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김태수 지음 / 황소자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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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을 봐도 광고, 티비를 켜도 광고, 심지어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도 광고전단지를 나눠주는 세상이다. 너무도 많은 상품들이 쏟아져나오기때문에 저마다를 알리기 위해 광고를 통해 조금 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광고의 영향이 비단 오늘 날의 일일까? 이 책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는 신문광고를 통해 근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대는 일제강점기이다. 그간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던 나라에 강제적이나마 개방으로 인한 신식 문물이 들어오고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생활도 급속하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신문광고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계란 우유의 3배인 2,160 칼로리'에 한걸음 더 나아가 '포켓트에 너흘 수 잇는 호화로운 식탁'이라고 하면서 밀크 초콜릿을 광고하는 것에서부터 지금으로는 광고에 나온다는 것이 온갖 제약때문에 어려운 '삭구'라는 이름으로 광고에 등장한 콘돔이나 '성기의 무능과 정욕의 쇠약을 치료해 주겠다'고 선언한 종합호르몬제 '킹 오브 킹스', 10권 사면 1권 더 주는 포르노그래피서적까지 다양한 방식의 광고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광고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그 광고가 등장하던 시기의 시대적 상황, 사회적인 반응, 관련된 기사들을 실어놓아 단순히 광고 하나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 같았다.

  저자는 이 분야의 비전공자이다. 때문에 비전공자 특유의 어눌함이 염려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오히려 비전공자가 썼기때문에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법 두꺼운 분량의 이야기였지만 마치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어른들께 듣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하지만 시대적인 상황때문에 마냥 재미있고 호기심어리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일제 하에 있었기에 라디오 방송은 일본어와 우리 말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혼합방송이었고, 조선이름은 촌티가 나서 창씨개명을 한다는 송병준의 말이나 머리털을 자르려면 차라리 목을 자르라는 사람들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잘라버린 이야기, 혹은 일본이 치르는 전쟁으로 인해 물자를 아껴쓰는 운동을 벌이는 이야기 등은 마냥 즐거워하기에는 너무도 아프고 씁쓸한 과거의 단편이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과장광고, 과대광고, 그리고 어떤 상품인지 소개하는 모습(예를 들어 자동차나 라디오는 분해해서 각 기관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의 광고가 있었다고 한다.) 등은 지금으로 봐서는 영 생소하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더 직설적이기때문에 그들의 욕망, 혹은 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어 오히려 광고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근대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딱딱한 역사책을 싫다는 분들이 읽으시면 딱 좋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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