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문학적 자연학자로서 굴드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논쟁으로 가득한 생물학 세계에 다양한 이론의 개념적 오류를 지적하며 끝없는 경고를 한 굴드의 생명관. 과학이 이념에 의해 왜곡되는 것을 경고하며, 진화과정은 인간 중심적 편향의 사다리가 아닌 관목 형태라는 것을 알리며 불평등 사회, 예술 등 인류에 대한 고찰을 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삶을 <과학과 휴머니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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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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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종~성종 시대를 아우르는 장편역사소설 <금강>. 전 3권으로 구성된 묵직한 분량의 정통역사소설입니다. 이 책으로 김홍정 소설가라는 또 한 명의 걸출한 작가님을 알게 되어 기쁘네요.

처음부터 낯선 옛말이 많이 등장해 한 장 넘기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그저 분위기로 파악해 읽어냈는데, 100페이지 정도 넘어가니 익숙해져서 일반소설책 읽듯 술술 넘겨지더라고요. 책 폰트 크기가 넉넉한 편이라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가독성도 있었어요.

소설 <금강>은 연산군 이후 반정으로 오른 중종시대부터 임진왜란 선조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각각의 부제가 1부 연향, 2부 미금, 3부 부용인데 모두 상단의 수장인 여성입니다. 그렇다고 여성소설만의 성격을 띄지는 않아요. 공신과 사림의 정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사림의 대표주자 충암 김정을 수장으로 한 조직, 동계라는 권력과 그것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돈의 흐름이 얼마나 균형 맞춰 나아가느냐 하는 힘의 논리를 보여줍니다.

 

 

<금강>의 스토리를 이해하려면 충암 동계라 불리는 조직을 알아야 합니다. 충암 김정은 현량과와 향약의 창시자입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상부상조 그 향약입니다. 일반 백성들의 행동거지와 마을의 질서를 스스로 조정하는 중심인 향약, 그를 바탕으로 백성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인 대동사회를 꿈꾼 것이 충암 동계의 정신입니다.

 

1부 연향 편은 조광조가 사사되는 기묘사화와 송사련에 의해 안당과 충암이 사사되는 신사무옥 전후, 반정을 이룬 훈구파 공신이 사림을 친 정쟁의 역사가 나옵니다. 공신의 세상 속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동계. 그 와중에 소리꾼 출신 연향은 상단의 흐름을 터득해 상단을 운영하며 충암 동계를 지원하게 되죠. 이때 충암의 후학 양지수와의 인연으로 딸 부용을 낳지만, 정작 양지수와의 연은 참으로 짧기만 합니다. 사랑 이야기는 두툼한 분량의 <금강>에서 슬쩍 스치듯 나오지만 애틋함은 마음속 깊이 자리잡히더라고요.


청란의 향기는 은근함으로 넉넉한 것은

사나운 겨울 추위로 오히려 깊어진 정이니

이제 새봄 들녘의 푸르름에 더하여 짙어지니

그대를 기다리며 면앙정 달빛을 누린다네.

- 양지수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은 조금이라도 얻고자 하는 이들의 간절함을 모르는 법이었다. 설령 그것을 알고 조금씩 나눠 준다 하여 그 간절함을 채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간절함을 채울 수 있는 것은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는 현실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나눠 주는 것은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확신이 있을 때 채워지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p117

 

이건 충성이 아니다. 권력의 이전투구에만 오로지 마음을 둔 사내들의 이중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이 자리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의 먹이 사냥터일 뿐이다. 송사련은 배가 뒤틀려 고통으로 뒤범벅되었다. 밤은 더 깊어 갔다. 별이나 달도 없는 칠흑의 어둠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p146~147

 

송사련의 권력 장악 과정을 보면 지금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는 지략이 상당하더라고요. 송사련은 악인의 행태를 보여주지만, 그 과정에 담긴 지략만큼은 능력자였어요. 그걸 연향이 또 이용하기도 하면서 얽히고설킨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공신들의 나라에서 몸을 보전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충암 동계. 연향의 상단이 뒷받침해주니 동계는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하지만, 송사련은 고삐를 늦추지 않습니다. 왜구들을 제압한 의병들이 사용한 무기를 빌미로 충암 동계의 현 수장 남원과 남원을 따르는 무리를 잡을 계획을 세우죠. 이때 송사련을 따르는 종사관의 과한 충성심으로 연향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1부는 이렇게 연향의 죽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충암 동계는 결국 어떻게 될지, 누가 연향의 뒤를 이을지 다음 편을 곧장 손에 쥘 수밖에 없어요.

