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에서 룰라까지 - 중남미의 재발견, 개정판
송기도 지음 / 개마고원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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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와는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탓인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중남미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영어다음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스페인어'라고 하면 우리나라사람들은 다소 의아해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인종의 샐러드볼(혹은 도가니)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히스패닉 계층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관련을 벗어나서라도 칠레와의 FTA등으로 우리는 더이상 중남미국가들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와 중남미 국가들과의 유사성에 대해서 여러모로 살펴볼 수 있었다. 외세의 침략과 그로 인한 황폐화라는 역사적인 공통점뿐만 아니라 현대사의 흐름에 있어서 많은 점들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먼저, 브라질과 우리나라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2003년 브라질에서는 좌파 성향의 노동자출신인 룰라 대통령이 취임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도 좌파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했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은 최근 높은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도가 20프로대로 곤두박질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단순히 국민의 지지뿐만 아니라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비슷한 양상의 두 사람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둘 다 좌파후보였지만 룰라의 경우에는 취임후 보수주의적 성향의 정책들을 수행하기도 하여 브라질 경제를 살리는 데 큰 공을 세운다. 그의 이런 정책은 기존의 중남미에서 보여지는 페론주의(포퓰리즘: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는 선심정치)과도 구별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브라질 뿐만 아니라 멕시코에서도 우리와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2000년 '국민행동당'의 폭스가 '제도혁명당'의 라바스띠다를 누르고 대통령이 됨으로써 71년 간의 집권한 제도혁명당이 물러나게 된다. (이는 소련의 공산당 다음으로 가장 오래 집권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1997년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50년만에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던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 아르헨티나의 추락도 우리나라의 현상태와 함께 생각해봄직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이런 정치적인 상황때문인지 정반대에 위치한 지역이지만 친근함을 느끼며 읽어갈 수 있었다.

  역사와 지리, 현대모습에 이르기까지 중남미를 이해함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을 적당히 취합하여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도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예전에 '라틴아메리카 역사와 문화'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배운 내용들이 알기쉽게, 핵심만 잘 설명되어서 전혀 불편함없이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국내에 나와있는 중남미 관련 서적들 가운데 딱 한 권만을 읽어야 한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중남미를 접하고 우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은 책이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더이상 미국이나 유럽의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하는 생각도 들었다.


덧) 노무현은 2004년 남미 순방을 앞두고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이후 저자인 송기도를 콜롬비아 대사로 기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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