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구판절판


하늘의 비행기가 속력에 의하여 떠 있음에도 알 수 있듯이, 생활에 지향과 속력이 없으면 생활의 모든 측면이 일관되게 정돈될 수가 없음은 물론, 자신의 역량마저 금방 풍화되어 무력해지는 법입니다. -24쪽

역마살은 떠돌이 광대 넋이 들린 거라고도 하고 길신 씌운 거라고도 하지만,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 꿈 찾아 나서는 방랑이란 풀이를 나는 좋아합니다. 하늘 높이 바람찬 연을 띄워 놓으면 얼레가 쉴 수 없는 법, 안거란 기실 꿈의 상실이기 쉬우며, 오히려 방황의 인고 속에 상당한 분량의 꿈이 추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6쪽

우리들의 불행이란 그 양의 대부분이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29쪽

나는 그에게 무엇이었던가? 우리는 서로 어떠한 '관계'를 뜨개질해 왔던가? 하는 담담한 자성의 물음을 간추리게 됩니다. 슬픔에 커진 눈으로, 궁핍에 솟은 어깨로, 때로는 욕탐의 적나라함으로, 때로는 멀쩡하게 발톱 숨긴 저의로, 한몸 인생이 무거워 짐 추스리며, 몸 부대끼며 살아온 이 팔레트 위의 우연 같은 혼거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과연 무엇이 되어서 헤어지는지...-33쪽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일찍 깨닫게 해주는 지혜로운 곳에 사는 행복함을 감사하며, '세상의 슬픔에 자신의 슬픔 하나를 더 보태기'보다는 자기의 슬픔을 타인들의 수많은 비참함의 한 조각으로 생각하는 겸허함을 배우려 합니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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