 
 

 

 

<금강>은 정통역사소설인 만큼 부록으로 조선 역사에 관한 설명을 수록했습니다. 등장인물, 금강의 연표와 실제 역사 연표, 조선 당쟁의 흐름, 조선의 관직과 품계표, 소설에 나오는 주요 역사용어가 실려있어 <금강>을 읽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부 마지막에 실린 정홍수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2, 3부 스포일러가 있으니 앞으로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짐작하기 싫다면 읽는 걸 미루길 권합니다. 저도 조금 읽다가 스포가 나오길래 얼른 덮었어요 ^^;

<금강>의 여인들은 소리꾼이자 상단을 운영하는 거상입니다. 사대부들의 시회나 연회에서 그들이 쓴 시에 음을 붙여 시연하는 소리꾼의 삶, 권력의 배후가 되는 상단을 운영하는 행수로 사는 삶. 정치 암투로 숱하게 죽어 나간 사람들과 함께 정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바로 조선의 역사입니다. 백성들의 삶이 그저 정치판의 곁가지가 아닌, 제대로 더해진 스토리여서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입니다. 묵직하고 탄탄한 조선 역사소설을 기다렸던 분이라면 김홍정 작가의 <금강> 추천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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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테러리스트 - 나의 감정을 파괴하는 사람들을 감지하고 제거하기
레오 마르틴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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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자기계발서 <감정 테러리스트>. 

첩보소설을 읽는듯한 흥미진진함과 통쾌 상쾌한 말발이 신선하게 다가온 책입니다.

 

 

저자 이력부터 상당히 놀라웠어요. 

10년간 독일 연방정보원 정보국에서 첩보요원으로 근무했다네요. 내부자를 만들고 고정 제보자가 되게 관리하는 업무를 하며, 상대방의 잠재의식을 파고들어 그 속에 담긴 사고와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것이 그의 전문분야라고 합니다. 

 

 

 

<감정 테러리스트>에서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온갖 감정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하는데요. 

각색은 했다지만 첩보소설을 읽는듯한 긴박함과 생생한 현장감이 가득한 내용이 눈길을 끌더라고요. 고상한 말투 없고 비속어 난무하고. 그런데 너무 재미있어서 저자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ㅋㅋ

이 책은 '아주 미쳐 돌아버리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사람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짜증 유발자들, 즉 감정 테러리스트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최근 <조직갈등관리> 책에서 심리학적 갈등조정에 관한 내용을 읽었는데 연이어 읽기 딱 좋은 주제였어요.

 

 

 

<감정 테러리스트>에서는 7가지 유형의 감정 테러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소설처럼 진행하는 주 스토리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각각의 감정 테러리스트들이더군요. 다혈질형, 자만심 과다형, 불평 불만분자형, 만성스트레스 환자형, 술수꾼형, 척척박사형, 수다꾼형 감정 테러리스트인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들입니다.


일곱 종류의 감정 테러리스트들에게 제대로 걸리면, 빡침 지수가 급상승해 정신줄 놓아 버릴 위험도 있을 정도예요. 이런 감정 테러리스트에는 악의는 없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고, 고의적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흔히 악의는 없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짜증 유발자들은 자신은 그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누군가와 함께 있다가 헤어졌을 때 기가 다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들면 그 사람은 감정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다양한 유형의 감정 테러리스트들의 특징을 소개하고, 유형에 따라 대처하는 기술이 유용하게 쓰이겠더라고요. 

그들에게서 피해 덜 입는 방법은 결국 자기 보호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군요. 그들을 바꾸려 드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거든요. 그 사람 단점은 그 사람이 떠안고 가야 할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니라고 저자는 확실히 말합니다. 자신을 희생양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 와 닿더라고요. 다만, 인신공격으로 나올 땐 분명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고 해요.

 

유형에 따라 방어 강도도 각각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트집쟁이 불평불만분자형 감정 테러리스트들은 옆 사람마저도 비관적 염세주의자로 만드는 능력자들이라며, 상대 말에 맞장구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려주네요. 만성스트레스 환자형 감정 테러리스트로부터는 동정심에 다가갔다가 내 에너지만 뺏기기에 거리 두는 게 상책이라고 합니다. 수다꾼형 감정 테러리스트 역시 끊임없이 지껄이기에 듣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니 공감이나 동의를 하는 반응은 금물이라는군요. 무엇보다 술수꾼형 감정 테러리스트는 잔머리 대마왕이라 넌지시 암시해봤자 소용없고 분명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고 해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보다는 그 뒤에 숨은 동기에 더 집중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동기를 간파하기만 하면 상대방의 행동을 해석할 수 있고, 행동의 배경을 알고나면 상대방이 하는 행동들에 대해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 책 속에서

 

 

 

 

감정 테러리스트의 뿌리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무조건 피할 수 없는 게 인생. 원만하게 지내려면 기본적으로 공정한 태도, 존중심은 유지해야 하는 것도 짚어줍니다. 그리고 어떤 순간 보여주는 행위가 그 사람의 인격 전체를 대변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요. 분노를 사람에게 풀지 말고 운동 등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꼭 가지라고 조언하네요. 그러면서 정작 나야말로 감정 테러리스트는 아닌지 되돌아보라고 합니다.


감정 테러리스트들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삶이 피폐해질 수 있어 심리 방어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가정, 직장, 친구 간 불화와 다툼에서 내 감정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처럼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감정 테러리스트. 그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감정 테러리스트>로 더는 큰 상처 입지 않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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