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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의 미학사상 - 옛 선비 33인이 쓴 문학과 예술론 ㅣ 겨레고전문학선집 13
최행귀 외 지음, 리철화.류수 옮김 / 보리 / 2006년 4월
평점 :
제법 두꺼우면서 '미학사상'이라는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지는 제목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책인데 용기를 내서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수월하게 읽혔다. '문장이란 어떤 것인가?', '선인들은 어떤 문장을 훌륭하게 생각했는가?', '선인들은 문장을 지을 때 무엇을 중시했는가?' 등을 33명의 고전작가들의 글을 빌려 소개하고 있다.
박지원이나 정약용, 최치원과 같이 유명한 작가에서부터 최자, 성현, 차천로 등의 낯선 작가들까지 다양한 작가들은 자기의 세계관과 사회 정치적 견해에 기초하여 문학 예술에 대한 자기 견해를 주장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오늘 날로 치면 내가 지금 쓴 글처럼 남의 글을 읽고 쓰는 리뷰 형식의 글들도 존재한다. 누구의 글은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해보이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경박하다, 누구의 글은 처음 봤을 때보다 곱씹을 수록 좋더라 등등. 자신의 감상을 적어놓으며 평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접했던 말은 바로 시란 '사상-감정의 표현이다'라는 말이었다. 시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쓰는 것이지 억지로 갖다 붙이고 꾸며낸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생각을 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이수광은 이를 '마음 속에서 이루어진 문장은 반드시 정교하게 되나 손끝으로 이루어진 문장은 정교하게 되지 않으니, 진실로 그러하다'라고 논했고, 유몽인은 '시란 사상-감정의 표현이다. 제아무리 시어를 잘 다듬었다 하더라도 정작 사상적 내용과 그 지향성이 결여되었다면 시를 알아보는 사람은 이를 취하지 않는다'라고 논했다.
이런 내용의 내용과 형식의 문제 뿐만 다룬 것이 아니라 모방주의(옛 것을 갖다쓰는데에만 급급한 것)에 대한 반대, 또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에 대한 의견, 문학의 교양적인 측면 등에 대해 다양하게 논하고 있었다.
제법 두꺼운 분량이지만 짧은 형태로 된 책이라 부담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한 번에 통독하고 끝내기보다는 하루에 한 토막씩 읽으며 옛 선인들의 문장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배워보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어렵지 않은 번역과 함께 옛 선조들의 예술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던 책. 더불어, 내가 쓰는 글(그러니까 리뷰)에 있어서도 '진실성'을 담아내야하겠다는 반성을 하게끔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