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한승원 외 지음 / 예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웰빙, 웰빙하면서 녹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져갔다. 단순히 녹차 티백으로 차를 간단하게 우려먹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티백이 아닌 녹차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녹차를 전문적으로 파는 카페도 생겨났다. 그 뿐 아니라 갖가지 녹차로 만들어낸 음식(케Ÿ藥? 아이스크림류와 같은 간식류를 비롯해 많은 음식들)까지 생겨나 '녹차의 전성기'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녹차는 씁쓰름하다는 생각을 가진 나는 개인적으로 녹차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녹차보다는 오히려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우연하게 접한 녹차는 떨떠름한 맛도 덜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어 그 순간 녹차의 참 맛을 깨닫게 되고 점점 녹차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 책 속에는 나보다도 더 오랜 시간동안 차를 사랑해온 11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은 차에 얽힌 이야기뿐만 아니라 직접 녹차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 차를 통해서 바라보는 삶의 미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병준은 인도에서 맛본 짜이의 이야기에서부터 녹차, 수정과 등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차의 연금술' 즉, 차는 '불과 물과 차 재료에 마음이 더해지는 것'이라고 차를 정의한다. 정목일은 '어떤 차를 마시느냐는 것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차를 마시느냐게 중요하다'고 하며 '시간과 공간, 차를 마시는 사람에 따라서 차맛, 분위기, 의미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라고 얘기하며 봄(매화차, 산수유차), 여름(연꽃차), 가을(국화차,구절초차), 겨울(난초나 수선화와 함께 하는 차)에 만날 수 있는 계절차를 소개하고 있다(이는 뒤에 이연자의 글과 비슷하면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또, 김영진은 '차를 마신다는 행위는 흘러가는 시간을, 이미 흘러간 시간을 잠시 느껴보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이런 개인의 경험이나 정의뿐만 아니라 이런 차에 대해 '차 마시는 자리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 사람이 많으면 시끄럽다. 홀로 마시는 것은 그윽하다. 둘이 마시는 것은 빼어나다. 네댓은 멋이 있다. 대여섯은 덤덤하다.(이연자)', '차는 혼자 마셔도 좋지만 여럿이 마셔도 좋습니다. 차를 차답게 마시기만 한다면(한승원)'와 같이 차를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도움을 받았던 것은 부록에 실린 차에 대한 설명이었다. 차를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해 사진과 함께 쉽게 설명해놓아 도움을 얻었다.

  차를 마시는 것은 '한 박자 쉬어가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남난희나 김필곤처럼 직접 자연 속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에 대한 갈증의 해소를, 마냥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주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게 커피, 홍차, 녹차 그 무엇이라고 해도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차는 우리가 시간에 치이지 않게 우리의 리듬을 조절해준다. 물론, 테이크아웃이다 뭐다해서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도 있는 차의 시대이긴 하지만 깊어가는 가을 밤, 창 밖으로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니면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며, 그도 아니면 벤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몸으로 느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 그것이 차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차를 마실 때는 '다도'를 지켜야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보니 우리나라는 차를 마시는데 특별한 다도가 없다고 한다. 그냥 간단한 순서를 익히고 자신의 기호에 따라 차를 마시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딱딱한 격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간단한 순서는 이 책 부록에 '차 마시는 법'으로 실려있다.) 그냥 우리가 집에서 녹차 티백 우려먹는 것처럼 그냥 간단하게 마실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보다는 약간은 복잡하지만)
한 박자 천천히.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부쩍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차의 향과 맛.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잠시만 고개를 돌리고, 잠시만 짬을 내면 우리 곁에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찻잔 속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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