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크러셔 밀리언셀러 클럽 45
알렉산더 가로스.알렉세이 예브도키모프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미국이나 영국, 기껏해야 프랑스나 독일정도에 국한되어 있는 듯하다. 때문에 러시아문학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고 기껏 아는 건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뿐. 러시아의 현대대중문학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고, 더불어 추리소설은 좀 읽었지만 스릴러라는 장르에도 생소함을 느끼고 있던 내가 처음으로 접한 러시아 스릴러 소설이 바로 이 책 <헤드크러셔>이다.

  책 표지에는 <파이트클럽>과 <아메리칸 사이코>의 절묘한 조합 러시아 최고의 스릴러!라는 찬사가 붙어있어서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나간 책은 처음엔 생각보다 잘 넘어갔다. 다른 책에 비해서 제법 긴 프롤로그에서는 주인공 바짐의 삶에 대한 한탄이나 지루함, 따분함 등이 나타나있었다. 이야기가 좀 지루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던 때에 우연찮게 그가 첫번째로 손에 피를 묻히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한 번 손에 피를 묻힌 바짐은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막가는 인생을 즐기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나사가 풀려서 막가는 주인공을 볼 때면 왠지 내 내면에 있는 억눌린 감정을 대신 풀어주는 것 같아서 통쾌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글자로 그런 내용을 접하니까 뭔지 모를 거부감같은 게 들었다. 이성이란 댐이 무너져버린 바짐의 행동이 소설이라는 가상의 세계 속에 위치하고 있지만 너무도 반사회적이고 별다른 목적의식이나 이유가 없었다는 게 아마 내 거부감의 이유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왔다갔다하는 구성이라 다소 혼란스럽긴한데 그나마 중반까지는 잘 따라갔는데 후반부에 가서 뒤죽박죽 섞여버려서 마치 술을 진탕 마시고 필름이 끊겨버린 것처럼 띄엄띄엄 이야기가 이어가는 것 같아 머리가 띵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하나의 부속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억압에서 벗어난다는 점은 괜찮았지만 지나친 폭력이나 한 번 읽고 이해하기엔 다소 복잡한 구성이었다는 게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