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구판절판


우리는 또 어떤 일을 선택하느냐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규정받는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알게 된 사람에게 묻는 핵심적인 질문은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가 아니라 하는 일이 무어냐다. 마치 오직 이 사실만이 인간 생활의 독특한 특징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71쪽

동물원에 가 보면 십인십색이라는 속담이 실감난다. 모든 동물은 어떤 것에는 놀랄 만큼 적응이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것에는 가망없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다. -89쪽

함께 로맨틱해질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로맨틱한 사람은 없다. 정신을 팔 일이나 친구도 없어 깊은 외로움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사랑의 본질과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97쪽

사람은 아주 하찮은 것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뭐 사랑이라는 말이 좀 그렇다면, 기질에 따라서는 반한 상태, 병, 착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다른 사람을 향하여 뜨겁게 고조된 그런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98쪽

삶을 붙잡아두는 데에는 감각 경험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는 것을 나열한 자료는 예술이 되지 못한다. 오직 선별을 할 때에만, 선택과 생각이 적용될 때에만 사물들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124쪽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을 읽다 보면 역설적으로 나 혼자 파악하려 할 때보다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책에 있는 말을 읽다 보면 전보다 더 생생한 느낌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세계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126쪽

그러나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126쪽

농담이 비판에 특별히 효과적인 것은, 겉으로는 즐거움만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 은근히 교훈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만화는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설교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만화를 보면서 낄낄거리다가 어느새 만화의 권위 비판이 적절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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