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루이스 세풀베다는 내게 낯선 작가였지만 이제는 그의 다른 작품들도 몇 권 읽고나서인지 처음 접했을 때보다는 조금 더 낯익은 느낌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한 걸음 뒤에 물러서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 되려 더 만족스러웠던 느낌.

  그리 두껍지는 않은 분량이지만 이 책 안에는 아마존 밀림이 담겨있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라는 다소 말랑말랑한 제목 뒤에는 양키에게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 암살쾡이가 눈을 번뜩이며 숨어있다. 우리는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자연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가! 아무런 잘못없이 오직 잘못이라면 사람 앞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무차별하게 총질을 당하는 동물들, 살쾡이를 잡아 어디에 쓸 것도 아니면서 가죽을 벗겨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고는 버리는 사람들, 자연이 회복할만한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그저 불도저로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잔혹함.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담겨져 있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건과 인물을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때문에 그 점에서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파고들어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분노한 암살쾡이를 추적하는 장면은 마치 한 권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마지막 장면인 암살쾡이와 노인의 대결에서는 가슴 한 켠이 무거워지면서 먹먹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아마존을 개간하러 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속에서의 삶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비록 자연에 모든 것을 빼앗긴 그가 처음에는 자연에 복수심을 품은 적도 있었지만) 자연없이는 인간도 더이상은 살아갈 수 없을테니까. 환경을 보호하자라는 말은 백 번 들어도 잔소리처럼 느껴지고,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익숙함으로 다가오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잔소리도, 익숙함도 남아있지 않다. 그저 인간에게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생명들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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